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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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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지나면서 나는 '평안'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어.

 

처음에는 "20대보다 생각보다 괜찮네"하고 지나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는 조금씩 깊어졌지. 열아홉의 너는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같았고, 스물의 너는 끝없이 솟구치는 불꽃이었지만, 그 불꽃은 금세 식어버렸어. 재 속에서 여전히 무언가를 찾고 있었고, 세상은 빠르게 달려가는데 너의 발걸음은 늘 비틀거리곤 했지. 그 차이를 탓하며 스스로를 괴롭혔던 것도 알고 있어. 모두가 청춘이라 부르는 시간은 너에게 가시덤불처럼 느껴졌을 거야.

 

나는 알아. 얼마나 빨리 나이 들고 싶어 했는지. 서툰 사회 초년생이라는 무거운 호칭을 벗고 싶던 마음도.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믿고 싶어했지만, 결국 불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때마다 희망은 풀썩 주저 앉았지. 그 시절 첫 월급은 세상을 견디기엔 너무 하찮았고, 사람들의 웃음이 언제든 비수가 되어 꽃힐 수 있다는 것도 알았지.

 

그럼에도 꿈을 붙들고 있었어. 작가가 되고 싶었고, 글을 다듬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네가 자란 곳에서는 그런 길이 거의 없다는 걸 잘 알았지. 낯선 길을 혼자 걷는 일은 여전히 두려웠을 거야. 그래서 더 오랫동안 마음 안에 갇혀 있었지.

 

결국 너는 떠났어. 글과 사람들 속으로. 매일 글을 쓰고, 수업을 듣고, 조금씩 가능성을 찾아갔지. 비록 현실의 벽 때문에 원하는 자리까지 닿진 못했지만, 너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어. 그 과정에서 꿈꾸던 마니도 만났지. 오래 품어왔던 설렘과 포기하지 않은 마음 말이야.

 

지금 나는 제주에 있어. 여전히 불안정하고 생활도 완벽하지 않지만 지금 자리에서 조금씩 숨을 고르고 있어. 성향이 맞는 동료들과 지내고, 퇴근 후에는 책을 읽고 틈틈이 글을 써. 그런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작은 위안과 만족을 느껴. 마니를 찾아낸 순간처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내 안에 자리하고 있어.

 

행복은 손에 쥐려고 애쓸 때 오지 않았어. 오히려 손끝의 힘을 뺄 때, 슬며시 스며드는 무언가가 남았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에도 마음이 가벼워지고, 작은 성취와 글쓰기에서 평화를 얻고 있어. 일상의 사소한 순간, 씁쓸한 커피의 맛, 바람의 움직임, 책장을 넘기는 손끝까지. 모든 것이 고요한 물결처럼 잔잔히 마음을 채워. 이런 순간들은 과거의 불안과 대비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를 알려주지만, 후회는 없어. 오히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시간이니까.

 

앞날이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야. 더이상 조급하게 달리지 않을 뿐이야. 도토리를 하나씩 줍는 다람쥐처럼, 작은 평안들을 그러 모으며 흘러가는 시간 열차에 탑승해. 더는 장래희망에 직업을 쓰지 않아. 카페에 앉아 하루치의 글을 쓰고 책을 읽는 할머니가, 때때로 응원봉을 흔들며 공연을 보러가는 그런 할머니가 되는 것. 그 정도의 낭만만을 놓치고 싶지 않을 뿐이야.

 

잃어버리지 않은 꿈, 나를 지탱해주는 마음, 그것이 바로 마니야.

 

그러니 내가 될 너에게 건네. 희망이라는 단어에 빈칸이 많아도 괜찮아. 채워 넣지 못한 시간들이 있다고 해서 삶이 실패로 기울진 않아. 정말 더디지만, 우리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어. 네가 지금 품고 있는 마음만 놓치지 않는다면 결국 조금 더 단단한 쪽으로 걸어가게 될 거야.

 

너의 마니는 바로 너 자신이고,

바로 지금 여기 있는 나야.

 

"찾았다, 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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