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입국심사 - 수평선에는 아무 잘못이 없지

극단 즉각반응의 ‘현대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연극 <입국심사>가 2026년 7월 초연을 맞이한다. 연극 <입국심사>는 2025년 발표한 연극 <엔드월-저 벽 너머엔 뭐가 있을까?>(이하 엔드월)의 연작으로 위치한다. 연극 <엔드월>은 2021년 발생한 평택항 청년 노동자 故 김선호 씨의 산재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연극은 아성의 죽음에서 시작해 죽은 아성이 자신을 덮친 끝벽 너머에 존재하는 것에 대하여 질문하는 순환적 구조로 구성되었다. 연극은 죽음으로 인해 이미 말할 수 없는 자에게 목소리와 몸을 빌려줌으로써 그를 애도하였고, 사회적 참사를 재현하는 연극적 방식에 대해 질문했다.
이번에 초연을 맞이하는 연극 <입국심사>는 아성의 아버지 재상이 여행을 떠나며 시작한다. 재상은 연극 <엔드월>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아들 아성이 가고 싶던 곳으로 여행을 대신하기 위해 두 달짜리 여행을 계획한다. 그러나 재상의 이러한 애도의 시도는 공항의 입국장에서 중단되어 버린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입국심사실에서 경찰로부터 끈질기고 집요한 질문을 받는다.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추방”이라는 엄중한 경고 속, 재상은 제압당하고 폭력 속에 억류된다.
정당한 폭력의 세계
인권은 보편성을 지닌다고 하지만, 그 구체적인 보장은 국가를 경계로 한다. 즉, 국민국가의 국민으로서 보장받는 권리가 인권의 실재다. 이때 국가는 폭력을 독점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권리를 보장한다. 국경과 폭력이 우리가 보장받는 인권의 구성 요건인 것이다. 그렇기에 인권에는 인권적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공항은 자신의 조국을 가장 절실하게 상기시킨다. 입국심사대 우리는 가장 친절한 미소를 짓고, 예약한 숙소와 방문 계획을 설명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내가 입국할 이 나라에 손해를 끼칠 사람이 아니라는, 도저히 증명할 수 없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애써야 한다. 누구도 그래야 한다고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누구나 이런 방식으로 행동한다. 반면 다시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올 때면, 우리는 자국민 전용 라인에 서서 긴장한 반대편의 외국인을 쳐다보는 지위에 오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어떠한 자격과 증명도 필요 없다. 그것이 우리가 조국을 배우는 방식이다.
폭력의 세계에 강제로 연루됨에 대하여

연극 <입국심사>에서 재상은 영문도 모른 채 입국심사실에 ‘갇히게’ 된다. 경찰과 재상, 그리고 유선전화 너머로 존재하는 교포 출신 통역사만이 무대에 존재한다. 정당한 절차일지라도 해당 과정에 불응하면 강제 추방이라는 선택지가 없다는 점에서, 재상은 자신이 느끼는 모든 불합리함에 순응하고자 노력한다. 관객들은 경찰이 재상에게 던지는 40개가 넘는 질문을 함께한다. 범죄 이력을 포함하여 재상의 가족 신상에 대하여 질문이 이어진다. 재상은 자신이 ‘아내에게 했던 말보다 더 많은 말을 cctv와 경찰, 통역사에게 하고 있다’며 괴로워한다.
한편, 관객은 재상의 답변을 통해 아들 아성의 죽음 이후 한 가족이 살아가는 과정에 강제로 연루된다. 매달 22일은 여전히 본사와 고용노동청 앞에서 일인 시위를 이어간다는 점, 연대해준 곳들의 집회에도 참석하는 중이라는 점, 각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는 방식 등을 가장 괴로운 방식으로 듣는다. 그리고 재상을 염려하게 된다. 그가 한국에서 아들을 산재사망으로 잃었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집회 중 동료와의 실랑이로 경찰에 연행되었다는 사실이, 일용직 계약으로 인해 그의 근무 이력을 증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러니까 결국 재상이 애도의 방식으로 계획한 여행이 그 자체로 그를 다른 세계로 입국할 것을 막지는 않을지 그를 염려한다.
관객들도 지치는 기나긴 입국심사 과정을 통해 경찰, 통역사, 재상은 변화한다.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철저히 입국심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상사의 업무 지시에 따라 질문을 변경한다. 감정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기고, 아웃팅의 염려가 있는 성적 지향성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다. 통역사는 사적 대화 없이 철저히 통역만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재상의 가족사에 연민을 느끼며 최대한 그를 돕기 위해 노력한다. 그의 질문을 경찰이 거슬리지 않게 문장으로 바꾸며, 반인권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경찰에게 항의한다. 최근 들어 엄격해지고 있는 입국심사에 대해 재상에게 설명한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 대한 온갖 질문에는 괴로워하면서도 답변을 해온 재상은 성적 지향성에 관한 질문 앞에 입을 다물었다. 성적 지향성이 무엇인지 처음 들었음에도, 그것이 입국 심사장에서 하면 안 되는 질문임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재상에서 고압적이던 경찰은 자신의 상사에게 히틀러 경례를 강요당한다. 거절한다는 말에 경찰의 말에 상사는 그녀에게 거절할 권리가 없음을 말하며 비웃는다. 이는 자신이 재상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했던 말과 동일한 것이었다. 경찰은 자신이 재상과 통역사와 같이 폭력의 세계의 일원임을 자각하며 상사를 고발할 것을 결정한다.
수평선에는 아무 잘못이 없지

앞선 2025년의 연극 <엔드월>의 마지막 장면에는 수평선이 있었다. 항만은 거대한 바다 앞에 위치하지만, 높이 적재된 컨테이너로 인해 바닷바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연극 내내 수평선을 막고 있던 적재물들은, 연극의 마지막 하늘로 올라갔고 그제야 조금은 후련하게 인물들은 바다를 맞이할 수 있었다.
연극 <입국심사>는 앞 편의 연극 <엔드월>을 받아 안은 듯, 수평선에서 연극이 시작된다. 수평선 앞에서 아들 아성이 찍은 영상을 보며 다이빙을 연습하는 재상의 모습이 보인다. 수평선이 되며 있던 벽은 이어서 공항이 되고, 입국심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답답함을 지나, 여행지에 도착한 재상 앞에 벽은 사라지고 진짜 바다가 드러난다. 아성이 죽었던 항만의 바다에서 시작했던 여정이 아성이 그리던 타국의 바다 앞에서 마무리된다. 2027년에는 2025년의 연극 <엔드월>과 2026년의 연극 <입국심사>를 합하여 <수평선>이라는 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왜 바다가 아니라 수평선일까. 연극 <입국심사>에서 통역사는 재상에게 이 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에는 바다와 하늘, 산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그중 제일이 수평선이라고 말한다. 수평선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에서 생긴다. 그런데 그 경계라는 것은 일종의 인간적 착각이기도 하다. 둥근 지구의 바다에는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경계가 있어 보일 뿐이다.
연극 <엔드월>과 연극 <입국심사>에는 여러 경계가 등장한다. 삶과 죽음, 정주민과 이주민, 사용자와 노동자, 원청과 하청, 이민과 여행, 나라와 나라의 국경. 그 경계에 따라 어떤 대우가 정당한 것처럼 여겨지는 세계에 연극은 무구한 질문을 지속한다. 뻔한 답을 듣지 않기 위해 집요하게 질문한다. 경계에는 죄가 없다. 하늘과 바다가 만든 가상의 선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되곤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