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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미술관에 가는 길부터 시작입니다 - 파리의 작은 미술관 [도서]

미술관에 가는 길까지도 예술이 된다면

by 원나루 에디터
2026.06.10 08:41


 

[파리의 작은 미술관] 입체표지.jpg



세상이 좋아졌다. 방 안에서도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장소를 직접 가 본 사람과 가 보지 못한 사람의 감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생생한 모험담을 듣고 나면 언젠가 나도 그곳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파리의 작은 미술관》을 읽고, 오랜만에 그런 설렘을 가졌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파리의 작은 미술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 외에도 파리 전역에는 한 인물의 삶과 시간이 집약된 작은 미술관들이 잘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저자는 그중 일곱 곳을 엄선하여 각 미술관에 담긴 시간과, 그 시간이 품고 있는 예술에 대해 풀어냈다.

 

정보를 전달하는 책에는 저마다 이를 서술하는 방식이 있다. 이 책의 경우에는 독자를 정보의 근원지로 데려다 놓는다. 또한, 미술관에 대한 설명에 앞서 그 동네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첫 페이지를 넘기고 나는 어느덧 생제르맹데프레역에 서 있었다. 성당에 들렀다가, 성당 건물을 둘러싼 공원에서 조각 작품을 보고, 광장으로 향한다. 그리고서야 마침내 광장의 한구석에 자리 잡은 들라크루아 미술관으로 들어간다.

 

왜 저자는 본론으로 먼저 들어가지 않고, 즉 미술관에 대한 설명으로 글을 시작하지 않고, 주변 풍경과 거리의 이야기로 서론을 열었을까? 책을 읽다 보면 그 이유를 자연스레 알게 되는데, 미술관에 담긴 이야기는 그 공간을 둘러싼 풍경과 떼어 놓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술가가 생전에 살았던 아파트나 거주지가 보존되어 미술관으로 개방된 경우에는 예술가에게 그 동네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시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미술관의 건립 배경과 지역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켜 줬다.

 

본격적으로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면, 텍스트에서 공간감이 느껴진다. 처음 들어갔을 때 보이는 작품군, 작품의 위치와 배열, 오브제,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시선의 흐름까지 모든 것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단순히 전시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마치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공간을 함께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와 함께 여러 미술관을 찬찬히 둘러보고 나니, 실제로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특히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이 나의 이목을 끌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이질적인 분위기의 작품이 같이 배열되있는 공간의 분위기가 흥미로웠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미술관 이름부터가 이상하다. 마르모탕이면 마르모탕이고 모네면 모네일 텐데, 두 이름이 나란히 있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폴 마르모탕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야 한다. 예술 애호가였던 그는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저택을 나폴레옹 시기 양식으로 개조하였고, 저택 옆에 건물을 확장하여 예술품 전시에 특화된 공간으로 사용한다. 후에 수집품을 환원하여 개관한 것이 마르모탕 미술관이다.

 

마르모탕은 신고전주의 미술을 동경했다. 그는 인상주의 미술에 대해서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사람들이 데생을 하지 않고, 붓질을 하며, 이 문란함은 인상이나 찾는 예술 애호가들의 무지와 관대함 때문에 생기는 문란함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은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 작품의 핵심 소장처가 되었다. 작품 기증이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인상주의 컬렉션이 축적되었고, 미술관은 이를 드러내기 위해 공식 명칭을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으로 변경한다. 이는 곧 자신들이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미술관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르모탕의 취향이 반영된 제정기 시대의 가구와 작품들, 그리고 그가 그토록 비판했던 인상주의 작품들이 한 공간에 공존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고도 놀랍다. 언젠가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에 가서 《인상, 해돋이》를 직접 보고 싶다.

 

다른 독자들도 이 책을 보면서 직접 파리 예술 산책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먹었으리라 생각한다. 대한 미술사의 흐름을 살펴보기에 좋지만, 작품 하나하나와 걸음마다 마주치는 풍경을 곱씹으며 감상할 수 있는 작은 미술관만의 매력 또한 놓치고 지나치기 힘들다. 저자는 그런 작은 미술관의 매력을 잘 풀어냈다. 작품과 예술가에 얽힌 이야기뿐 아니라 미술관이라는 공간, 파리라는 도시가 품은 예술사적 가치, 그리고 그곳을 스쳐 간 예술가들의 흔적까지.

 

이 책은 독자를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을 새롭게 설계하는 경험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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