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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글쓰기에 묻어있는 습관

쉼표(,)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박정빈 에디터
2026.04.26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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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늘 글과 함께 지내왔던 것 같다.

 

에디터로서 써 내려가는 ’글‘은 늘 다수의 익명 독자와 소통하는 창구라고 여겨왔다. 그래서인지, 무엇보다도 쉽게 읽히는 글을 작성하는 것이 평생의 목표다.

 

물론 그 기준은 사람마다 상이하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잘 쓰는 글’이란, 구조가 복잡하더라도 구조적으로 단숨에 읽히고 맥락이 파악되는 글일 것이다. 그만한 통찰 깃든 글을 쓰려면 발을 담그고 있는 분야에서 체득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시간과 함께 켜켜이 쌓인 유려한 글솜씨가 필요하다.

 

본격적인 초보 에디터로 이제 막 발걸음을 뗄 때.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글이란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믿었다. 짤막하고도 명료한 문장들의 모임. 그리고 언어가 장벽을 허무는 역할에 큰 기대를 걸었다. 글자라면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새가 될 수도, 바다가 될 수도 있다. 글의 명료하면서도 자유로운 힘을 믿었다. 그래서 쉼표(,)를 썼고, 벽을 허물기 위해 ‘~이지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가장 처음 누군가에게 글로 내 생각을 서투르게 전하기 시작할 무렵엔 하고 싶은 말들을, 있는 그대로 모두 연상하고 나열했다. 과거의 추억과 그러다 보니 내용은 길어지고, 결국 마음에 들지 않아 군데군데 쉼표를 찍었던 기억이 난다. 자신도 읽는 흐름에 쉬어감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인지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를 흐릿하게 연결해 임의로 쉬는 구간을 만든 것이다.

 

‘~이지만’이라는 표현은 모니터 앞에서라도 해방감을 느끼고 싶을 때 사용하곤 했다. 앞, 뒤 맥락이 정반대를 뜻하기에 늘 가장 먼저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한계점을 나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고 싶은 결말을 언어의 힘을 빌려 말한다.

 

졸업해서도 초등학교 친구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실패하더라도 일어서는 강인함 등 오랜 쪽지에서부터 발견한 이 습관들이 아직도 글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에 보이지 않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글을 포함해 가장 최근 몇 개의 글에서도 쉼표와 ‘~이지만’을 반복 사용한 것을 봤다. 고차원적인 문단으로 나아가려는 ‘글쓰기 만렙’ 지망생은 여전히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나열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편히 머무르고, 쉽게 떠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울림은 분명히 흩어지지‘만’, 분명하게 단단히 남아 있는 그런 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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