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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용기란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 평서문. [영화]

아주 좋은 영화. p

by 장수정 에디터
2026.04.2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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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오피니언에는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눈을 뜬다. 기도에 꽂혀있던 호스가 빠진다. 막혔던 숨을 되찾기 위해 구토하고, 굳어버린 근육을 깨우기 위해 혼신을 다해 기어간다. 분명 다른 생존자가 있을 것이다. 있어야만 한다. 억지로 다리를 움직여 팀원을 찾아낸다. 덮인 천을 걷어내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다. 이토록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기억상실 상태의 과학자 '그레이스'가 홀로 우주를 떠도는 이야기다. 우주선에 홀로 남은 그레이스는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는다. 영화는 우주를 떠도는 그레이스의 현재, 그리고 그레이스의 기억이 돌아오는 현재의 시점에 맞춰 과거를 보여주며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낸다. 관객은 자연스레 기억상실 상태의 그레이스와 동화되고, 그가 찾는 기억에 맞춰 함께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는다. 그건 바로, 그레이스가 자원하여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참여한 게 아니라는 것. 그레이스는 스트라트의 강요나 다름없는 권유를 거절했지만 결국 마취주사를 맞고 강제로 우주선에 탑승했다. 외계인 '로키'에게 "넌 용감한 인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레이스가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은 지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러 온 영웅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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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해리 스타일스의 노래 'Sign of the Times’가 흐르는 장면이 있다. 이 노래는 출산 중 죽음을 앞둔 엄마가 남겨질 아이에게 건네는 말을 담고 있다. "그냥 울음을 멈춰, 괜찮을 거야." 죽음을 앞둔 자가 살아남을 자에게 건네는 위로다.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스트라트 박사다. 그녀는 인류 멸종의 위기를 막기 위해 사람 셋을 돌아올 수 없는 우주여행으로 보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역사학자이기도 한 그녀는 식량난이 닥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자살미션을 원하지 않는 그레이스에게도 강제로 들이밀어야 했다. 원작 소설에서 스트라트는 더욱 냉혹하다. 그는 그레이스를 우주로 보내고 나면 이 프로젝트를 위해 독재자처럼 군 자신은 법적 소송에 휘말릴 것이고, 감옥에 갈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스트라트는 이미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렇게 하지 못하는 그레이스를 힐난하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Sign of the Times’를 부르던 스트라트는, 강인함이 아니라 중대한 책임감과 죄책감에 짓눌린 한 명의 인간이었다. 느끼는 게 없다던 사람이 왜 이 노래를 불렀겠는가. 이 노래는 해당 장면에서 여러 시점으로 동시에 울려퍼진다. 죽음을 향해 친구를 보내야 하는 스트라트의 노래이기도 하고,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 떠나는 그레이스의 노래이기도 하며, 멸종을 앞둔 인류가 살아남을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말이 되기도 한다.


타우베이 궤도에서 그레이스가 만난 외계인 로키에게도, 헤일메리호는 기적이었다. 로키의 종족은 처음으로 우주선 ‘블립 A’를 만들었고 처음으로 타우까지의 여행을 시도했다. 종족의 명운을 건 도박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패였다. 승무원은 전원 사망했으며 과학 지식도 없는 로키만이 혼자 살아남아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 40년 동안, 인간의 생애 주기로 환산하면 약 6년에 해당하는 시간을 말이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그 시간 속에서 로키의 레이더에 헤일메리호가 잡혔다. 그레이스는 로키와 아스트로파지 문제를 해결했고, 덕분에 로키의 종족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로키에게 그레이스는 기적이었다.


"지구를 구해. 에리드를 구해."

"그레이스, 로키, 구한다, 별."


로키가 뱉는 두 문장의 온도가 다르다. 첫 번째는 임무다. 두 번째는 관계다. 언어가 서툰 존재가 마지막에 남긴 말이라 꾸밈이 없고, 간단하다. 그래서 더 깊게 와닿는다. 그렇게 40년의 고독 끝에 처음으로 생긴 희망을 자신을 희생해 돌려보낸다.


그레이스는 자신이 영웅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지만 자원하지 않았으면서도 지구로의 귀환을 포기한 채 로키를 구했고, 덕분에 그레이스는 자기 자신도 구했다. 로키의 별 에리드에 남아 여생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투입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3시간이었다. 에리드에서 지구로의 귀환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그레이스는 에리드에서 아주 오래오래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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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아주 용감하게 두려움을 극복한 인간과, 거미바위 외계인 로키를 만나고 싶다면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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