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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놓칠 수 없는 장면들이 있다. IMMERSION 몰입 [공연]

놓아줄 수 없는 장면들

by 손현진 에디터
2026.04.18 19:11

 

 

우리가 공연을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무대 위 인물의 삶을 나의 모습에 거울처럼 비춰보는 순간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는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인물이라 하더라도 어느 한 순간만큼은 분명 내 인생에 대입해 볼 만한 부분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잃어버린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해 기꺼이 공연장을 찾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AHN CONTENTS LaB의 공연 [IMMERSION 몰입](성수아트홀, 2026.04.11.)은 무대가 아닌 나 스스로를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어느 한 우주인으로부터 시작된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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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 CONTENTS LaB

 

 

공연 [IMMERSION 몰입]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된 클래식 연주와 신디사이저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다. 배우가 등장해 독백으로 상황을 설명하면, 그에 맞는 감정을 음악으로 그려내는 것. 그러므로 관객은 연주를 통해 펼쳐지는 장면을 스스로 구성해야만 한다. [IMMERSION 몰입]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이 공연은 관객의 '몰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공연이 펼쳐지는 배경은 '어느 우주'다. 이 우주 속 난파된 우주선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우주인은 독백을 펼친다. 그리고 별을 보면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대사에 이어 내면의 감각을 깨우는 연주가 펼쳐진다. 관객은 그 순간 깨닫는다. 이건 어느 우주가 아닌, 내 안의 우주를 찾는 여정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이건 결국 무대를 통과해서 보는 나의 이야기인 것이다.

 

우리는 이제 무대 위 우주인의 모습을 통해, 내 안의 숨은 자아와 내면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 잠시 숨겨두었던 시간들, 울고 웃으며 지나온 나의 나날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 공연은 결국 나 자신에게 [IMMERSION 몰입]하는 순간을 선사한다.


 

 

무대를 통과하여 결국 나 자신에게로


 

25년도 공연사진5.jpg

AHN CONTENTS LaB


 

클래식과 신디사이저의 혼합으로 일깨워진 나의 내면은 무대 위 배우의 독백과 맞닿으며 앞으로 전진한다.

 

독백 이후 이어지는 연주를 통해 관객은 무심코 지나쳐 온 시간들을 다시 되짚어보게 된다. 공연을 보면서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감각을 느끼기도 했다. 삶을 돌아보는 순간순간마다 펼쳐지는 연주가 마치 OST처럼 흘러나와 감정을 증폭시켜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객 스스로의 삶에 대한 몰입을 이끄는 배우는 계속 무대 위에 머물지 않고 입퇴장을 반복했다. 무대 위 잦은 입퇴장은 도리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의 입퇴장은 자신의 삶의 궤적을 돌아보던 관객의 몰입을 일부러 환기하면서 또 다른 순간으로의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한 구성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독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사실 [IMMERSION 몰입]은 그런 독백보다 연주의 비중이 훨씬 큰 공연이었다. 평소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를 즐겨보던 내게 이러한 연주 위주의 공연은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꼭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하지 않더라도,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건네고 감각을 일깨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음악은 연주를 듣는 관객 내면에 숨겨둔 이야기를 툭 건드리며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공연을 보며 나의 감각이 가장 폭발했던 순간은 바로 '섬집아기'의 멜로디가 흘러나온 장면이었다.

 

 

 

연주가 이끄는 기억들


 

몰입.jpg

 


공연은 10개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히 가장 마지막 곡은 휘몰아치듯 강렬한 사운드에 묘한 조명까지 더해져 압도적인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내 마음이 가장 동했던 순간은 '섬집아기' 곡이 연주될 때였다.

 

'섬집아기'라는 노래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학교가 생각난다. 음악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이 노래를 합창했던 기억. 나아가 부모님이 자장가로 '섬집아기'를 불러주던 순간들까지 떠오른다. 그렇게 나의 내면 속에 잠들어 있던 장면들이 이 멜로디 하나에 깨어나는 순간, 그때의 감각은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길게 이어졌다.

 

이외에도 클래식한 연주 중에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교차하며 펼쳐지는 오묘한 질감이나 전통적인 악기와 현대적인 악기가 뒤섞일 때 주는 공감각적인 경험이 새롭게 다가왔다. 또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 스스로가 고립시킨 내면의 신호를 연주를 통해 그려낸다는 콘셉트가 공연에 적절히 잘 섞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관객의 시선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돌린 [IMMERSION 몰입]의 신선한 체험은 무대가 아닌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순간이었다. 공연 [IMMERSION 몰입]은 향후 2027년에 안콘텐츠랩에서 선보일 음악극 [CONNECT 커넥트]의 스핀오프 작품이라고 한다.

 

'몰입'과 '커넥트'라는 두 단어가 가진 서로 비슷하고도 다른 느낌이 있어, 다음 작품은 또 어떤 형식으로 무대에 올라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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