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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가장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대사도 없고 설명도 없지만, 몸의 움직임과 음악만으로 인간의 감정을 풀어낸다. 창작발레 작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바로 그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올린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사단법인 안중근의사숭모회와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주최하고 M발레단이 주관, 국가보훈부가 후원한 작품으로 안중근 의사 순국 116주기를 계기로 마련됐다. 광주와 서울, 대구를 잇는 순회공연으로 진행되었으며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을 초청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발레라는 순수예술 장르로 우리 역사 속 인물의 정신을 풀어낸다는 점이 독특하고도 특별했다.

 

M발레단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2015년 초연 이후 여러 차례 재제작과 보완을 거치며 꾸준히 발전해 왔다고 한다. 대부분의 창작 공연이 일회성에 그치는 현실 속에서 1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의 가치를 지닌다는 방증일 것이다. 실제로 무대를 보며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작품의 가치를 체감해 볼 수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눈길을 끈 무용수는 단연 김아려 역으로 출연한 염다연 발레리나였다. 최근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은 무용수라 기대가 컸는데 무대 위에서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고 아름다웠다.

 

모든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아름다웠지만 염다연 발레리나는 정말 눈에 띄었다. 혼자 물속을 유영하든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움직임에 남편인 안중근을 떠나보내는 아내의 애틋한 사랑이 녹아 전해지는 걸 보며 단순히 기술적으로 뛰어난 무용수가 아니라 감정 연기까지 가능한 무용수라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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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발레리노들의 파워풀한 군무였다.

 

보통 발레에서 발레리노는 발레리나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안중근이라는 인물이 중심 서사를 이끌기 때문에 발레리노의 비중이 상당히 컸다. 마치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속도감 있고 강렬한 움직임이 발레리나의 우아하고 섬세한 아름다운과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작품이 가진 역사적 서사를 더욱 힘 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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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는 내내 놀라웠던 건 대사 한 줄 없이도 이야기가 또렷하게 전달된다는 점이었다.

 

자막이나 대사, 해설이 있는 여느 공연과는 달리 발레는 설명이 없는 예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중근과 김아려의 가슴 아픈 사랑,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애통한 마음, 그리고 시대의 비극이 무용수들의 몸짓과 표정만으로 충분히 전해졌다. 긴 말이 없어도 감정이 전달되는 순간, 예술이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약 한 시간가량 이어지는 이 무대를 완성하기 위해 무용수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연습했을까. 요즘 직접 발레를 배우면서 작은 동작 하나도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보니 무용수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더욱 놀랍게 다가왔다. 쉬워 보이는 동작 하나, 걸음걸이 하나에도 수없이 반복된 연습과 시간이 쌓여 있음이 느껴졌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공연이면서 동시에 예술이 어떻게 기억을 전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발레라는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낸 이 작품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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