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한 번 보고 극장을 나오는 경험과, 시간이 흐른 뒤 같은 작품을 다시 만나는 경험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와 음악은 비슷할지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이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관객의 시선이 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015년 한국에서 초연으로 만나게 된 뮤지컬 <팬텀>에 대한 기록에서 출발한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있는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인물을 그리지만, 얼굴이 일그러진 유령 '팬텀'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음악을 사랑하고 동경하는 내면의 '에릭'이라는 인물에 집중하여 그의 삶과 감정을 더욱 깊이 파고든다는 점에서 다른 결을 지닌다. 관객으로서 이 공연을 2015년 초연, 2016년 재관람, 그리고 2025년 10주년 공연까지 세 번에 걸쳐 만나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공연이 달라졌다기 보다, 그 공연을 바라보는 나의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첫 번째 관람: 비교 속에서 바라본 공연
2015년 처음 이 공연을 보았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 두 작품을 비교하며 공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설로서, 뮤지컬로서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에서 출발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 공연이 무엇을 새롭게 보여주려 하는지에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연을 보는 내내 기존에 알고있던 이야기와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이작품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분석가의 자세로 찾으려했다. 그때의 기록을 다시 읽어보면 음악의 웅장함이나 무대가 주는 인상,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왜인지 오래 남았던 여운이 중심에 있다. 당시의 나는 작품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명확하지 않게 떠오르는 그 순간의 감정 속에 깊이 머물러 있었던 관객이었다.
두 번째 관람: 작품 자체를 바라보기 시작하다.
2016년에 두 번째 관람에서의 나는 조금 다른 태도로 객석에 앉아 있었다. 타작품과의 차별점을 찾겠다는 분석가의 시선을 잠시 내려놓고, 이 작품 자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렇게 바라보기 시작하자 이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장면의 흐름과 음악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 그리고 작품이 전달하려는 정서가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공연은 여전히 같은 이야기였지만, 내가 공연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작품이 가진 고유한 매력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비교를 멈추자 비로소 작품이 보이기 시작했던 순간이었으며, 초연을 보고 난 뒤 명확하지 않게 느껴졌던 감정이 조금씩 형태를 띄어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세 번째 관람: 감정이 닿는 순간
그리고 시간이 흐른뒤, 2025년 10주년 공연에서 나는 또 다른 사람처럼 이 작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야기의 구조나 작품의 차별성보다 배우들이 표현하는 감정과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같은 장면이라도 배우의 호흡과 시선,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니 이전에는 단순히 지나갔던 장면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특히 마지막 엔딩 장면 속 '에릭'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세상과 이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면의 흔들림과 고독이 어떻게 무대 위에서 살아나는지를 바라보는 일이 인상깊었다. 이전 관람에서는 흐름 속 한 장면으로 지나쳤던 기억이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배우의 감정이 무대 위에서 천천히 쌓여가는 자취를 따라가다보니, 어느 순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늘 두루뭉실하게 떠오르던 감정들이 뚜렷한 감동으로 다가오던 순간이었다. 동일한 장면이었지만 아마 이번에는 그 인물의 감정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내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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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관람을 돌아보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느꼈다.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그 경험은 언제나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연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공연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분명 달라졌다. 처음에는 비교 속에서 작품을 이해하려 했고, 그 다음에는 작품 자체에 몰입하려 했으며, 결국에는 무대 위 인물의 감정과 배우의 표현을 바라보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예술을 반복해서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바로 작품을 바라보는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공연을 한 번 보고 지나치기보다 가능하다면 여러 번 보기를 권하고 싶다. 같은 작품이라도 다른 순간의 내가 만났을때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계속해서 변하고 성장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작품뿐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경험을 얻게 된다. 어쩌면 예술을 다시 찾는 일은 결국 조금 달라진 자신을 다시 만나는 일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