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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열린 객석에서 시작된 낯선 질문 -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공연]

어른이 된 뒤에도 남아 있는 질문들

by 김서영 에디터
2026.02.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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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는 ‘어린이극’이라는 장르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먼저 흔들어 놓는 작품이었다.

 

보통 어린이 대상 공연이라 하면 관람 예절이나 객석 환경이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될 것이라 예상하기 쉽지만 이 공연은 시작부터 열린 객석 운영을 통해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의 규칙을 재설정한다. 공연 중 자유로운 입퇴장이 가능하고 아이들이 소리를 내거나 몸을 움직이는 행위 역시 자연스러운 참여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공연을 보는 태도 자체를 바꾸게 만들었다.

 

관객을 통제하기보다 공연 환경이 관객의 상태에 맞춰 조정되는 방식은 특히 인상 깊었고 이는 어린이를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주체로 바라보는 제작 철학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듯했다.

 

작품은 시인 이상의 「오감도」에서 출발하지만 원작의 난해한 언어와 상징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어린이 배우들의 몸짓과 감각적인 놀이를 통해 새롭게 해석한다. 실제로 무대 위에서는 정답을 설명하려는 시도보다 질문을 던지는 장면들이 더 많이 등장하며 이는 원작 시가 가진 불안정한 정서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결과처럼 느껴졌다.

 

작품의 흐름은 명확한 서사 구조를 따라가기보다 13명의 어린 배우들이 ‘아해’라는 존재로 등장하며 각자의 감정과 상황을 펼쳐 보이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특정 인물을 연기하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을 대변하는 집합적인 존재처럼 느껴진다. 무대 위에서 아해들은 때로는 놀이하듯 뛰어다니고 때로는 낯설고 기묘한 언어와 소리를 사용하며 우리가 설명하기 어려워 숨겨두었던 감정들을 꺼내 보인다.

 

깜깜한 밤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불안, 이유 없이 찾아오는 두려움, 세상을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혼란 같은 감정들이 몸짓과 표정을 통해 표현되며 장면들이 이어진다.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순간들 속에서 관객은 마치 연극 안으로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되고 어린이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세계를 따라가며 자신이 잊고 있던 감정들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연출적으로는 ‘공놀이하듯 연극한다’는 철학이 실제 무대 언어로 구현된 점이 흥미로웠다. 배우들이 규칙 없이 뛰어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면의 흐름은 유머와 리듬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공연의 긴장을 유지한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면 구성은 때로는 즉흥극처럼 느껴질 만큼 자유롭지만 동시에 어린이 공동창작이라는 제작 방식 덕분인지 특정 감정의 순간들이 매우 솔직하게 전달된다.

 

기존 어린이청소년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훈적인 서사 구조가 아니라 질문만 남겨두는 열린 결말에 가까운 구조 역시 인상적이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공연이 어린이를 통해 어른의 세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무대 위 아이들은 사회의 규칙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데 그 말들이 과장된 연기가 아니라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듯한 생생함을 갖고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무대 위 아이들의 목소리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어른이 되면 두려움이 사라질 거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는데,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지금도 여전히 불완전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실을 이상하게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만든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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