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듯한 밴드 사운드가 오직 사랑만을 외치는 그 노래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치 음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모조리 다 끌어다가 "사랑!"을 목 터져라 부르는 것 같은 밴드의 사랑 노래는 솔직하고, 절절하며, 날것이다.
죽음마저 두렵지 않는 사랑이란 건 무엇일까. 나는 이제부터 밴드가 사랑하는 법에 대해 살펴볼 작정이다. 모든 걸 초월해 버리고 마는 그 감정에 흠뻑 빠져들 준비가 되었는가?
[LXVE to DEATH] Xdinary Heroes(엑스디너리 히어로즈) - ICU
심장을 저격하는 킥 소리와 함께 겹겹이 쌓아가는 악기 소리가 매력적인 도입을 채운다. 약 20초간을 악기만으로 채운 이 과감한 곡은 첫 가사부터 '너'와 '내'가 처한 장면을 제시하면서 시작한다.
우리는 지금,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위를 달리는 중이다.
비포장도로 위로 너에게 달려가는 중
가벼운 차에 과적 상태 Love
쏟아질 듯 위험하지만, I will never drop
가벼운 차에 위험할 정도로 크고, 가득 찬 사랑을 담았지만 걱정 말라는 나는 이제 재고 따질 것 없이 너에게 직진한다. 거리는 좁혀졌고, 어차피 우린 서로를 사랑하지 않냐는 당돌한 발언과 함께 과감히 엑셀을 밟으면!
LOVE CRASH! 기적 같은 flashlight
So sick! 너로 뚫려 버린 심장
Call the doctor
Call the doctor
진단은 전치 1生
너와 내가 부딪히는 순간, LOVE CRASH! 섬광이 스친다.
널 너무 사랑하는 내 심장은 아예 뻥 뚫려 버렸다. 진단은 전치 1生. 난 이제 내 삶을 통틀어 너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 키치하고 직관적인 가사 위로 겹겹이 쌓이는 매력적인 밴드 사운드에 도통 귀를 뗄 수 없는 곡이다. 널 사랑해서 심장까지 뚫려 버렸다는 밴드의 고백을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마치 '사랑, 아니면 죽음을 달라!' 같은 셰익스피어의 절절한 외침이 Xdinary Heroes의 노래로 다시 태어난 것만 같다. 특히 2분 44초부터 시작되는 현란한 기타의 질주부터 휘몰아치는 떼창 파트까지 듣고 나면... 축하한다. ICU SHOCK! 진단은 물론 전치 1生이겠지.
[우주의 여름] Lacuna(라쿠나) - 우주의 여름
이제 밴드의 사랑은 지구를 초월한다.
맞지 않는 퍼즐. 또는 딱 맞아도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옷. 너와 나는 이 지구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다. 그러니 차라리 도망치자. 저기 저 먼 곳으로. 달과 별이 거꾸로 뜨고 지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곳으로. 어차피 중요한 건 사랑이지 장소가 아니니까.
우리는 이 땅에 어울리지 않는 거야
별빛 너머로부터 너와 난 도망쳐 다닌 거야
도망과 나약함을 같은 단어로 묶지 말 것. 때로는 도망에도 큰 용기가 필요한걸. 그리고 그 용기는 너로부터 비롯된 감정이고, 이제 저 미래는 우리를 부르고 있지. 그때는 알 수 있게 될까? 이 사랑 말고는 모두 조각에 불과하다는걸. 나는 오직 너와의 사랑을 믿고 나아간다.
너와 내가 다치지 않을 곳으로
무너진 기억의 찰나 속으로
라쿠나는 말한다. '우리가 쓴 일기 속에 옳았던 문장은 하나도 없었다'고. 더 이상 우주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저 쏟아내자고. 그렇게 쏟아내고 뱉어낸 감정이 하나로 뭉쳐 너와 나만의 우주를 만들어 낸다. 그 우주의 여름은 또 얼마나 찬란할까?
이 곡은 기타 사운드에 집중하면서 한 번, 가사에 몰입하면서 한 번, 마지막으로는 그저 음악을 느끼면서 한 번. 꼭 이렇게 세 번씩 연달아 듣게 되는 곡이다. 템포가 느려지는 부분에서부터는 마치 블랙홀에 빠져들어 가는 것만 같은 착각도 든다. 사랑 하나만 믿고, 이 지구에서 도망쳐 버리겠다는 밴드의 외침은 낭만적이면서도 어딘가 위태롭지만 그게 결국 사랑의 묘미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IGNITE] 유다빈밴드 - 불
찰나에 지나칠 불꽃이 아니다. 유다빈밴드가 노래하는 사랑은 활활 타오르는 불, 그 자체다.
눈앞을 드리운 어두운 밤, 어쩐지 나는 슬퍼진다. 이젠 시들 꽃도 남지 않은 나는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있고 싶으며 단 하나로 남겨지고 싶다. 그런 나의 열망은 이제 '불'로 발현된다. 살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끝까지 남겨지고 싶은 나는 그 밤을 불태우고자 한다.
난 또 참을 수 없게 질린 거 있지
끝내 더러운 꼴만 보이고 마는 게
난 여전히 살아있고 싶을 뿐이야
단 하나로 남겨지고 싶을 뿐이야
하지만 밤은 여전하고, 나는 이런 내 모습을 참을 수가 없다. '다시 무너질 걸 안다'는 나는 그러나 계속해서 밤을 불태운다. 몇 번째 시도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가 결국 밤을 불태우기를 성공할 때. 어떤 것도 우리에게 닿지 못한다는 걸 알 때. 우리의 사랑으로 이 더러운 세계를 극복할 때. 그래야만 끝이 날 불장난이다.
부딪혀 이대로 달을 불태울까
우리에게 어떤 것도 닿지 못하게
눈을 감은 채로 마주 보며 웃자
내일 속의 어떤 것도 막지 못하게
이렇게-
2분 50초부터 곡의 절경이 시작된다. 터질 듯한 드럼을 타고 폭발하는 보컬의 에너지. 전율하지 않을 수 없는 기승전결! 불꽃놀이가 팡팡 터지는 것만 같은 밴드 사운드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점점 그 '불'의 이미지가 선명해진다. 갈망과 타오름을 불로 치환한 유다빈밴드만의 사랑을 표현한 이 곡은, 뜨겁고도 힘겹다.
밴드마다 '사랑'을 노래하는 방식이 이토록이나 다르다니. 한 명의 리스너로서, 이만큼 심장 떨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아직 소개하지 못한 밴드의 사랑 노래도 많지만, 아쉬움이 남는 마음을 뒤로하고 이젠 자랑스럽게 외치려고 한다. 밴드 붐은 왔다, 라고! 온 세상을 밴드로 물들이는 그날까지 영원히 락앤롤의 정신을 놓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