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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모든 것은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이어진다. - 사람을 기획하는 일

아직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 지 모르겠는 이들을 위해서

by 김상준 에디터
2026.02.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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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의 시대다. 마케팅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마케팅에 성공하면 살아남고, 브랜딩에 성공해야 성장한다. 실패한 기획으로는 마케팅도 브랜딩도 안 된다. 일단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기획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결국 기획의 시대다. 넘쳐나는 정보를 관통하는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는 통찰력, 남들과는 다른 아이디어를 짜낼 수 있는 창의력, 그리고 진정으로 사람과 소통할 줄 아는 소통 능력을 갖춘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다. AI는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사람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 로봇이 물리적 영역도 금방 치고 들어올 게 선명하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보다 사람다워져야 생존할 수 있다.


["제 직업은 사람들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가끔은 이것이 어떻게 직업이 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스스로 되묻곤 합니다. 스스로를 보여 주는 일에는 이미 전 세계인 모두가 혈안이 되어 있기 때 문입니다. 비싼 차, 명품 옷, 좋은 식당, 럭셔리한 여행지 등 우리는 그것을 미처 즐기거나 마음에 담기도 전에, 일단 스마트폰으로 찍고 봅니다. 불특정 다수의 시선이 교차하는 SNS 세상에 전시하고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이렇게, 심지어 그럴싸하게 멋진 장면들을 너도나도 나서서 보여주고 있는데 '사람을 보여주는 일'은 어떻게 직업이자 콘텐츠가 되는 걸까요? 제 제작 업무와 SNS 업로드의 차이점은, '살아내는 사람'을 보여드린다는 것입니다. 저는 기획할 때 단순히 좋은 옷과 비싼 음식을 찍지 않습니다. '살아내는' 사람은 '보여주는' 사람보다 훨씬 더 다양한 서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설령 그것이 같은 장면이라 하더라도, 내면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확연히 다릅니다."] - [겉으로는 보여주고, 나는 그 안을 찍는다] 중에서

 

기획은 ‘무엇’과 ‘어떻게’ 사이에서 선택하고 결정하는 싸움이다. 무엇을 기획할지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기획할지를 논할 수 없다. 대상이 없는 방법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이미 이 단계에 익숙할 정도로 숙달된 사람에게는 이 책이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반대로 아직 ‘무엇’을 결정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그 ‘무엇’이며, 그건 ‘사람’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 누군가의 성공담 혹은 패배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전쟁,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이야기, 시대를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 하지만 형태가 어떻건 간에 그 근본은 사람에 있다. 사람이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사람이 그 스토리를 접하면서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는 스토리는 단순한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과 AI 덕분에 저급부터 고급까지 자기 입맛대로 골라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대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시대에 단순 정보를 아무리 쏟아낸들 사람들에게 선택받지 못한다. 정보에는 어떤 감동도 공감도 없다.

 

["디즈니랜드에서 인형탈을 쓴 직원들. 디즈니는 그들을 '직원'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대신 '퍼포머' 혹은 '배우'라고 명명합니다. 디즈니 퍼포머들은 실제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며, 연기·움직임·표정 등을 전문적으로 훈련 받습니다. 심지어 캐릭터별로 걸음걸이, 손짓, 말투까지 세세하게 정해져 있지요. 쉬는 시간에도 그 외양이 흐트 러져서는 안 됩니다. 디즈니는 디즈니랜드에서의 일관된 세계관 유지를 핵심 가치로 보기 때문입니다. 밈처럼 떠도는 '놀이동산 탈을 쓴 알바생이 무대 뒤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 같은 일은 디즈니에서는 결코 허용되지 않습니다. 주 고객인 아이들의 환상을 지키기 위해, 캐릭터가 현실과 섞이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합니다. 디즈니랜드 내에서는 그 어떤 인간적인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 [SNS에선 캐릭터, 현실에선 사람] 중에서


시장은 더 이상 상품 혹은 제품을 팔지 않는다. 시장이 팔고 있는 건 브랜딩으로부터 태어나는 스토리다. 시장에서 도태되어 사라지는 것들은 대체로 정보 전달과 제품 홍보에 몰두한다. 사람들이 기꺼이 자기 돈을 지불하여 구매하려는 것이 브랜딩에서 나오는 가치와 스토리라는 걸 모르고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다. 얼마 전 우연히 WSJ의 한 기사에서는 기업들이 스토리 텔러를 찾아내느라 혈안이라는 내용을 접했다. 정보 전달로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니, 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스토리를 만들어 줄 사람이 필요해진 것이다. 두서없이 늘어놓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은 없다. 논리보다 규칙, 그리고 그 규칙을 따라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스토리는 잘 만들어진 기획으로부터 나온다.


저자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건 사람과 그 사람의 이야기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이 실제로는 어떤 사람인지를 분석하고, 그중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며, 그 모습으로부터 시청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기를 바라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불러일으킬지를 연구한다. 그 지난한 과정의 공통분모는 사람이다. 사람으로부터 시작해 사람에게로 이어지는 스토리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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