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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내가 나락에 빠진들, 너만은 놓지 않을 것이다 [음악]

안예은의 <낮에 뜨는 달>로 깨닫는 어리석은 인간의 사랑

by 임가은 에디터
2026.01.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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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예은의 〈낮에 뜨는 달〉은 네이버 웹툰 [낮에 뜨는 달]의 OST이다. 그러나 오늘 이 글에서는 웹툰과의 연관성을 배제하고 온전히 '노래'만의 해석을 감행해보려 한다.

 

<낮에 뜨는 달>은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그 사랑을 결코 달콤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이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구원’이 아닌 ‘운명’으로, 더 나아가 피할 수 없는 형벌에 가까운 감정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 운명의 중심에는 ‘나락’이라는 공간과, ‘낮에 뜨는 달’이라는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놓여 있다.


노래는 “어디인가 여기인가 모든 것이 끝날 곳”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화자는 이미 이 관계의 종착지를 알고 있다. 그곳은 희망이 아니라 ‘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는 너로 너는 나로 몇 번이고 되감는 실타래”라고 말한다. 이 구절은 두 사람이 이미 수없이 같은 관계를 반복해왔음을 암시한다. 실타래는 끊어낼 수 있지만, 화자는 묻는다. “언제일까 모두 끊어내는 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여전히 “나는 살아내리라”라고 말한다는 점이다. 사랑이 고통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는 도망치기보다 그 안에서 온전히 버텨내는 쪽을 선택한다. 이 노래의 사랑은 비극적임에도, 탈출보다 견뎌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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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랑과 마음을 묘사하는 방식이다.

 

“사랑이라 하는 게 꼭 지옥과도 같더라”
“마음이라 하는 게 꼭 천벌과도 같더라”

 

사랑은 지옥, 마음은 천벌. 모두 인간이 스스로 선택했지만, 동시에 스스로에게 내린 형벌처럼 그려진다.

 

특히 “썩어버린 것을 알면서 잡게 되는 동앗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담게 되는 뒷모습”이라는 표현은, 이 사랑이 이미 잘못되었음을 화자 스스로 정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결코 거부할 수 없음을.

 

그러나 그는 말한다.


“처음 그날도 수년 전에도 어제 그리고 오늘도”
“마지막에도 깨어나고도 오늘 그리고 내일도”

 

시간이 흘러도, 깨어 있어도, 알고 있어도, 이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운명은 “끔찍하게도”, “잔인하게도” 똑같다. 이 사랑의 비극은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반복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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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에서 가장 강조하는 공간은 ‘나락’이다.

 

“너와 닮았을 나의 나락으로”
“나와 닮았을 너의 나락으로”

 

나락은 지옥의 가장 깊은 곳, 지옥보다도 끔찍한 바닥을 뜻한다. 그런데 화자는 나락을 도망쳐야 하는 곳이 아닌, 그이와 함께 가고자 하는 장소로 말한다. 이 대목에서 이 사랑은 완전히 현실의 논리를 벗어난다. 빛도 없고, 꽃도 피지 않고, 해도 들지 않는 곳. 그럼에도 그는 꿋꿋이 말한다.

 

“해가 들지 않고 꽃 피지 않아도, 우리인 채로 함께 있자 다시”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행복’이 아니라 ‘우리’다. 환경이 어떻든, 미래가 어떻든, 구원 여부와 상관없이 그이와의 연을 유지하는 것이 화자의 진심이다. 사랑이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이 되지 않고, 존재의 이유가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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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낮에 뜨고 새 날지 않아도 우리인 채로 함께 있자 다시”

 

후렴의 인상적인 구절이다. 달이 낮에 뜨는 일은 가능하지만, 매우 이질적이다. 새가 날지 않는 세계 역시 자연의 질서가 무너진 것을 의미한다. 이 두 이미지는 이 사랑이 정상적인 시간과 질서에서 벗어난 관계임을 다시 상징한다.

 

이 사랑은 밤과 낮이 뒤섞이고, 생명이 날지 못하며, 계절이 와도 피어나지 않는 세계에 속해 있다. 그럼에도 화자는 “우리인 채로 함께 있자 다시”라고 반복한다. 정상적인 삶이 무너지더라도, 이 인연만은 놓지 않겠다는 그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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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번을 고쳐 죽어 다시”

“떠나지 못해”

 

이 구절은 노래의 정서적 핵심이다. 화자는 이미 수없이 자신을 고치고, 끊어내고, 다시 태어나려 했지만, 결국 떠나지 못했다. 이 사랑은 그를 살게 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계속 죽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외친다.

 

“가지 말아라 가지 말아라 여기가 우리의 나락이니”

 

이 노래에서 사랑은 더 이상 도망쳐야 할 장소가 아니다. 오히려 함께 망가질 장소로 향하는 사랑이 된다.


‘천오백의 세월 열아홉번의 생’이라는 표현은 윤회처럼 반복된 생을 암시하며, 이 관계가 한 생에서 그려진 것이 아닌 운명의 빨간 실처럼 끊어지지 않는 인연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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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뜨는 달〉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밝지 않다. 이 곡은 사랑이 언제나 구원이 되지 않음을, 어떤 사랑은 오히려 삶을 소모시키는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노래는 인간의 사랑이 얼마나 끈질긴지도 보여준다. 잘못됨을 알고, 썩었음을 알고, 지옥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때때로 그 감정을 놓지 못한다. 이 곡의 비극은 '사랑'이 아니라, 떠날 수 있으면서도 떠나지 않는 '선택'에 있다.

 

그래서 이 노래는 묻는다.


'사랑이 우리를 나락으로 데려간다면, 우리는 그 사랑을 계속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사랑을 선택하고 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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