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연말이 다 그렇겠지만 어느새 일 년이 다 가버렸다니, 하는 시답잖은 감상으로 이 시기를 지내다 보면 곧 새해가 찾아올 것이다.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 손끝과 코끝을 빨갛게 물들여버리는 추위! 그러려고 하지 않아도 이맘때가 되면 자꾸 마음이 들뜬다.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 하는 동요처럼 손바닥만 한 애정을 자꾸 쥐고 싶어진다.
올해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시를 적어 보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그들도 사랑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 진심만을 알아줬으면 하는 얄팍하고 순진한 마음이었다. 생일을 맞은 이와 먼 길을 떠나는 이, 그리고 그냥 내 마음을 말해주고 싶은 이에게 무턱대고 마음을 빙자한 시를 적어 보냈다.
그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만약 전국의 동네서점보다 내가 제일 먼저 이 책을 받을 수 있었더라면) 손쉽게 사랑을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때 그러지 못했던 아쉬움 마음을 담아, 크리스마스를 빌미로 사랑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사랑시 30편과 함께 전파에 흘려보낸다. 그동안 고마웠던 이들에게도, 그리고 마침내 이 글을 읽게 될 (가상의) 독자에게도 꼭 전해지기를.

손바닥만 한 앤솔로지 미니북인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팔을 가졌구나』는 민음의 시 시리즈에서 사랑시 서른 편을 골라 와 엮었다. 강보원, 박은지, 황인찬, 임지은, 양안다, 김연덕, 김복희, 김현, 조용우, 임경섭 시인의 각기 다른 사랑이 기록된 시가 수록되었다.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팔을 가졌구나』는 대형서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다른 시집과는 다르게 동네서점에서만 단독으로 판매되는 한정 수량의 서적이다. 이리저리 의미를 부여하는 건 웃긴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구하기 쉬운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안성맞춤인 건 분명하다. 적어도 선물을 고를 때 수십 번의 자가진단을 마치는 부류인 내게는 그렇다.
사랑은 그 안에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습니다. 사랑의 대상은 누구든 혹은 무엇이든 될 수 있을 텐데요. 그러므로 사랑은 사랑이라는 말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대상이 다양한 만큼 마음을 보다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서라면, 또한 마음을 보다 자세히 알기 위해서라면, 언어 또한 다채로워야 하지 않을까요?
- 편집자의 말 中
편집자의 말이 그렇듯, 세상에 백 개의 사랑이 있다면 그 모양도 백 개 혹은 그 이상일 것이다. 시집에 실린 서른 편의 사랑시 속 사랑은 나란히 앉은 짝꿍을 향했다가, 반려 ‘돌’을 향했다가, 연인을 그려내기도 한다. 그 형태는 무척이나 다양해서 자꾸만 그 순간을 포착한 사랑시들이 생겨난다. 그러니 사랑은 속수무책으로 전하고 싶어지는 것. 우리의 “사랑하기 좋은 팔”은 “아주아주 길고 튼튼할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 같은 것이다.
마루야, 하고 나는 마루를 불렀는데 방 안에 있던
푸들들이 다 우르르 달려오는 거야 백 한마리나 되는 이 푸들들의 이름을 다 마루라고 한다면 겹치는 걸까?
겹치면 더 좋겠지…… 나는 구분 가지 않는 것들을 사랑해
그 불가능성이 그 푸들들을 전부 다 사랑하게 만들었지
어쩔 수가 없어서 다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렇게 나는 푸들들에 둘러싸여서 산더미 같은 개밥 포대를 뒤적거리며 살고 있어 하지만 가끔은
나는 몸이 하나인데 푸들들은 너무 많다, 너무……
너무 깜짝 놀라서 울고 싶어지는 거야 이렇게
멍멍
멍멍,
하고
- 강보원, 「저택 관리인」 전문
*2021년 민음사에서 발간된 시인의 시집 『완벽한 개업 축하 시』에 수록된 시로,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팔을 가졌구나』에 수록되었다.
“어쩔 수가 없어서” 모두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화자처럼, 허울뿐인 빨간날이라고 할지언정 이 크리스마스를 이유 삼아 떠오르는 것들을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것마저 연말의 장난이라고 말한대도. 동네의 작은 서점 수십 곳을 뒤져 이 책을 찾아내는 마음으로, 모두가 크리스마스의 반짝이는 사랑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무엇이든. 메리 크리스마스!
* 글의 부제는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팔을 가졌구나』의 편집자의 말 제목인 「그렇다면 그 팔은 아주아주 길고 튼튼할 거야」에서 가져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