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긴 글들이 모여 하나의 집합체가 된 것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여태 꽤 많은 글을 써서-심지어 이것 자체도 글이다- 합쳐보면 길겠지만, 그 글들이 모여 책이 된 적은 없다.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책을 만든다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닌 걸 알고 있다.


18,000원으로 책정되는 책에 대해 (세금은 논외라 치고) 10% 인세를 받는다면 1,800원. 2,000부를 인쇄한다면 총 360만 원을 받게 된다. 물론 달마다 360만 원을 받는 게 아니라, 단건으로. 초판이 모두 팔려 2부, 3부 중쇄를 찍는다면 참 좋은 일이겠지만, 외려 이 초판이 다 팔리기를 먼저 기도해야 한다. 확실히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을 통해 부유함을 누리는 일은 어려운 편에 속한다. 해리 포터 작가쯤은 되어야 하겠지. (궁금해서 찾아 보니, 전 세계적으로 5억 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계산하기 쉽게 한 권에 15,000원이라고 대충 생각해 본다면, 1,500원 곱하기 5억은...)


그럼에도 우리가 글을 쓰고, 나아가 책을 내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_띠지_평면.png

 

 

도서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글쓰기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출판업계의 현실까지 속속히 알려준다. 단조롭고 딱딱한 어투로 교육 방침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실적으로, 그리고 유쾌하게 작성되어 있다. 책을 만드는 과정 A부터 Z까지가 이 한 권의 책에 압축되어 있다. 마치 작가 사용설명서 같았다. 본인의 저서를 예시로 인용하기도 해서, 어렵게 읽히지 않아서 좋았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글을 휘황찬란하게 잘 쓸 수 있던 것도 아니고, 대학교에서 국문과나 문창과를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은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보유하고 있는 엄연한 작가이시다. 즉, 글을 쓰고 책을 낸다는 건 글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 사람의 직업과는 무관하게 누구나 가능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거기에 조금의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자신이 글을 쓰는 목적을 한시도 잊지 않아야 한다. 확실한 목적의식이 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다.

 

 

그나마 내가 잘 하고 있던 건 바로 무엇을 쓰고자 하는지 정도는 명확히 알고 있었다는 점이랄까. 문화초대 리뷰, 나를 소개하는 에세이, Eature 시리즈 등... 사람 만나는 건 싫어하는 주제에 내 생각을 남들과 공유하는 건 좋아하는 성향이다. 감상한 작품이 내 기준에서 너무나도 뛰어나서, “여러분, 이 작품 진짜 쩔어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를 길거리 대신웹에다 소리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글들과는 다르게 나름 완성도가 높은(?) 글들이지 않았나 싶다. 물론 아쉽게 일방적 소통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책을 완독하고 깨달은 점은, 나는 책을 쓸 수 없다는 거였다. 아마 저자도, 독자가 이런 말을 하기를 원한 건 아닐 것이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의 초반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책을 쓰는 일은 결국, ‘나의 무엇이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행위다.
 

 

나는 글을 쓰면서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항상 들었다. 물론 당연히 가치가 있게끔 쓰려고 노력하지만, 누군가 “당신의 글은 5점 만점의 4.5점입니다.”하고 평가해주는 게 아니다 보니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그래서 쓰다가 그만 두는 경우도 많고, 어렵게 다 쓰고 나서는 ‘정말 완성일까?’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러다 저자의 이 직설적인 문구 덕분에 자기객관화가 더 뚜렷해졌다. 안타깝게도 나는 남에게 도움을 줄 만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다. 과소평가하거나 자기비하하는 말이 아니다. 나 자신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책을 쓸 때 그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할 만큼의 엄청나고, 방대한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정도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가령 포토샵에 대한 글을 쓴다고 치면, 나는 포토샵의 많은 기능 중 극히 일부인, 내가 잘 사용하는 기능들만 조금 알고 있다(한 30% 정도 될까). 책을 낼 거라면 100%는 아니더라도 7-80%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우선은 많이 알아야겠다 싶다. 이것저것 경험도 다양하게 해보고, 궁금한 게 있으면 계속해서 찾아 보고, 좋아하는 게 있으면 몰두해 보자고. 나란 사람이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말이다. 그렇게 해서 언젠가는 책을 낼 수 있게 되기를.


 

세계 인구가 80억을 넘어섰다 해도, 삶의 온도는 제각각이고 그에 따라 뿜어내는 빛도 다르다. 나만의 책을 쓴다는 건 그 색깔을 오롯이 담아내는 작업이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