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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2020년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범 내려온다’를 기억하는가? 약 1분 30초 동안 경쾌한 발걸음으로 서울 곳곳을 누비며 춤을 추는 영상은 조회수 5332만 회를 기록하며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제는 ‘수능 금지곡‘으로 불리며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리듬 타는 노래로 각인되었다.


’우리 것이 제일 좋은 것이여‘라는 문구가 처음 나왔을 땐 그저 광고 문구 하나 잘 뽑았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이제는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외국 팬들은 서툰 한국어로 공연장에서 한국 노래를 외치고, 한국 문화를 본 뜬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누적 시청수 3억을 돌파했으며, 유럽에서는 김장의 날을 만들어 노란 머리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고무장갑을 끼고 김장을 하는 이색 풍경이 펼쳐지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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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이끄는 한국 문화의 힘, 아니 ‘흥‘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퓨전국악밴드 ’차차웅‘은 그 해답을 ’민요’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한다. 그들은 민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조상들의 일기장 같다는 표현을 헀다. 사랑을 노래하고, 노동의 한을 풀고, 얼을 달래는 가사들이 현재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말했다. 생각해 보면 리모컨을 찾을 때 “어디로~갔나~“ 하며 두리번거리는 것과 도로가 꽉 막힌 차 안에서 ”아이고~“ 소리를 내는 것도 민요의 한 조각인 샘이다. ‘우리의 것‘의 시작인 민요를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공감의 소리로 재해석해 ‘흥’겨움을 선사하는 퓨전국악밴드 차차웅의 무대 ‘묘한 민요’를 소개한다.


‘차차웅‘은 메트라이프생명 사회 공헌 재단과 한국메세나협회가 함께 예술 단체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The Gift’의 네 번째 예술 단체이다. 왕(차)과 무당(웅)을 뜻하는 단어를 조합한 뜻의 차차웅은 전통 민요와 록, 재즈, 전자음악 등 현대적 요소를 결합하여 한국 전통 굿 음악을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와 무대 연출을 특징으로 하는 퓨전국악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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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 전 스크린에는 묘한 표정을 하고 묘한 춤을 추는 기묘한 차차웅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그들의 눈빛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디론가 묘한 세상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암전 되면서 공연이 시작되었고, 첫 번째 노래 ‘렁드건(건드렁타령)‘이 흘러 나왔다. 건드렁 타령의 ’건드렁‘을 뒤집은 제목의 노래는 생각하던 민요의 분위기를 뒤집은 느낌이어서 신선했다. 민요라고 해서 마냥 신이 나는 노래만 있을 줄 알았는데 렁드건은 두 보컬의 힘이 느껴지면서 이국적인 민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압도적인 무대였다.


보컬들뿐만 아니라 세 명의 댄서들의 춤사위도 무대를 꽉 채우는데 큰 힘이 되었다. 마치 민화에 나오는 까치나 까마귀 같은 깃털 옷을 입고 몸에 힘을 잔뜩 주다가도 금세 스르륵 풀어지는 모습들이 관객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주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춤사위가 가장 눈에 띄었던 노래는 ‘릴릴릴릴‘ 이었는데 제주민요와 개타령 등을 조합해 만든 이 노래는 소리꾼의 발림으로 리듬을 타다가 강아지의 앞발처럼 두 손을 까딱거리는 것이 특징이다. 보컬들과 댄서들이 다 같이 가사에 맞는 직관적인 춤을 추고 있으니 가사도 더 귀에 잘 들어오고 무대가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관객들이 따라 하기도 쉬워서 어린이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까딱거리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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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웅의 노래들은 특히 가사들이 다 인상적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노래는 ’뿔싸‘ 인데, 노들강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곡으로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인상적이고 위트 있는 가사가 돋보이는 노래였다. 게다가 감정을 듬뿍 담아 마치 연기하듯 노래를 이어가는 보컬의 모습은 단순한 무대를 뛰어넘은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떴다‘라는 노래의 무대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기억에 남는데, 달 타령을 기반으로 한 이 노래는 달을 형상화 한 반짝이는 의상과 ‘달이 떴다‘와 ’몸이 떴다‘ 할 때 떴다의 이중적인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댄서들이 트램펄린 위에서 높이 뜨며 춤추는 모습이 강렬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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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웅의 무대는 관객들과 단순히 노래만 주고받는 1차원적인 공감보단 민요의 가락과 현대적 감성이 가득한 가사들을 온몸과 목소리로 보여주는 친절한 3차원 공연 같다고 느껴졌다. 마치 관객들과 단차를 두지 않고 같은 시야에서 눈을 마주치며 노는 ‘마당놀이‘를 보는 듯한 친근함이 든다. 공연 시간이 넉넉하다면 이런 차차웅만의 장점들을 더욱 극대화해 관객 참여 포인트를 많이 살리는 것도 더욱 재밌고 민요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이 공연의 마지막 곡인 ’런어웨이’ 에서 차차웅과 관객들은 다 같이 ’헛세‘를 외친다. ‘헛세‘는 액운을 막기 위해 외치는 전통 민속 의식이다. ’춘삼월 돌아 꽃이 피니 청산되고 화산 되네’라는 마지막 가사처럼 2025년을 잘 마무리하고 2026년 새해를 힘차게 맞을 수 있게 힘을 잔뜩 주는 차차웅 밴드의 공연 ‘묘한 민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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