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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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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는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있잖아, 외계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토론을, 혹은 토론까지는 아니어도 생각까진 해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다면 이쯤에서 한 가지 질문을 건네고 싶다. 외계인의 외형이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외계인의 능력치는? 그들의 발생지는? 그 대답이 무엇이든, 이 드라마는 외계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180도 뒤집어 버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후지산 근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비즈니스 호텔 직원들의 평범한 일상에 ‘외계인’ 설정을 결합한 휴먼 코미디 드라마 <핫스팟>. 생각보다 외계인은 우리 근처에 있을지도.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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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일본 니혼TV에서 방영되고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공개된 드라마 <핫스팟>은 일상 속 판타지 요소와 휴먼 드라마적 요소를 섬세하게 결합한 SF 코미디 드라마다. 주인공 엔도 키요미는 후지산 인근 작은 도시에서 호텔 프런트로 일하며 딸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다. 퇴근길 그녀는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그 순간 직장 동료 타카하시 코스케에 의해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를 치려던 트럭은 아무 충돌 없이 지나갔고, 나의 몸은 자전거와 함께 붕 떴다가 다시 안전하게 원위치로. 의아한 상황에 영문을 파악하지도 못 한 채 주위를 살피면 안위를 묻기 위해 다시 돌아온 트럭 기사와 익숙한 얼굴인 직장 동료 타카하시는 무언가가 걸리는 듯한 얼굴로 옆에 서 있는 게 보인다.


“있잖아. 실은 내가 외계인이야.” 일반인에게는 불가능한 능력치로 사고 직전 엔도를 구출해 준 타카하시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자신이 외계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설명을 한다. 교통사고 직전에 본인을 구해 준 건 놀라운 일이지만, 그래도 외계인은 좀……. 외계인이라기엔 너무 평범하잖아. 여느 평범한 중년 남성의 외형에 특유의 동그란 안경. 분명 영화 속 외계인의 모습들은 이렇지 않았는데.


애써 “그러시구나” 라는 웃음으로 상황을 무마하고 넘어가려던 엔도는 본인이 외계인임을 증명하려는 타카하시의 갖가지 묘기를 관람해야 했다. 이제 정말 믿는다니까. 외계인임을 수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별다를 것 없이 일상을 소화하러 떠나려는 엔도에 타카하시는 ‘정말 이게 다라고?’ 싶은 표정을 짓지만, 엔도에게 그가 외계인인 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신기하지. 그렇지만 저에게는 살아가야 할 일상이 더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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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의 어린 시절 친구들부터 호텔 지배인, 직장 동료까지 타카하시가 외계인인 걸 알게 되지만, 보통의 전개와는 달리 그들은 그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쉽게 믿어 주지도, 능력을 보고 난 후 그닥 동요하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타카하시는 외계인이 아니라, 그저 외계인의 능력을 지닌 타카하시일 뿐인 탓일까. 그 누구보다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듯하던 직장 동료 유미는 타카하시를 신체 능력이 뛰어난 인간이라고 치부하고 넘겨 버리기까지 한다. 이에 오히려 본인이 외계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타카하시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이후의 전개에서 타카하시는 능력을 활용해 사소하고 일상적인 문제들을 해결한다. 체육관 천장에 낀 배구공을 빼거나, 호텔 손님이 놓고 간 수험표를 가져다주는 등 타인을 돕는 데에 사용되는 타카하시의 능력은 시청자에게도 잔잔한 따스함을 선사한다.


<핫스팟>은 외계인 설정을 크게 부각하기보단, 일상적 인간관계와 소소한 사건에 따뜻한 시선을 담아내는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적 특성을 강조한다. 작가 특유의 유머가 녹아 있는 에피소드들은 다름과의 공존, 성장과 우정, 어른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다룬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따뜻한 면모들 역시 <핫스팟>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외계인이 곁에 있지만 그를 이용하기보단 그의 비밀을 지켜주고, 사소한 부탁을 하면서도 그의 몸 상태를 섬세하게 살피는 모습. 그들은 외계인을 이방인 취급하지 않고,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 그 이상으로도, 그 이하로도 바라보지 않는다. 그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이 드라마 진짜 잔잔하게 웃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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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팟>을 보다 보면 큰 사건이 발생한 게 아니고, 대단한 유머가 발생한 지점도 아니지만 툭, 하고 웃음이 샐 때가 있다. 친구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웃음이 새어 나올 때와 같은 결의 웃음. 이러한 웃음이 터져 나올 수 있는 이유는 <핫스팟>의 작가가 바카리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바카리즘은 일본의 코미디언, 각본가, 배우, 극작가, 작사가로 활동하는 멀티 엔터테이너이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라마 각본 활동을 시작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온 그의 대표작으로는 <브러쉬 업 라이프>, <가공OL일기>가 있다.


바카리즘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비범함을 발견하거나 사람들의 소소한 대화와 행동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 내는 극작 스타일로 유명하다. 특유의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유머, 일상의 대사와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터지는 웃음 코드는 작가가 극단적 상황보다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과 관계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는 진지하진 않지만, 공감을 자아내는 대사와 과장 없는 일상 묘사를 결합해 시청자에게 잔잔한 웃음과 따뜻함을 선사한다. <핫스팟>에서도 등장인물들은 막중한 사건을 마주하거나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들의 일상적인 부탁과 대화만으로도 만면에 웃음을 띠게 된다.

 

 

 

어?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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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T SPOT / UNNATURAL

 

 

<핫스팟>을 보다 보면 낯익은 얼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주인공 엔도는 <언내추럴>에서 주인공 미스미 미코토의 친한 동료 역할인 ‘쇼지 유코’ 역할을 맡은 시카와 미카코가 연기하고 있다. 꽤 발랄하고 활달한 성격을 지니고 있던 쇼지 유코와는 또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닌 엔도 키요미를 연기하는 시카와 미카코는 그녀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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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T SPOT / UNNATURAL

 

 

한편, 드라마를 감상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언내추럴 인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엔도의 전남편을 연기하는 오오쿠라 코지는 언내추럴에서 형사 역할을 연기한 바 있다. 언내추럴을 시청하던 당시의 기억이 고스란히 살아났지만, 두 배우 모두 언내추럴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다른 인물의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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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T SPOT / MIU404

 

 

비밀을 지닌 장기 투숙객 무라카미는 < MIU404 >에서 주인공 이부키를 경찰의 길로 이끈 ‘가마’ 역할의 코히나타 후미요가 연기한다. 이렇게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할 때면 이전 드라마의 향수가 불러일으켜지면서도, 전혀 다른 인물에 몰입해 있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경외감을 지니게 된다.

 

 

 

가장 설명되지 않은 초능력


 

10편이 전부 재생되고 나면, 마음에는 깊은 여운이 남는다. 특별히 큰 사건이 있지도 않았는데 이토록 감정에 큰 울림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드라마에서 설명되고 있진 않지만, 어쩌면 저 외계인에게는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선사하는 능력도 존재하는 것 아닐까? 작은 친절과 유머로 이루어진 <핫스팟>은 보는 내내 따뜻한 위로와 가르침,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끔 해 준다. 추운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줄 <핫스팟>을 올겨울 추천 작품 1순위로 추천하고 싶다.

 

 

* 이미지 출처: @hotspot_ntv Instagram, < THE HOT SPOT >, < MIU404 >, < UNNATUR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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