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의 첫 주말,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는 바다와 음악이 만나는 거대한 무대가 되었다.
컬러인뮤직페스티벌 2025는 이름 그대로 ‘컬러’를 주제로 삼아, 음악과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페스티벌을 선보였다. 바다를 마주한 야외 무대 위에서 하루 종일 바람이 불고, 해가 질 무렵 하늘의 색이 변할 때마다 음악은 그 순간의 분위기에 맞춰 또 다른 색을 만들어냈다.
자연과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은 그 자체로 완성된 한 장의 그림이었다.
컬러인뮤직페스티벌 2025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성’이었다. 페퍼톤스, 규현, 잔나비, 크러쉬, 권진아, 이소라, 이찬혁, 송소희 등 각기 다른 장르와 세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채웠다. 이들은 각자의 음악 세계를 하나의 ‘색’으로 표현하며, 페스티벌의 주제인 ‘컬러’를 생생히 구현했다. 청량한 블루, 낭만적인 버건디, 열정적인 레드, 그리고 포근한 옐로우까지—각 공연은 하나의 색채로 기억되었다.
K-POP, 인디, 힙합, 발라드, 국악이 어우러진 무대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음악의 본질이 ‘감정과 색의 언어’임을 보여주었다. 관객들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음악을 들었다.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면, 무대의 빛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시간의 흐름조차 잊게 했다.
공연장은 도시의 콘크리트가 아닌 자연의 품 안에서 완성되었고, 그 안에서 음악은 한층 더 생동했다. 자연이 만들어준 무대는 인공적인 장치보다 훨씬 깊은 몰입을 선사했다.

요새 관심있게 바라보는 이찬혁의 무대는 역시 심상치 않았다. 코러스 분들까지 대동하며 좀 더 풍성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특히 그가 '멸종위기사랑'과 같은 노래를 통해 이야기하는 사랑은 단순히 남녀가 서로를 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비난과 갈등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보편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듯한 목소리는 우리의 마음에 와닿았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돌아보게만드는 '파노라마'는 3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도 삶에 대한 간절함을 충분히 전달해줄 만큼 강렬했다.
마지막 순서, 잔나비의 무대가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한창 무대 장비를 조율하던 중,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거센 빗방울에 관객들은 당황해하며 공연이 취소되는 게 아니냐는 등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우비를 꺼내 입거나 비를 맞은 채 자리를 지켰고, 우리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비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곧이어 잔나비의 공연이 무사히 시작되었다.
'사랑하긴 했었나요'로 관객의 호응을 받으며 공기를 뜨겁게 달구고,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에서는 무대와 관객, 비와 조명이 하나가 되었다. 젖은 머리카락과 손전등 불빛 사이로 퍼지는 함성, 그리고 잔나비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공기는 짧지만 강렬했다.
비는 공연을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비 덕분에 이 무대는 ‘기억되는 장면’이 되었다. 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한 그 순간, 관객과 아티스트 모두가 서로의 열정에 응답하고 있었다.

컬러인뮤직페스티벌 2025는 단순한 음악 축제를 넘어 ‘감각의 경험’을 선사한 자리였다. 무대 위의 조명, 바다의 냄새, 빗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페스티벌의 테마 ‘Color’는 결국 시각적 요소를 넘어, 음악을 통해 감정이 물드는 방식에 대한 은유로 확장되었다. 색은 아티스트의 정체성이자, 관객이 느끼는 감정의 온도였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무대의 열기와 함성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음악은 그 모든 자연의 조건을 품어 더 넓은 의미로 확장되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색을 발견했다.
페스티벌이 끝난 뒤에도, 그날의 바람과 빛, 빗방울의 감촉은 여전히 귓가에 남아 있었다. 음악이 삶을 스쳐 지나가는 색이라면, 인천의 바다 위에서 흩날린 그 수많은 색들은 이 가을의 가장 선명한 흔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