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20일, 걸그룹 하츠투하츠가 첫 미니 앨범 FOCUS로 돌아왔다.
지난 2월 발매된 데뷔 싱글 The CHASE에서 신비로운 소녀들의 여정을 예고하며 공개된 하츠투하츠는, 6월 발매된 싱글 STYLE과 선공개곡 'Pretty Please' 등을 통해 정석적인 SM 걸그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팀명 하츠투하츠는 다양한 감정과 메시지를 담은 자신들만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음악 세계를 통해 더 큰 우리로 함께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The First Mini Album, FOCUS
1. (Title) FOCUS
피아노 멜로디가 상당히 깔끔하다. 첫 코러스에서 떨어지는 베이스라인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안티드롭에 무게감을 더해주어 노래의 중심을 잡기에 아주 좋은 선택으로 들린다. 후반부에도 큰 변주를 주지 않지만 댄스 브레이크를 위한 약간의 변주를 통해 단조로운 노래 진행에 나름의 다이나믹을 주는 효과가 있다. 딱딱 떨어지는 ‘The Chase’ 같은 느낌.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감성의 연장선을 잘 이어준 타이틀 곡. 개인적으로 안무에 보깅 요소를 추가한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과감한 타이틀곡의 선택으로 보인다.
2. Apple Pie
두번째 트랙도 베이스 라인이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몽환스러운 느낌의 연장선을 위해 신스가 굉장히 글로시한데, 대조되는 펑키한 베이스가 그 여운을 더하는데에 큰 역할을 한다. 뮤비에 등장했던 ‘소녀는 애정 반, 증오 반으로 구성되어있다’ 는 문구가 떠오르는 가사에서 컨셉의 유기성을 보여준다.
3. Pretty Please
클래식한 2, 3세대 케이팝 걸그룹의 타이틀곡을 조금 선공개 같이 변형한 느낌이다. 노래가 전환이 많은데, 후반부의 랩 부분이나 프리코러스-코러스의 변화가 물 흐르듯 굉장히 자연스럽다. 회사 선배 라이즈의 메모리즈가 생각나기도 한다.
4. Flutter
나레이션이 하츠투하츠의 정체성을 설명해준다. ‘Listen to the world and this song is dedicated to you all’ 정도로 들리는데, 그룹의 이름에 담긴 의미와 연결되는 것 같아 좋은 장치로 보인다. 'flutter'이라는 단어를 이용한 코러스의 탑라인이 노래 가사의 설렘을 십분 강조한다. 호른이 감초처럼 슬쩍 섞이는 게 자연스럽고 포근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 노래에도 코러스에 약간의 단조가 섞여들어가 하투하의 세련된 분위기에 일조한다. 레드벨벳의 수록곡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트랙.
5. Blue Moon
기타 선율이 앨범의 마무리를 알리는 느낌이 크다. 앨범을 따뜻하게 정리해주는 아웃트로 트랙.
반짝거리는 신스와 백보컬이 모든 트랙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고, 덕분에 트랙 간의 유기성이 굉장하다. 몽환적인 컨셉적 틀 안에 뉴잭스윙, 알앤비, 시티팝, 펑크 등을 넣어서 장르적 특성을 하츠투하츠의 감성으로 깎아낸 느낌이 크다. 전체적으로 우정과 사랑을 강조하는 가사와 따뜻한 멜로디의 합이 클리셰적으로 아름답게 들린다. 앨범 전체가 사랑, 특히 우정을 강조하고 있는데, 소녀들이 앞으로 보여줄 색다른 감정에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필자의 PICK은 4번 트랙.
미래소녀들은 과거를 꿈꾼다, 하츠투하츠의 모던함에 관하여
하츠투하츠는 지향하는 컨셉이 굉장히 단조롭고 '어디에서 본 것 같다'는 평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필자는 하츠투하츠의 방향성이 굉장한 잠재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The CHASE’ 뮤직비디오를 살펴보면, 순박한 옷차림을 한 멤버들이 공간을 옮겨가며 춤을 추고 자유롭게 장소를 탐색하는 모습을 담는다. 자연에 가까웠던 버스에서 내려 옮긴 곳은 점점 현대적인 색채를 보여주는데, 한국테크노돔의 사이버틱한 모습과 멤버들의 깔끔한 스타일링이 2월의 어느정도 서늘한 계절감에 어우러진다. 데뷔 이전 공개된 무드 샘플러와 티저에서 역시 이와 관련된 서늘한 무드가 연출되는데, 이러한 퓨처리스틱한 모던함이 이 그룹의 중심점이다.

그렇다면 이 미래소녀들은 대중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는가? 우선 하츠투하츠는 과거의 것들에 대한 세련된 재해석을 시도한다.
‘STYLE’에서는 과거에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을 컨셉으로 전체적인 프로모션과 뮤직비디오가 진행되고, 선공개곡 ‘Pretty Please’ 노래의 뉴잭스윙과 신스 리드는 케이팝 2, 3세대의 노래를 듣고 자랐다면 느낄 수 있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번 신곡 ‘FOCUS’에서도 이러한 과거의 요소들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FOCUS’의 트레일러에서 멤버들은 조용한 회사에서 침묵의 공공칠빵을 하거나, 고무줄 놀이를 하는 등, 현대의 공간에 향수를 동반하는 요소들을 끊임없이 배치한다. 이와 동시에, 회사의 서류를 집어던지거나, 모두가 일률적으로 앉아있는 교실 뒤편에서 춤을 추고, 컴퍼스와 줄자를 던지며 고상한 결투를 벌이기도 한다.
현재의 모던함이 주는 깔끔하지만 차가운 이미지를 재해석된 과거의 심볼을 끌어와 깨부수는 모습에서 하츠투하츠가 지향하는 미래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발레코어, 거울, 긱시크 등 최신 트렌드의 총집합과 획일적으로 들어맞는 ‘칼군무’를 보여준다. 과한 요소들을 낮은 채도와 뚜렷한 명도로 일률적으로 눌러 자로 잰듯 깔끔하게 연출함을 통해 역시 최초의 모던함을 잊지 않는 모습이다. 하츠투하츠라는 거대한 프레임 안에 여러가지 장르와 컨셉의 합일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SM 30주년 콘서트에서 최초공개된 하츠투하츠의 데뷔 트레일러의 제목은 바로 ‘Chase Your Choice’이다. 트레일러 내내 멤버들은 결정과 이에 따른 도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하츠투하츠는 그들의 꿈에 대해 굉장히 주체적이고 가감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꾸준히 자아를 찾는 여정과 마음과 마음 사이의 연결점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보여질 꿈의 스펙트럼은 광활하다.
걸그룹 명가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에스파의 차기 그룹으로 꼽히기에 아직 그들만의 고유성이 드러나지 않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경영진 교체 이후 첫 성과의 지표가 될 하츠투하츠인 만큼 무난함이 아직까지는 상당한 비판적 반응을 얻고 있다. 관념적인 소녀인 소녀시대와 알 수 없는 소녀 에프엑스의 합을 의도한다는 디렉터의 말처럼, 고정되지 않을 소녀들의 도전을 보여줄 하츠투하츠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