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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는 리스트. 과거에는 다소 위시리스트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7년 전에 작성한 버킷리스트 중 많은 것들을 이미 이루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서점에 가서 책 사기, 혼자 영화 보러 가기, 커피머신 사기, 피아노 사서 좋아하는 곡 연주하기. 대부분 소소한 것들이다.

 

힘들었던 시기를 달래기 위한 소소한 행복이었을까? 당시 그 버킷리스트는 도피처였을까, 순수한 행복이었을까.

 

 

 

꾸준히 사랑한 무언가를 공유하는 일


 

7년이 흘러도 취향이 변하지 않았다. 선호하는 것들이 모두 여전하다.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영화와 음악을 사랑한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을 설명하는 문장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기실 놀라운 점은 꾸준히 사랑해 왔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스로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에 이르러서야 친구들의 영향으로, 혹은 지금 하는 일의 연장선상에서 책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7년 전의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서점에 가서 책 사기’라는 목표를 적어두었다. 책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는 문장이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홀로 깨달아갔다.


여유가 생겼을 때 책장을 완성하고자 했던 과거의 나를 위해 책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최근 온라인 서점이나 중고 서점을 종종 둘러보며 소장하고 싶은 책을 고르고 있다. 이제는 방 한편에 책장을 둘 공간도, 책장과 책들을 마련할 여유도 있다. 그러니 이제 높은 책장에 취향을 한가득 채워가고자 한다. 취향의 책들을 꽂을 자리가 없을 때까지 모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책장을 늘리고 서재를 마련하고 싶다. 집에 놀러 온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해 주고, 다수를 위한 큐레이션도 진행하고 싶다. 서평을 쓰고, 더 나아가 이야기를 직접 써 보며 오래도록 문장을 사랑하고 싶다.

 

‘나’를 탐독한 끝에야 다다르는 공유의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

 

 

 

직접 감동을 전하는 일


 

유년 시절에 유일하게 배운 악기는 피아노다. 여전히 유일하게 연주가 가능한 악기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탓인지 놓고 싶지 않았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아주 어릴 때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집에서 피아노를 쳤다. 오래된 전자피아노가 망가질 때까지 종종 피아노 연습을 했다. 이사 가며 망가진 피아노를 버리게 되었지만, 여전히 피아노를 너무 치고 싶었다.


몇 년간 고심한 끝에 결국 피아노를 들였다. 방은 좁아졌지만 이제 어느 때든 피아노를 칠 수 있다. 유일하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고, 자신감이 가득 찼다. 스스로 선택한 전공, 직업 외에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좋아하는 것을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이 충족되고 있다. 후에 피아노 외에 다른 악기도 배워보고 싶다. 바이올린, 플루트, 해금, 가야금 등 실제로 들어본 악기 소리를 직접 내보고 싶다.

 

그 소리가 주는 울림, 감동이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에 언젠가는 직접 전하고자 한다. 순간의 울림이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흔적처럼 남는다는 사실이 좋다.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살릴 수 있는 흔적을 만들고 싶다.

 

*

 

이로써 7년 전 버킷리스트는 도피처도, 순수한 행복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경험’이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그것을 전하는 일,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되는 일. 그러한 일을 원한다.

 

7년 전에 시작했던 사소한 일들을 밑거름 삼아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좋은 이야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보고, 듣고, 쓴다. 다채로운 감정과 이야기를 그러모아서 꼭 전해야 할 곳에 전달한다. 새로운 이야기를 기획하고 색다른 경험의 기회를 마련한다.

 

누군가의 산타클로스처럼 선물 같은 경험, 이야기를 실은 채 열심히 달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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