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일 토요일, "서울숲재즈페스티벌 2025"에 다녀왔다. 처음 가는 페스티벌이었던 만큼 가슴이 기대로 부풀었던 기억이 난다. 넓디 넓은 서울숲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즐기는 재즈 공연이라.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페스티벌 당일이 다가오기까지 시간을 흘려보냈으나 점차 맑은 날씨와 낭만적인 경험을 기대하게 되었다.
사실 전날 비가 내려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진행될 우려가 있었다. 다만 초록빛으로 가득한 스테이지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설렘을 갖고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돗자리, 캠핑 의자, 텀블러, 도시락통을 든 사람들은 흡사 캠핑장의 풍경을 연상케 했다.
페스티벌 스테이지로 가는 입구 앞에는 푸드트럭과 배달의 민족과의 콜라보로 설치된 배달 픽업존 및 반납존 천막이 눈에 띄었다. 티켓 부스는 티켓 예매처에 따라 티켓을 수령할 수 있도록 수령 구간이 나뉘어 있어 헤매지 않고 빠르게 티켓을 수령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세심한 진행과 준비가 돋보이는 페스티벌이라는 감상을 받았다. 잠시간의 페스티벌 분위기에의 적응 시간을 가진 후, 선셋 포레스트에서의 뮤지컬 <에비타> 출연진들의 공연을 시작으로 재즈페스티벌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재즈가 흐르는 숲과 사랑의 페스티벌에서 평화를 찾다
풀밭에 피크닉 매트를 깔고 공연 시작 전 느긋하게 정리를 하고 있을 때, 마이클 리 배우가 선셋 포레스트 스테이지 위에 조용히 등장했다. 진중하고 따뜻한 목소리는 <에비타>의 넘버를 부르며 그림자가 드리운 서울숲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유리아 배우 역시 <에비타>의 넘버를 불러 선셋 포레스트 스테이지 주변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띄워주었다. 이어 유리아 배우가 야심차게 준비한 재즈를 들을 때는 비로소 재즈 페스티벌에 왔다는 게 실감이 됐다.
처음에는 무대 위에 오른 가수를 눈으로 좇기 바빴으나 각자의 자리에서 재즈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광판으로 보며 점점 주변의 분위기가 하나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선셋 포레스트 스테이지에서의 무대 뿐만 아니라 시간표에 따라 가든 시어터와 디어디어 스테이지에서의 공연을 구경하기 위해 재즈가 휘감은 숲과 무대 주변을 거닐었다. 무대에 열중한 아티스트의 모습도 예술이었으나 도란도란 모여 사진을 찍고 공연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재즈 그 자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전자공방X난아진'의 무대는 흔히 생각하는 재즈보다 훨씬 더 활달하고 예상치 못했던 독특한 사운드로 발걸음을 붙잡았다. 선셋 포레스트 스테이지에서의 '박상아 퀸텟'의 무대로 충분히 예열된 내적 그루브가 바깥으로 발산되는 것을 경험했다. 입구 근처 포토존에서 친구와 함께 사진을 남기고 전자공방의 사운드와 난아진의 보컬에 맞춰 공연을 제대로 즐겼다.
재즈를 잘 모르더라도 페스티벌이나 공연 소식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혹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걸 이번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서 느꼈다. 재즈를 알기 때문에 즐기는 것이 아니라 듣다 보면 즐기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 하나 훌륭한 아티스트의 공연을 볼 수 있는 페스티벌이기는 했지만, 설령 라인업을 보고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더라도 무대를 보기 전에 주는 그 신선함과 새로움이 주는 설렘은 여타 페스티벌과는 또 다른 신선한 종류였을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아티스트와 그의 음악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리듬을 탔던 경험은 멜로디 라인 하나 기억에 남지 않아도 그 자체로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게 그 설렘의 가치를 증명한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 채택 또한 이렇게 재즈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몫을 했다고 느꼈다. 이는 자유로운 재즈의 정신과 숲이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순간을 함께하고 다양한 추억으로, 몸으로 느끼고 있는 서울숲은 재즈와 잘 어울렸다. "NATURE, MUSIC & LOVE"라는 키워드가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을 수식하는 데는 자연의 한가운데서 재즈를 즐기는 과정에서 사랑을 재충전하기를 바라는, 자연과 음악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어떤 바람을 표현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번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서 감상했던 재즈는 우리의 몸을 들썩이게 했지만, 심장은 흥분보다는 평화로 채워주었다. 풀밭에 앉아 나무와 구름 사이로 흩어지는 재즈의 선율을 들으며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은 편해졌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페스티벌이기에, 즐길 마음으로 갔기 때문에, 서울숲을 빠져 나올 때쯤 녹초가 된 몸이 아닌 잔잔한 에너지가 감싼 몸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심 저녁에도 다 마르지 않은 흙내음과 풀내음을 맡으며 간만에 머금은 이 평화와 사랑의 감각이 쉬이 사라지지 않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