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은 누구를 위한 걸까?
당연히 이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관객을 위한 페스티벌이라고 느껴지는 경우는 많이 없다. 스무 살 때 처음 가 보았던 힙합 페스티벌에서는, 땡볕을 견디며 스탠딩 구역에 서 있다가 실신할 뻔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페스티벌은 유명한 아티스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관객들은 그들을 보기 위해 치열하게 기다려야 한다. 또 좋은 시야를 차지하려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지만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은 달랐다. 공간 구성부터 프로그램 진행까지, 관객이 쉬어가며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2017년에 시작해 올해로 9회를 맞은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은 ‘Nature, Music & Love’를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올해는 9월 19일 금요일부터 21일 일요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되었고, 나는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다녀왔다. 공원 내부에 자유롭게 돗자리를 깔고 음악을 즐기면 되는 것이며, 다회용기에 마음껏 음식을 싸 올 수 있어 진짜 피크닉을 하러 온 듯했다.
또한 세 개의 무대 중 하나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료 무대라는 점,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 무료입장,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는 펫존 마련 등 관객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그러나 재즈 페스티벌인 만큼, 음악까지 좋아야 결국 이 페스티벌이 좋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일요일 공연을 택한 이유도 라인업 때문이었다. 관람객들은 3개의 무대에서 열리는 공연들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관람할 수 있었다. 나는 늦게 도착한 편이었지만, 관람한 3팀의 공연은 모두 만족스러웠다.
나는 재즈라는 장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티스트 이름을 댈 정도로 잘 알지는 못한다. 알 디 메올라 (Al di Meola) 역시 이 페스티벌에서 처음 접했다. 전설적인 재즈 기타리스트라기에 그 무대를 꼭 보고 싶었는데, 연주가 들리자마자 매료되었다.
우선 기타 두 대와 퍼커션으로 구성된 조합이 듣기에 아주 편안했고, 정교하고 빠른 연주가 언뜻 듣기에도 실력자였다. 이 무대 전까지는 9월임에도 햇빛이 강렬해서 조금 지쳐있었는데, 훌륭한 연주를 들으니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의 음악에는 라틴, 플라멩코, 중동의 색깔이 다 녹아들어 있었고, 그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합쳐져서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다. 또한 야외무대치고 음향이 훌륭한 편이어서 연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해가 진 이후에는 스카재즈유닛의 무대가 있었다. ‘스카’라는 장르는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서 주인공 유미와 바비가 좋아했던 장르로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한 정의를 찾아보니 자메이카에서 만들어진 음악 장르로, 미국 재즈의 영향이 있었다고 한다. 레게와 연결되는 장르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스카라는 이름은 기타의 백 비트 리듬 ‘스카-스카’에서 유래했다.
스카재즈유닛은 8명으로 구성된 팀인데, 이들의 음악은 완성도도 높았지만 무엇보다 신났다. 나는 록을 좋아해서 이에 맞추어 방방 뛰는 것은 많이 경험해 보았지만, 재즈 페스티벌에서도 뛰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 신나게 뛰는 그 순간이 너무나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마지막 공연은 그렇게나 기다려왔던 이소라의 무대였다.
고등학생 시절 너무 힘들었던 날에, 유튜브로 이소라의 ‘비긴어게인’ 버스킹 영상을 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영상이었지만 가사의 깊이와 목소리의 호소력이 그대로 전해져서 놀라웠다. 그리고 5년이 지나 본 이소라의 라이브는 그 기대를 뛰어넘었다. ‘난 행복해’로 시작해서, ‘처음 느낌 그대로’, ‘청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믿음’, ‘Track 6’과 ‘Track 9’까지 귀가 황홀한 60분이었다.
이소라는 라이브가 정말 강한 가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맘때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복잡했었는데, 온몸으로 노래하는 울림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이소라를 재즈라는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노래를 들으며 이보다 더 확실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소라의 카테고리는 가을이었다.

날씨나 계절과 연관된 음악만큼 낭만적인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원래 비가 오면 재즈를 찾아들었는데, 이제 가을이 느껴지는 날에도 재즈를 들어야겠다.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화창하고 선선한 가을날과 너무 잘 어우러져서, 내년 가을에도 내후년 가을에도 생각날 것만 같다.
무엇보다 무대가 더 빛났던 이유는 관객 친화적인 환경 덕분일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압박이 없는 환경에서 들은 음악은 그 매력이 배가되었다.
관객이 함께 즐기고 여유를 느끼다 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정말 재즈다운 페스티벌이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