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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당신] 죽기 전에가 아니라,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 [버킷리스트]

나는 언젠가 삿포로를 지울 수 있을까?

by 박기영 에디터
2025.09.22 09:50

 

 

버킷리스트의 어원은 꽤나 섬뜩하다. 중세 시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 위에 서 있다가, 그 양동이를 차 버리는 행위를 Kick the bucket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bucket list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이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라.... 조금 무게감이 느껴졌기 때문에,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뭐, 내일 죽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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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사회가 원하는 길을 따라가는 일은 나에게 매우 쉬운 일이었다. 내 생각에 나는 경주마를 했으면, 평생 만족하며 살았을 것 같다. 평소에 그냥 생각 없이 주어진,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며 살기 때문이다. 누가 뭘 하라고 하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한다. 그래서 군 생활도 딱히 힘들지 않았다. 규칙을 지키는 일은 껌 씹는 행위보다 쉽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정말 말썽 하나 없이 공부만 열심히 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때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게 정말 버킷리스트였다.

 

물론, 지금도 무언가를 지키는 건 제일 잘한다. 무단횡단은 해 본 적이 없고, 짧은 도로도 기다렸다가 건너기 때문에,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답답해할 정도다. 이러한 내게 성인이 되자, 새롭게 다가온 유혹이 있었다. 나는 소비 욕구가 큰 사람이었다. 사회가 정해 준 규범 내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돈을 쓰면 된다. 책임도 내가 지고, 후폭풍도 스스로가 감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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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니까, 돈을 벌기 시작했다. 알바로 적지 않은 돈을 벌자 고삐가 풀렸다. 핸드폰 최신 기종이 나오자마자 구매하고, 배달 음식은 이틀에 한 번꼴로 시켜먹고, 택시도 자주 타고, 친구들에게 술도 사줬다. 그렇게 20대 초반의 버킷 리스트는 물질적인 것들로 가득했다. 매일매일 생겨나는 버킷 리스트들을 돈으로 지워 나갔다.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구매하는 삶. 이 정도면 정말 행복했다. 그런데,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 아직 가지고 싶은 게 남았나?


친구들은 가지고 있는데 나만 없는 게 있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뭐 사람은 누구나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가족, 친구, 심지어 지나가는 귀여운 꼬마아이까지. 세상은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사랑은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서로 보고 싶어서 하루 종일 생각하고, 불과 몇 달 전까지 모르던 사람에게 모든 걸 내어 줘도 모자랄 정도의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싶지만 나는 아직 20대니까 이 정도 꿈은 가져야겠다.


내 주변 친구들은 다 장기 연애를 하고 있다. 안정된 사람에게서 받는 편안함이 사람에게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얼마나 클까? 기회가 된다면, 논문으로 내고 싶을 정도다. 다들, 하나같이 사람이 바뀌었다. 눈치가 빨라졌고, 상대가 어떻게 하면 불편하지 않을지를 알고 있는 '진짜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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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 버킷 리스트는 연인과 겨울에 삿포로에 가는 거다.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이 삿포로라니? 조금 뜬금없는 말일 수 있다. 내가 삿포로에 가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다. 겨울에 삿포로로 가는 비행기 값은 아주 비싸다. 왜냐하면, 그곳은 겨울 하면 떠오르는 최고의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삿포로를 단순히 추억 쌓는 용도로, 서로를 위해 5일이라는 시간을 통째로 빼서 떠날 만큼의 사랑을 하고 싶다. 내 모든 자원을 써도 아깝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인생을 살면서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지금은 버킷리스트에 삿포로가 남았다. 삶을 살아가며 하고 싶은 일들이 다 버킷 리스트인 것 같다. 왜냐면, 이 넓은 세상에서 내 존재가 언제 지워질 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도 조금 섬뜩한가? 버킷 리스트는 참 무서운 말인 것 같다. 이번 버킷 리스트는 언제 지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 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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