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을 시작하며
나는 순수미술을 전공했고, 지난 1년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독립 다큐멘터리 생태계의 안내소’가 되어보려는 사람이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내셔널 지오그래픽, EBS, 그것이 알고 싶다."
나도 그랬다. 다큐는 재미난 취미생활이었다.

그 무렵 나는 미술을 통해 더 나은 현실을 질문하고, 가능성과 영감을 나누고자 했지만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현실 도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작업은 현실과 아무 마찰도 없는, 허공에 뜬 상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취미로만 즐기던 다큐멘터리를 업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무작정 다큐멘터리 수업을 듣기로 했다. 영상 동아리에 가입해 그림 대신 다큐를 제작하고, 책을 읽고, 작품을 보기 시작했다.
학업의 끝물을 EIDF(▶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 자원봉사자로 장식하고, 미디액트(▶서울, 미디어 센터)에서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이하: 독다큐)’ 수업을 수강하기로했다. 나는 그곳들에서 처음으로 독립 다큐멘터리들을 접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다큐멘터리의 길로 들어서다.
독다큐 촬영 중 필자의 모습
그곳에는 적은 예산 속에서도 높은 밀도의 삶이 엉켜 있는 장면들이 있었다.
그곳에서야말로 현실을 정직하게 포착하는 언어를 발견했다.
보이지 않던 현실을 조명해 정책과 돈의 흐름을 바꾸고, 결국엔 개인들의 신념과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이야기를 발견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비영리 단체 독소사이어티(Doc Society)의 '독립' 다큐멘터리 선언문엔 아래와 같은 문장이 있다.
글이 좋으니, 시간이 된다면 꼭 전문을 읽어보기 바란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우리는 깊이와 복잡성, 진정성, 개인적인 것과 심오한 것을 갈망한다.
나 역시 그 갈망을 느꼈다. 마침내 내가 가꾸고 싶은 땅을 찾은 것 같다.
다만 할 일은 많다.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땅을 고르고, 잡초를 뽑고, 기둥을 세워야 한다.

이 칼럼은 그 기록이 될 것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립 다큐멘터리스트들의 가능성과 이야기 보따리,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닮아가기 위해, 나는 이 세계를 탐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