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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열악한 공간에서 피어나는 상상력 [영화]

소극장과 마이크로 시네마

by 박서영 에디터
2025.07.1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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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공간에서 피어나는 상상력, 소극장과 마이크로 시네마


 

저는 언젠가부터 ‘열악한 공간’을 좋아해왔던 것 같습니다. 자본이 덜 들어간 공간이요.

 

원래는 그런 공간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과 대극장에서 난타 같은 어린이 뮤지컬을 보고, 인터미션에는 로비로 나와 카페에서 쿠키를 사 먹고, 끝나면 인파에 섞여 우르르 나오던 게 유년기의 추억이지요. 그런 공공의 인프라를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심지어 큰 공간에서 몇백 명이 함께 치렀던 대입 실기 시험도 저에겐 인상적인 추억입니다. 비행기 격납고같은 커다란 공간(평소엔 여러가지 페어가 열리는 곳이었습니다.)에 간이 책상을 주르르 펴 놓고 여섯 시간 동안 그림을 그렸는데요, 그 ‘시장판’같은 현장감, 대형마트처럼 방송해주던 시간 경과 알림도 좋았습니다.


그랬던 제가 미술대학 회화과에 입학하고 나서는, 주로 좁고 열악한 공간들을 겪게 됩니다. 학교에서 안 좋기로 손꼽히는 건물(빗물이 샌다고 행정실에 연락해도, ‘거긴 원래 그래요.’라는 답을 받는 곳입니다.)을 배정받는 미대생의 신세에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대안 공간’이라고, 주로 가던 전시 공간들 또한 어마 무시하게 열악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유행했던 주택 개조 카페보다 앞선 공간들이죠.

 

추락할 것 같은 계단, 냉장고 냄새가 나는 낮은 층고의 계단. 그 안에 가득 들어차 있던 작품들과 구색을 맞춘 스테이트먼트. 그런 공간들은 알 수 없는 노스탤지어를 자극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와 제 동기들은, 졸업 전시 공간으로 조명이 달린 학내 전시장이 아닌 실기실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전시를 보러 오신 부모님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셨지만요.


소극장 또한 ‘대안 공간’같은 아늑함을 줍니다. 대학교 졸업반 즈음엔 소극장 공연을 굉장히 많이 다녔는데요. 딱딱한 의자들이 다닥다닥 깔려있고, 조명이 객석까지 미치고, 배우의 침이 저에게까지 튈 것 같은 공간들이었습니다. 그런 공간에서 배우들의 호흡을 느끼고, ‘제4의 벽’을 깨는 등의 다양한 시도들을 보는 게 재밌었습니다. 저도 기둥 4개가 있는 공연장에서 무대의 3면에 객석을 깔고 공연을 하기도 했고요. 카페 옆자리 이야기를 엿듣는 것과 같은 현장감을 내고 싶었습니다. 참 재미있었어요.

 

크리스마스 즈음 사람들을 소극장에 모아놓고 새벽 내내 ‘달리는’ 공연, 빈백에 누워서 보거나 1인용 텐트 안에 들어가서 보는 공연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언젠간 해보고 싶네요.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라는 연극을 관람하며 그런 아늑함을 체험하기도 했는데요, 공연장을 진짜 교회처럼 꾸며놓고 공연을 했습니다. 객석에 가득 찬 관객들과 함께 스포츠 경기를 보듯 호응하던 기억이 따듯하게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관에 한해서는 저런 공간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PEEK CINEMA’라고 하는 망원동의 한 마이크로 시네마에 다녀왔습니다. 털 담요가 깔린 소파 객석이 다섯 개였고, 큐레이션 된 ‘단편영화’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건축을 전공하신 운영자분께서 직접 만드신 공간이라고 합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공동체상영’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인디그라운드’에는 상영을 원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독립 서점에서 사람을 모아 영화를 트는 것 같은 소규모 상영입니다. ‘인디스페이스’에서는 평론가들이 큐레이션한 단편영화를 상영한 후, 그에 대해 말하는 프로그램도 기획되어 있습니다.

 

이번 주, 작은 공간에 들러 영화를 관람하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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