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처럼 소심하고 주변에 친구도 그다지 없어서 영화 같은 공동 작업에 도전하길 두려워하는 분들을 위해 제 경험을 반영한 영화 촬영 과정 전반을 소개합니다. 뜻을 갖고 계신다면 누가 뭐래도 영화를 찍어내실 테지만, 그 과정 중에 시행착오가 덜하길 바랍니다.
0. 마음가짐 - 거의 모든 단계에서 돌발적인 문제가 생긴다. 방에 혼자 가만히 있어도 똥줄 타는 그런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정신을 놓지 않게 도와준다. 영화 만들기의 제일 악한 적은 ‘게으름’과 ‘평화로움’같다.
1. 시나리오를 쓴다. - 각 영화제 규정에 따라, 30분 혹은 40분이 넘어가면 장편으로 취급된다. 많은 단편 영화는 20분 언저리다. 그리고 한글(hwp) 11페이지가 23분 정도로 환산된다. 8~13페이지 분량으로 쓰면 충분하다. 시나리오는 네 시간 만에 술술 쓸 수도 있고, 일주일에서 한 달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작법 강의는 단편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들어도 되고, 쓰고 나서 들어도 되지만 어쨌든 한번쯤 들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 각종 교육기관에서 배울 수 있는데, 마감 기한이 생기는 것과 혹평에 단련이 된다는 점이 아주 좋다. 강사에게 험하게 굴려지며 많은 동료 수강생들의 피드백을 받고 싶다면 ‘방송작가협회 교육원’을 추천한다. 장편을 쓸 수 있는 기본기를 배울 수 있으며, 올바른 구성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만약 할리우드식 작법에 큰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 개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두산아트스쿨’의 희곡 수업을 추천한다. 시류에 맞는 주제의식이 뭔지 터득할 수 있다.
2. ‘필름메이커스’에 배우 모집 공고를 올린다. - 다짜고짜 공고를 올려두면 마감 기한을 만들 수 있다. 오디션 날짜와 촬영 날짜도 명시하면 더 좋다. 배우 페이의 적정가는 다른 이들이 이미 올려놓은 게시글을 훑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주일간 배역 당 300통 정도의 메일을 받게 된다. 입시 혹은 취업 준비 기간을 겪은 이들이라면 대개가 눈이 뻑뻑 해오고 한숨을 푹푹 쉬는 상태에서도 의무적으로 모든 메일을 열어보게 된다. 그렇게 도합 여섯 시간쯤 메일을 보다가, 이들 중 몇에게 연락을 하여 오디션 장소로 부른다. 이 과정이 부담된다면 아는 이들(비전문배우)에게 연기를 부탁하거나, 필름 메이커스에 배우들이 올려놓은 프로필로 직접 연락을 하는 방법도 있다.
3. 오디션을 보고 배우를 확정한다. - 오디션은 뚫려있는 공간이 아닌, 독방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큰 소리로 연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연습실을 대여, 미디어센터 공간 대여 등의 선택지가 있다. 대학 재학 중이라면 학교 강의실도 좋겠다.
4. 촬영 장소를 확정한다. - 모든 촬영을 에어비앤비같은 장소에서 한다면 30~100만 원 정도 들이게 될 수 있다. 문화재단, 공공센터 같은 곳을 잘 찾아본다. 무료로 대여해주는 곳들이 꽤 있는데, 개방 시간이 대체로 9시간 이내인 것은 감수해야 한다. 대학생이라면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찍어도 되니 참 좋다. 사무실, 병원, 가게 같은 곳들은 로케이션 대여 사이트에서도 빌릴 수 있지만, 지인을 통하여 알아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5. 콘티를 그리고 촬영계획표를 만든다. - 인터넷에서 콘티 양식을 다운받아서 콘티를 그린다. 졸라맨으로 그려도 된다. 스케치업을 잘 다루신다면 적극 이용하시길. 너무 촉박하면 콘티를 전체 컷 그리지 않고 일부만 그리는 경우도 보았다. 그리고 대부분 촉박하게 찍게 될 테니, 어느 순서로 찍을 것인지 촬영계획표를 만드는 것이 좋다.장소가 한정적이라면 순서대로 찍어도 무방할 것이다.
6. 최소한의 스텝을 모신다. - 미술 소품은 촬영일 전에 감독이 챙긴다. 촬영 당일에는 촬영, 동시녹음(무선녹음기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동시녹음을 추천한다), 슬레이터&스크립터 등 감독 외에 3명의 최소 인원이 필요하다. 카메라를 잘 다룬다면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잡을 수도 있다. 촬영 감독은 필름 메이커스에서 구할 수 있지만, 그 외 스텝은 평소 친근히 알고 지냈던 이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다.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최소한 감독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현장에 있어야 한다.의외로 이렇게 팀을 꾸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교육기관이나 워크숍을 찾아가 품앗이를 이용한다. 대학생이라면 동아리가 최고다.
7. 찍는다.
8. 프리미어 프로로 편집한다. - 어쩌다 핸드폰 어플로 뚝딱뚝딱 편집하는 이도 보았다. 하지만 프리미어 프로를 가장 많이 이용하니, 한 달을 구독해서 사용하면 좋다. 완성되면 MP4 파일 형식으로 내보내고, 프리뷰 용으로 유튜브 일부공개나 비메오에 업로드한다. 의외로 이 과정에서 오래 쉬거나 그만 두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촬영물들이 처음 품었던 기대를 크게 배반하더라도, 붙여놓고 음악을 넣어놓으면 괜찮아보인다.
9. 영화제에 출품한다. - 각종 영화제에 출품한다. ‘인디그라운드’에서 매월 상영작을 모집하는 다양한 영화제들을 알려준다. 제작한 지 1년이 지나면 더는 영화제에 출품할 수 없으니, 이후 유튜브에 업로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