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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유독 많은 사람들이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자신과 가장 가까운 종교로 불교를 꼽는다고 한다. 그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불교의 매력을 추측해보자면, 무엇이든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성에 있지 않나 싶다. 그 기반에는 부처, 즉 석가가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았던 한 인간이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불교에서는 절대적인 존재를 추앙하기보다 스스로의 내면을 수련하기를 가르친다. 그런 점에서 부처는 ‘신’적 존재라기보다 ‘스승’에 더 가까운 듯 하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부처의 가르침을 구체적인 일화, 배경과 함께 소개함으로써 설법을 쉽게 이해하고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석가가 살았던 시대와 현대 사이에는 2500년이라는 긴 세월이 있다. 그럼에도 생전 고통과 모순이 가득한 삶에서도 ‘인간다움’을 향해 묵묵히 걸어갔던 석가의 깨달음은 번뇌와 방황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들에게 평안과 자유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밝혀준다.


누구나 깨닫는다면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철학을 이야기 한다는 점이 부처의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나 또한 책을 통해 석가의 가르침, 그 이면에 있던 주변 상황과 선택의 이유를 접하며 많은 번뇌를 다스릴 수 있었기에 책 속 인상 깊었던 몇 가지 구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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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죽어가는 사람을 미워하고 혐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을 때 내 생존에 대한 자만심이 완전히 사라졌다.

 

P. 31

 

 

죽음을 가볍게 여겨본 적은 없었지만, 해당 구절을 통해 나는 그렇다고 하여 삶의 이유를 찾으려 다분히 노력하지도 않았음을 깨닫았다. 모르는 사이 아직 젊은이인 나는 살 날이 아직은 충분하다는 이유로 삶에 대한 은근한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죽어가는 사람을 목전에 두었다고 가정해보았다. 아마 내 안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연민’, ‘두려움’일 것 같다. 그러나 언젠가 나 또한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생각하면 이 또한 자만에서 비롯된 감정이 아닐 수 없다.

 

죽음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기에, 삶을 살아가는 동안 항상 오늘을 소중히 여기고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애쓰고자 해야 할 것이다.


 

“견문촉지(見聞觸智)하면 모두 보살에 가까워진다”라고 했다. 우리가 보고 듣고 접촉하는 모든 것에 깨달음으로 이끄는 어떤 것이 담겨 있다.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귀를 기울이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P. 81

 

 

나이가 들수록 ‘귀 기울인다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는 듯하다. 그저 듣는 것이 아닌 귀 기울임은 내 안에 이미 정립된 단단하고 고집스러운 무언가를 언제든지 변화시킬 각오가 되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까 말이다. 특히 화자를 은연 중에 ‘나와는 다른’, 혹은 ‘말이 통하지 않는’ 다는 프레임을 씌워서 보고 있었다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이 있어도 그것을 듣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해당 구절을 통해 깨달은 것은 진심을 담아 귀를 기울일 자세만 갖추어져 있다면 어렵게 찾고자 하지 않아도 만물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치였다.

 

어쩌면 배우는 시간보다 배움을 준비하는 시간에 더 공을 들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더 많은 것을 원하고는 아귀, 축생과 같은 삶을 보내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만족하여 마음이 편안한 삶을 평생 바랄 수 없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해하고 만족하는 소욕지족(少欲知足)하는 마음 가짐을 지닐 필요가 있다.

 

P. 354

 

 

채움보다는 비움을 추구하는 삶이란 나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누구보다 맥시멀리스트임을 자부하는 나에게는 늘 새로운 욕심이 들끓었고,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가지고 싶은 것’에 집중하였다.

 

이 구절을 통해서 어쩌면 그 욕심의 원천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나의 미지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음을 의심해보게 되었다.


종종 탐을 내던 것이 이미 나에게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릴 때가 많다. 가령 큰 마음먹고 구매한 것과 너무나도 비슷하게 생긴 옷을 옷장 한 구석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이미 소유한 것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돌보는 과정이 없었기에 벌어진 일일 것이다.


이와 같이 부처의 삶에서 비롯된 말씀은 우리 각자의 삶 속 번뇌를 돌아보았을 때 살아있는 지혜가 되어 다가온다. 결국 책의 구성이 그러하듯, 단순히 부처의 말을 접하는 것 뿐 아니라 그것을 통해 우리의 삶과 지점을 찾아내고 스스로 돌볼 수 있을 때 부처의 말은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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