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3일.
무작정 기타 학원을 등록했다. 기타를 쳐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로부터 벌써 5개월이 흘렀다. 어렵지 않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악기가 이제는 정말 취미로 자리 잡았다. 시작은 단순히 밴드음악이 좋아서였다. 자각하지 못했던 시절부터 내 취향은 밴드였던 것 같다. 노래를 들어도 음원보다 밴드 라이브 영상을 더 찾아들었고, 유튜브에 누군가 올려둔 악기 강조 버전을 찾아 듣는 것을 즐겼다.
데이식스로 밴드 세계에 입문한 나는 "밴드는 하나다"라는 말을 몸소 체험하듯 조금씩 조금씩 스펙트럼을 넓혀갔다. 찾아 듣는 밴드가 많아지고, 음악과 밴드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취향이 확고해졌다. 그렇게 악기를 배우고 싶어졌다.
사실 기타보다 먼저 흥미를 끌었던 것은 베이스와 드럼이었다. 아무래도 공연장에서 온몸을 강타하는 그 울림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매일매일 배우고 싶어지는 악기가 달라져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가장 접근성이 좋은 악기가 기타라고 생각했고, 곧바로 학원을 찾았다.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신기할 정도로. 새로운 도전을 즐기지만 동시에 이것저것 따져보는 성격인데 그때는 마치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내질렀다.
생산적인 취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나는 덕질 말고는 딱히 취미랄게 없는 사람이다. 뮤지컬이나 밴드 덕질이 취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도파민이 제공되지 않으면 급격하게 공허하고 우울해지곤 한다. 그래서 외부 자극으로 인한 즐거움 말고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생산적이고 건전한 취미생활에서 오는 건강한 즐거움을 느껴보자는 마음이 악기를 시작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이다.
그렇게 만나게 된 기타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달랐다. 사실 쉬울 줄 알았다.기타를 치는 사람은 주변에 정말 많고,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많이 접하는 악기니까 어렵지 않게 금방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손목은 안쪽으로 꺾여서 아프고 손가락 끝에는 불이 나는 것만 같았다. 지판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줄 6개가 하나로 보이는 바람에 이상한 줄을 튕기기까지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거 미친 듯이 재미있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기타가 마음대로 쳐지지 않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축에도 끼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매일매일 연습실에 나가 기타를 쳤다.
악보도 제대로 못 봤던 나는 5개월 만에 4개의 곡을 완주했다. 물론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지만 연주할 수 있는 곡이 늘어나고, 배우는 기술이 늘어갈 때마다 찾아오는 성취감은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 속 단비가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기타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기타를 치면서 넘어져도 멈추지 않았고, 조금 부족해도 용기를 내보았고, 고통과 스트레스를 게임처럼 즐겨보기도 했다. 밴드로 활동해보고 싶다는 작지만 큰 꿈도 생겼다. 이런 뿌듯함과 성취감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정신이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앞으로도 마음이 닿는 한 기타를 열심히 쳐볼 생각이다.
훗날 밴드에서 화려한 기타솔로를 선보일 수 있을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