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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은 미술 평론가 마이클 페피엇이 추앙한 27인의 예술가들에 대한 개인적 감상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아끼는 예술가 한두 명쯤은 품고 산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페피엇은 자신의 글이 다른 사람을 그려낸 초상과 같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그린 초상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는 자화상만큼이나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초상이 또 있을까?” 그가 사랑한 예술가들을 엿보며, 나 역시 자연스레 내가 사랑하던 예술가들이 떠올랐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가들을 통해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은 5개의 파트로 나뉘어, 27명의 예술가들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일화와 시선으로 구성된다. 나 역시 내 마음속 신전에 모셔둔 예술가들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던 작가들의 이야기로 눈길이 갔다. 그중 특히 인상 깊게 읽은 세 명의 예술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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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등장하는 빈센트 반 고흐는 독보적인 화풍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낸 화가다.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많은 유명 예술가들은 생전에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자신의 작업에 대한 확신을 지닌 경우가 많다. 작업이 타인에게 받아들여진다는 경험은 예술가에게 큰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흐는 생전에 철저히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였다. 가난하고 고독한 삶 속에서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예술에 대한 열정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그런 절박함이야말로 그의 작업을 더욱 독창적이고 강렬하게 만든 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는 그의 그림을 보며 한눈에 ‘고흐’임을 알아차린다.

 

그만큼 그는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완성했고, 대중은 그것을 이해할 준비가 늦었을 뿐이다. 생전에 그런 공감을 단 한 번이라도 느껴봤다면 어땠을까 싶어 아쉬움이 남는다. 동시에, 그런 열정과 외로움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삶이 있었기에 지금의 고흐가 존재할 수 있었음을 생각하면, 묘한 감정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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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호안 미로다. 나는 미로의 추상적인 회화 작품들을 떠올리며 그의 이름을 기억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는 문학, 특히 시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당대 문학인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초현실주의 역시 그에게는 문학으로 먼저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나도 시각예술과 문학이라는 두 예술을 모두 좋아하는 편이기에, 미로의 예술세계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졌다. 특히 문학을 위한 삽화를 직접 그렸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아티스트 북’이라 불리는 책은 미로의 감각적인 그림과 더불어, 종이, 서체, 인쇄 방식까지 예술적으로 완성된 하나의 작품이다.

 

최근 들어 책을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다루는 흐름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 미로의 작업은 그 자체로 시대를 앞서간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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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살바도르 달리.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날카로운 콧수염과 독특한 복장, 심지어 개미핥기를 산책시키는 기행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이 책은 그의 모습을 단순한 ‘괴짜 예술가’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천재적인 재능과 과도한 자기 연출 사이에서 균형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모습에 주목한다. 어릴 적부터 모두가 인정하는 천재가 되길 꿈꿨던 그는 미술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하지만 점차 자기복제에 빠졌고, 후기에는 상업적 선택을 택하며 본래의 예술성과 거리가 생긴다. 락스타의 삶과도 비슷하다. 천재성을 무기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성공과 함께 몰락의 그림자도 함께 찾아온다. 그러나 그가 자신을 그렇게 철저히 브랜드화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이토록 강렬하게 기억되었을까?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를 줄타기하던 달리의 삶은 예술가란 무엇이며, 예술이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그의 인생이 완벽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마주한 세 명의 예술가-고흐, 미로, 달리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예술과 삶을 살아냈지만, 공통적으로는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인 나 역시 나 자신의 내면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책의 서두에서 마이클 페피엇이 말했듯, 누군가를 그린 초상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의 자화상을 발견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을 통해, 나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삶의 태도를 다시금 정리해본다. 이 책은 단지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예술가를 사랑한 사람의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를 읽은 또 한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렇게 예술은 결국 우리 모두를 연결하는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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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걸 탐험하며 멋나게 인생을 채워나가고 싶은 폼생폼사 인간, 강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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