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포맷변환]청바지 모음.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1/20241113181248_ibdrnnsf.jpg)
아침의 눈을 뜨고 오늘 하루 무얼 해야 하나 생각한다. 일어나 씻으며 점차 하루를 살아갈 의지를 다진다. 나가기 전 옷을 갈아입는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청바지를 고른다. 나와 함께한 만큼 때가 타고 낡아져 있는 청바지 말이다. 익숙하면서도 탄탄한 감촉이 왠지 모를 안정감을 준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갑옷처럼 청바지를 입고 문밖을 나선다.
청바지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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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청바지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됐다. 서부 개척 시대에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진 작업복이 청바지의 시작이니, 청바지의 역사는 100년이 훌쩍 넘어 거의 200년 가까이가 되어간다. 청바지의 원단인 데님은 원래 천막을 만드는 용도였지만 특유의 튼튼함과 질김으로 인해 작업복으로 성공하게 된다. 청바지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들이 많지만 가장 유명한 일화는 리바이스 스트라우스 라는 사람이 1800년 중반 천막용 천으로 작업복을 만들었고, 그것은 곧 청바지의 탄생이자 훗날 리바이스 브랜드의 시작이 된다.
당시에는 튼튼하고 때가 묻어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는 특징으로 인해 작업복으로 많이 쓰였지만, 시간이 지나 1950년대 이후부터는 당시 스타였던 말론 브란도와 제임스 딘의 영향으로 인해 패션 아이템 나아가 청춘의 상징이 된다. 이후 시대마다 변화는 있었지만, 청바지는 대부분 사람들의 옷장에 하나 정도는 있는 바지로 오늘날까지 우리와 함께하게 된다.
![[크기변환][포맷변환]제임스 딘.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1/20241113181352_onldohei.jpg)
이제 더 이상 작업복으로 입지는 않지만, 영원한 클래식이자 패션 아이템으로 오늘날에도 수많은 멋쟁이와 스타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까지 청바지를 입는다. 청바지는 노동과 땀의 상징에서 청춘과 반항의 상징으로 그리고 자유의 상징으로 변화해 왔다. 치노, 퍼티그, 슬랙스, 조거팬츠 등 다양한 바지들이 있지만 누가 뭐래도 가장 쿨한 바지는 역시 청바지다.
멋지게 입는 법
![[크기변환][포맷변환]밑단워싱.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1/20241113182228_csprhypq.jpg)
우리가 청바지를 입고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세탁하면 청바지에는 워싱이라는게 생긴다. 사람들이 흔히 물빠짐이라고 말하는 게 워싱이다. 워싱은 청바지의 파란 염료가 점차 빠지는 것으로 입은 사람의 흔적에 맞춰 생긴다. 그래서 같은 청바지를 사더라도 그걸 입은 사람에 따라 워싱은 가지각색으로 나올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청바지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입는 사람에 점차 맞춰지고 그 사람의 흔적이 남는 것. 청바지의 워싱에는 그 사람만의 이야기와 시간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입는 게 청바지를 멋지게 입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방법은 역설적으로 그냥 아무렇게나 막 입는 것이다. 청바지의 즐거움은 점차 나만의 청바지를 만드는 과정에 있는 것이기에, 시작은 이미 워싱이 되어있는 워싱진보다 리지드나 원워시 데님을 추천한다. 리지드 데님은 수축이 있을 수 있으니 한 두 사이즈 여유 있는 것을 고르는 게 좋고, 원워시 데님은 이미 수축이 되어있으므로 딱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두 데님 모두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찐한 파란색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청바지는 연청, 중청, 진청 이렇게 다양한 색깔들이 있지만 사실 그 바지들은 모두 리지드 데님에서 물이 빠진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청바지를 찾았으면 이제는 최대한 열심히 입고 다니면 된다. 셔츠 같은 포멀한 복장에 입어도 되고 맨투맨이나 후드티 같은 캐주얼한 차림에 입어도 된다. 무채색뿐만 아니라 쨍한 색감의 옷까지 청바지는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열심히 바지를 입다 보면 점차 바지를 빨아야 할 때가 다가온다. 우리가 기대하던 워싱이 생기는 때가 바로 세탁하고 나서부터다. 사람들마다 청바지를 세탁하는 방법과 시기에 대한 제각각의 의견이 존재하지만, 많이 입고 덜 세탁할수록 극적인 워싱이 나온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청바지의 본질은 작업복, 언제나 핵심은 막 입는 것이다. 그러니 애지중지하고 세탁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열심히 입고 다니는 걸 추천하다. 그게 청바지를 입는 쿨한 자세니까.
나는 내가 가진 청바지의 흔적을 통해 나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나의 사소한 순간들을 알게 되었다. 왼쪽 뒷주머니에 생긴 각진 모양의 자국은 내가 항상 휴대전화 넣어두던 자리이다. 오른쪽 앞주머니에 생긴 워싱은 내 지갑 모양과 똑같다. 유난히 색이 빠진 엉덩이는 열심히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던 아르바이트를 생각나게 한다.
나는 사소하지만 나름의 추억과 역사를 머금고 있는 물건들이 참 좋다. 이 세상엔 더 성능 좋고 예쁜 새 상품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물건은 새것에서 낡아가고 다시 새것으로 미련 없이 교체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멋들어지게 나이 들어가는 건 사람뿐만 아니라 물건에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에게는 청바지가 그저 불편한 바지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질기고 뻣뻣한 청바지의 매력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몸에 맞게 변하고 나의 흔적을 간직한 그런 바지가 있다면 경험해 보고 싶지 않은가. 만약 그저 편하고 예쁘기만 한 바지가 아니라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가며 입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그런 바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나는 강력히 추천한다. 청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