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은 링고처럼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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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틀즈를 좋아한다. 그중에서 누가 가장 좋냐고 물으면 난 당연히 존 레논이 좋다고 대답한다. 그렇지만 만약 그다음으로는 누가 좋으냐고 묻는다면 난 아마 링고 스타 라고 대답할 것 같다. 우리는 흔히 비틀즈라 하면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 그리고 조지 해리슨을 떠올린다. 아마 링고 스타를 처음으로 떠올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대부분 링고는 존, 폴, 조지에 비해 중요하지 않은 병풍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심슨에는 "됐어! 그래 난 필요 없는 존재야! 비틀즈로 치면 링고스타 같은 존재라고!"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사실 우리의 인식과는 다르게 링고는 음악적으로도 이미 많은 인정을 받았다. 모던 드러머 명예의 전당과 로큰롤 명예의 전당 그리고 타악기 예술협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대단한 아티스트가 바로 링고이다. 그렇지만 내가 링고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것들 때문이 아니다.
링고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그의 성격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링고를 개인적으로 알거나 실제로 만나본 건 아니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과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이 사람 참 멋진 사람이구나 싶다. 링고는 어릴 적부터 크게 아픈 적이 많았지만, 특유의 쾌활함은 잃지 않고 커왔던 것 같다. 다른 사람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은 그를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게 했다.
존과 폴이 서로를 깎아내리며 싸울 때도 그들을 말린 건 링고였고, 조용한 조지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도 링고였다. 또한 까탈스러운 존이 링고와 대화하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고 하는 걸 보면 지금의 비틀즈가 있기까지 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다. 주변의 친구가 나보다 잘난 점이 있으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스스로를 갉아먹는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링고는 주변에 천재가 정말 많았다. 그리고 그 역시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남들에게 증명받고 드러내려 애쓰기보다 그는 겸손하게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되 자신의 색깔을 유지했다.
그런 그의 솔로 앨범인 Ringo에는 다양한 스타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링고의 앨범이지만 존, 폴, 조지가 모두 참여했고 랜디 뉴먼과 마크 볼란과 같은 당대 유명 뮤지션이 그의 작업을 도왔다. 아마 그의 사람 좋은 성격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링고는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락 그룹의 멤버이자 뮤지션 중 하나다. 그러나 성공과 별개로 그는 초연한 자세로 웃음을 머금은 채 삶을 살아간다.
이런 링고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그의 인터뷰 내용이 있다."우리 넷이 백만 명의 팬 앞에 서서 팬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멤버 뒤에 서라고 한다면, 내 생각에는 폴의 뒤에 가장 많이 줄을 설 것이다. 존과 조지가 공동 2위일 것이고 나의 팬이 가장 적을 것이다. 나의 생각일 뿐이다. 그러나 존과 폴의 팬들은 각각 다른 편의 팬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나의 팬 중에는 존의 팬과 폴의 팬도 있다. 그들은 가장 좋아하는 멤버 외에도 나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2등 표까지 세면 내가 1위를 할 것이다."(링고 스타)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으면서도 2등 표까지 합하면 자신이 1등이라는 말에서 그의 유쾌함이 드러난다. 이런 유쾌함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지금 당장 현실이 너무 심각해 보여도 멀리서 보면 별거 아니라는 듯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순간의 여유를 링고의 삶을 통해 배운다.
비틀즈를 보면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신념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존과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 폴, 그리고 두 천재 사이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 조지. 그리고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알며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링고. 만약 우리가 삶을 고를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넷 모두 대단히 성공한 사람이지만 난 성공을 떠나서 링고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 꽤나 쿨하고 멋져 보인다. 나는 오늘도 존의 가사를 보고 꿈을 꾸고, 폴의 멜로디를 듣고 기뻐하며, 조지의 노력을 보고 자극을 받지만 한 번뿐인 내 인생은 되도록 링고처럼 살고 싶다.[강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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