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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와 내 친구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요즈음 다시 뜨겁게 불타오른 소재가 있다. 바로 ‘방탈출’이다.


방탈출에 처음 입문했던 건 2021년 무렵이었다. 고등학교 친구 네 명이 모인 톡방에서 공포 방탈출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다. 모든 만남에서 주도적이었던 친구 두 명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준 덕분에 인생 첫 방탈출을 하게 됐다.


어딘가 어설프고 현실감 없는 소품들과 처음 보는 스타일의 문제들에 당황한 우리는 크게 무서움을 느낄 새도 없이 어영부영 탈출에 성공했다. 다행인 점은 크게 기대하지 않아서였는지 실망도 크지 않았던 것이다.


첫 방탈출을 그다지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과 다르게 우리는 어느새 새로운 방탈출을 알아보고 있었다. 무서운 걸 좋아하는 우리답게 또다시 공포 테마의 방탈출을 알아보았고, 이번엔 난이도와 퀄리티 모두를 확 올린 ‘링’이라는 테마를 하러 갔다. (방탈출을 익히 아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코스 같은 테마이다.)


압도적으로 무서워진 인테리어와 연출, 장치 등의 요소들은 우리(특히 ‘쫄보’ 중 쫄보인 나)를 공포로 몰아넣었고, 첫 번째 시도에서 처참히 탈출에 실패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두 번째 시도에서야 탈출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우리는 곳곳에 있는 유명한 공포 장르의 방탈출을 섭렵했다. 한 번 좋은 곳을 다녀오니 실력에 비해 눈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이름 있는 곳들만 골라 다녔다.


누군가는 생각한다. ‘왜 돈을 내고 갇히러 가지?’

 

나도 잘 몰랐다. 내가 왜 돈을 내고 갇히러 가고 있는지....


오늘은 방탈출의 멈출 수 없는 매력 포인트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탄탄한 이야기와 뛰어난 인테리어


 

방탈출이라고 해서 그냥 무작정 방 여러 개, 자물쇠 여러 개, 다 풀면 끝! 이 아니다. 방탈출에도 이야기가 있다. 아예 세계관이 구축되어 있어 시리즈물로 제작되는 방탈출도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런 방탈출의 스토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각 방의 인테리어이다.

 

 

[크기변환]링 포스터.jpg

ⓒ 제로월드 강남점

 

 

앞서 잠깐 언급했던 ‘링’이라는 테마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공포 영화 <링>을 소재로 한다. 줄을 서서 입장한 뒤 감았던 눈을 뜨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일본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높은 퀄리티의 인테리어는 순식간에 그것이 방탈출임을 잊게 만들어준다.


방 자체의 개수가 많은 만큼 문제의 수도 많고 난이도도 높았지만, 몰입을 잃지 않게 해준 원작 기반의 탄탄한 스토리와 인테리어가 큰 몫을 했다고 본다.

 

 

[크기변환]꼬레아 우라 포스터.jpg

ⓒ 코드케이 홍대점

 

 

그럼에도 인테리어 분야의 최고를 꼽아보라면 ‘꼬레아 우라’라는 테마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일제강점기와 독립에 관한 역사 테마인데, 큰 스케일 속에서도 촘촘한 구조와 소품, 연출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아직까지도 우리 방탈출 모임에서 최고의 인테리어로 회자되는 테마이다.


대개 방탈출은 한 시간 내외의 타임어택이 존재한다. 웬만한 영화 한 편을 보기에도 어려운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형사가 되기도 하고, 가수 연습생이 되기도 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그것을 받쳐주는 뛰어난 인테리어는 우리를 순식간에 방탈출 속 주인공으로 몰입하게 해준다.




상상을 뛰어넘는 연출


 

방탈출을 시작하고 나면 무수히 많은 자물쇠와 장치들을 만날 수 있다. 방탈출의 재미를 좌우하는 것은 이 두 가지에 있다.


특히 자물쇠를 풀거나, 문제의 해답을 찾았을 때 작동되는 장치들이 기상천외한 경우가 많다. 바닥이 움직이는 것은 기본이고 방의 구조가 모조리 바뀌는 등 큰 스케일의 장치가 작동되곤 한다.


연출은 비단 장치가 작동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테마 내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스토리의 전개를 돕는 영상이 송출되기도 하고, 직원이 많은 방탈출 카페의 경우 직원이 테마 내에 연출적으로 개입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아예 전문 배우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크기변환]포레스트 포스터.jpg

ⓒ 제로월드 강남점

 

 

연출 부문에서 기억에 많이 남는 테마는 ‘비밀의 가족’이라는 테마와 ‘포레스트’라는 테마였다.

 

두 테마 모두 공포 장르였는데, 몰아치는 연출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자세한 사항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이야기할 수 없지만, 4명의 플레이 인원에 최적화된 똑똑한 연출을 활용해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앞서 이야기한 테마들의 대부분이 공포 장르였지만, 방탈출에는 더욱 다양한 장르가 있다. 그만큼 활용되는 소재도 다양하다. 마냥 재밌거나 무섭기만 한 오락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방탈출을 끝내고 난 뒤에도 생각해 볼만한 거리들이 꽤 있다.


가장 좋은 점은 친구들과 함께하며 잊지 못할 추억이 생긴다는 게 아닐까 싶다. 공포 테마를 즐겨하는 우리 친구들, 특히 나 같은 쫄보의 경우 극한의 상황에서 어떤 인간성을 발현하는지 완연하게 볼 수 있다는 게 매우 큰 재미 요소이다.


전국 각지에 좋은 방탈출이 많이 있으니 매일 똑같은 만남에 지루함을 느끼는 모임이 있다면 도전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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