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는 ‘어느 날 사람들의 눈이 모두 멀게 된다면?’ 이란 로그라인을 주제로 시작되는 소설이다.
독서하며 놀랐던 점은 촘촘하고 섬세한 문체와 ‘모든 사람의 눈이 먼’ 사건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하는 작가의 역량이었다.
‘우리는 세상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이제 곧 우리가 누군지도 잊어버릴 거야, 우리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지도 몰라, 사실 이름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개는 이름을 가지고 다른 개를 인식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개들의 이름을 외우고 다니는 것도 아니잖아, 개는 냄새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또 상대방이 누군지도 확인하지, 여기 있는 우리도 색다른 종자의 개들과 같아.’
책 87쪽에 나오는 문장 중 하나이다. 실명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수록 인간들의 인간성은 차츰차츰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 남에게 폭력을 스스럼없이 행사하고, 여자를 성 노리개 취급하며 아무 곳에서나 성관계를 맺는다.
어릴 적 엄마에게 ‘인간도 결국은 동물이야.’라는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빠진 경험이 있다. 제약이나 통제 없는 사회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혹하게 변할 수 있는지, 또한 인간들이 동물들을 ‘지배한다.’라는 사고를 하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사회는 ‘공동생활을 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집단’을 뜻하는 말이다. 즉, 우리 사회는 서로의 소통과 연대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부품이 하나라도 고장 나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태엽 시계처럼 말이다.
과연 ‘눈먼 자’ 들은 누구인가. 혹은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지 않아 서로의 ‘눈이 멀어진’ 자들은 누구인가. 사라마구가 그린 ‘눈먼 자’란 재난은, 견고하게 벽을 쌓은 채 개인주의로 살아가는 미래세대를 향한 경고가 아니었을까.
코로나19 이후 심화 된 개인주의와 소통의 부재가 심각해진 요즘, 이런 재난이 도래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