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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성황리에 넷플릭스 1-4막 공개를 마쳤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펑자는 많이 공감하기도 하고,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여러 장면들이 인상깊지만, 특히 기억에 님는 장면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막 어린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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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순이의 엄마는 해녀였습니다. 오래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 전복을 잡아오다보니, '숨병' 즉, 폐병이 발병합니다. 그런데도 갖은 일로 고생한 애순이의 엄마는 담배를 피웁니다. 애순이는 엄마가 오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화분에 물을 듬뿍 붓습니다. 엄마가 화분 아래에 담배를 숨겨둔 것을 알고 있기에, 담배가 물에 젖어 엄마가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허구헌날 점복 점복

태풍와도 점복 점복

딸보다도 점복 점복

꼬루룩 들어가면 빨리나 나오지

어째 까무룩 소식이 없소

점복 못봐 안 나오나

숨이 딸려 못 나오나

똘내미 속 다 타두룩

내 어망 속 태우는

고 놈의 개점복

점복 팔아 버는 백환

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

허리아픈 울어망,

콜록대는 울어망

백환에 하루씩만

어망 쉬게 하고 싶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中, 10살 애순의 시

  

 

애순이는 시인이 되어, 돈도 많이 벌어, 엄마에게 목걸이도 해주겠다 합니다. 하지만 애순이의 엄마는 결국 일찍 요절하고 말았는데, 그 나이가 스물아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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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순이는 엄마가 남긴 양배추 밭을 일구며, 그리고 새아빠네에서 동생들을 돌보며 생활합니다. 돈을 모아 새아빠에게 주며, 동생들 학교 들어갈 때까지만 키워주면 대학에 보내주겠다는 새아빠의 약속을 받아냅니다. 하지만 새아빠가 돈을 모아두었을리 없었고, 애순이는 집을 나오게 됩니다 애순이를 부산 공장으로 보내버리려던 큰아버지를 벗어나,. 항상 자신을 옆에서 돕던 관식이와 함께 부산으로 가출합니다. 전재산이 든 가방을 도둑맞기도 하고, 어린 애들이라 무시 받기도 하며 결국 제주도로 돌아옵니다.

 

제주도에서의 삶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가출했다는 이유로 애순이는 학교에서 퇴학 당하고, 관식이는 정학을 당합니다. 그리고 고아였던 애순이를, 관식이네 집에서는 며느리로 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둘을 떼어두려 했지만, 서로에게 너무나 애틋했던 애순이와 관식이는 결혼합니다.

 

 

애순이: 후회 안 하지? 이제 배 타고 제주 뜨면 영영 빠꾸는 안 되는 거야. 인생 낙장불입이고 오빠 인생, 내 인생 말 하나로 합치면 죽으나 사나 하나로 가는 거라고. 그니까 쫄리면 지금 물러. 도로 니 집 가!


관식이: 나는 내 19년 인생 중에 지금이 제일 신나.


-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中

 

 

 

2막


 

시집살이에 시달리던 애순이. 그런 애순이를 관식이는 보며 마음 아파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애순이의 시할머니는 애순이 딸 금명이를 해녀 시키고자 합니다. 애순이는 자신의 엄마도 해녀 하다가 숨병 나 요절했다며, "금명이 내 딸이에요. 내 딸! 이 집 살림 밑천 아니고 내 딸!" 이라고 외칩니다. 이에 시할머니와 시어머니가 애순이에게 손찌검을 하자, 관식이는 애순이를 데리고 나와 분가합니다.


 

난 그냥 빨리나 늙었으면 좋겠어. 난 어 른되면 울 엄마처럼 다 그냥 밥공기를 맨 손으로 잡는 줄 알았어. 경자이모처 럼 빚쟁이가 처들어와 있어도 밥만 잘 비벼 먹는 줄 알았지. 손에나, 속에나 굳은살이 절로 배기는 줄 알았는데 난 그냥 다 뜨거워. 맨날 데어도 맨날 아 퍼. 나만 모지랭이인가? 남들은 다 어 른 노릇하고 사나? 난 그냥 빨리나 좀 늙고 싶어. 엄마 노릇이니, 각시 노릇, 어른 노릇도 다 처음이라 그런가, 뭐 이렇게 다 죽겠고 다 드신지 모르겠어.

 

-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中

 

 

분가한 이후의 삶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관식이는 선원으로 일하는데, 선장이 매일 구타했던 것입니다. 애순이는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바로 관식이를 일을 그만 두게 합니다. 집주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도와주시기도 하고, 애순이의 친힐머니도 애순이와 관식이를 딱하게 여겨 배를 한 척 해줍니다. 할머니가 해준 배를 타고 열심히 일해서 삶은 다시 나아집니다.

 

 

뭐든 기어코 키워내는 여름. 방 한 칸, 살림 하나 늘려가는 재미에 내 성실한 부모는 땀 젖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아 주 나중에 붙박이장이 있던 아파트로 이사 가고도 둘은 오래오래 자개장을 못버렸다. 그 반짝이던 자개장이 꼭 그 쨍쨍하던 그들의 여름날 같아서.

 

-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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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따뜻하다 못해 뜨겁던 여름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삶에 가장 큰 태풍이 찾아왔던 것입니다. 태풍치던 날, 관식이는 축대를 쌓으러 불려갑니다. 그리고 금명이는 나가서 자전거를 타다 다쳐서, 애순이가 급하게 금명이를 찾아 나섭니다. 집에 남아있던 은명이와 동명이는 엄마를 따라 나섰고, 행방불명이 됩니다. 다행히 은명이는 찾았지만, 동명이가 보이지 않았고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찾아주었지만, 이미 하늘의 별이 되어 차갑게 식은 동명이만이 남았습니다.

 

가장 마음 아팠던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금명이와 은명이가 남아있었던 애순이와 관식이는 오직 사흘만에 정신 차려야 했습니다. 금명이와 은명이가 동명이의 죽음에 죄책감을 갖고 망가져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순이와 관식이는 그렇게 동명이를 마음 깊이 묻어두고 다시 삶을 시작합니다.

 

 

 

3막


 

[크기변환]폭싹 속았수다 3막.jpg

 

 

"난 금명이는 다 했으면 좋겠어. 막 다 갖다 먹고, 다 해먹고 그냥 막, 막 펄펄 다. 난 우리 금명이가 상 차리는 사람 말고 상을 다 엎고 살면 좋겠어."

 

"저는 아까워서 안 가르쳤어요. 우리 금명이 아까워서"

 

금명이와 은명이는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애순이를 많이 닮은 금명이는, 엄마의 꿈이던 대학을, 그것도 서울대를 합격합니다. 대학생활도 잘 마치고 취업도 잘 하며 엄마는 이루지 못했던 '해보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해나갑니다. 그러던 중 첫사랑 영범이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시집살이도 되물림 되는 것인지, 영범이 엄마, 즉 금명이 예비 시어머니는 애순이를 너무 미워합니다. 이에 상견례 과정에서 애순이를 막 대하던 예비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에게 애순이는 한 마디 합니다. "금명이는 너무 아까워서 (집안일) 제가 안 가르쳤습니다. 우리 금명이 아까워서"

 

결국 그 결혼은 파토가 납니다. 하지만 곧 금명이를 정말 아껴주는 남자와 너무 착한 시어머니를 만나 잘 살게 되었습니다. 잘 보이려고 애써야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아까워하고 아껴주는 관계를 맺게 됩니다.

 

 

 

4막


 

[크기변환]폭싹 속았수다 4막 병원.jpg

 

 

애순이는 시집을 내고, 금명이는 인터넷 강의 플랫폼을 만들어 대박 나고, 은명이는 첫사랑과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고, 관식이는 사기 당해 산 상가에서 가게를 하다가 대박이 납니다. 이렇게 살만할 무렵, 아빠 관식이는 혈액암 판정을 받게 됩니다. 아직 꽃다운 나이 쉰 여섯에 투병을 하던 중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위 장면은 제가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금명이가 아픈 아빠와 함께 병원에서 밤새 수다를 떠는 장면입니다. 관식이는 애순이를 잘 부탁한다면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금명이는 얘기를 들으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고, 엄마 아빠의 삶을 사랑하게 됩니다. 마지막까지도 남은 가족들을 걱정하던 관식이. 관식이는 평생을 애순이가 꿈 이룰 수 있도록, 지치지 않는 무쇠처럼 지내왔지만 이제는 평생의 휴식기에 접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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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명이는 어린시절 공부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어 공부할 수 없었던 엄마릉 위해, 아빠가 물려준 성실함을 가지고, 인터넷 강의 회사를 차려 대박이 납니다. 모든 사업의 시작은 그렇게 애순이의 꿈에서 비롯되었던 것입니다.

 

애순이의 시점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관찰하는 드라마였습니다. 많은 교훈을 얻어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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