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피우고, 신선한 재료들을 넣으면 또 다른 재미가 시작된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 그리고 당신의 앞에 놓인 한 접시의 요리! 게임 속에서 즐기는 요리는 단순한 퀘스트를 넘어 탐험과 생존을 결정짓는 주요한 행동 중 하나다. 때로는 강력한 버프를 제공하는 전략적 요소가 되기도, 즐거움을 더해주는 오락적 요소가 된다.
이러한 요리 및 음식 시스템은 특히 오픈 월드 게임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드넓은 세계를 탐험하며 직접 재료를 채집하고, 위험한 전투를 거쳐 희귀한 아이템을 얻으며 완성한 음식은 평범한 아이템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게임 속 요리는 왜 재미있는 걸까? 메인 스토리보다 재미있는 재료 수급과, 묘한 만족감을 자아내는 게임 속 음식의 세계로 빠져들어 보자. 화제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속 ‘흑백요리사’들도 울고 갈 만큼 맛있는 요리 맛집을 소개한다.
마인크래프트 Minecraft
마인크래프트는 유저의 자율성이 돋보이는 샌드박스 형태의 비디오 게임이다.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며 드래곤 토벌, 마을 건설, 서바이벌 등 다양한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 게임에서 음식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마인크래프트 속 음식은 ‘배고픔’을 채워주는 유일무이한 존재인데, 이 부분은 가장 중요한 게임의 생존 여부와 직결되어 있다. 즉, 요리와 음식은 게임 속에서 가장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게임의 음식에는 엄청난 매력들이 숨어있다.
특이한 점은, 네모로 이루어진 픽셀 그래픽 속에서 도드라지는 현실성이다. 게임의 세계관이 묻어나는 타 게임들의 요리에 반해, 마인크래프트에는 현실에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많다. 빵과 구운 고기부터 케이크와 호박파이까지, 어딘가 친숙한 요리들은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준다.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바로 ‘자동화 시스템’이다. 마인크래프트에서는 식재료 조달이 비교적 쉬운 편인데, 이는 자동화 농장 때문이다. 게임 내에서는 가축을 자동으로 기를 수 있는 농장 건설과 특정 아이템을 이용한 자동 요리 기계 제작이 가능하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 Monster Hunter Series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2004년 본편을 몬스터 헌터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신작 출시를 이어가고 있는 헌팅 액션 장르의 게임이다. 이 게임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요리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요리 대신 ‘식사’가 존재한다.
몬스터 헌터에서의 식사는 회복보다는 전투에 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공격력과 방어력 증가와 ‘채집 속도 증가’나 ‘날씨 저항’ 같은 특수 효과는 전투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게임의 플레이어는 고기를 굽는 등 간단한 요리를 제외하고는 별도로 요리를 할 수 없다.
몬스터 헌터의 식사 시스템은 미리 준비된 요리를 선택해서 먹는 방식이다. 요리는 대부분 식당 내 NPC가 조리해 주는데, 버프를 받기 위한 식사는 반드시 식당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엄청난 제약이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고도 몬스터 헌터를 플레이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몬스터 헌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비주얼을 제공한다. 단순히 기능적인 요소가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제공하는 셈이다. 요리는 실제처럼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고, 식재료의 질감과 광택까지 디테일하게 연출해 냈다. 또한 플레이어가 식사하는 과정에서 표정과 반응은 마치 플레이어를 게임 속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비슷한 게임으로는 음식의 완성도가 탁월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있다. 플레이어는 역시 직접적으로 요리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사실적인 음식에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게임 속에 존재할 것만 같으면서도 친숙한 재료로 만든 ‘이젤 스튜’, 이름만 들어도 맛있을 것 같은 ‘톰베리 라면’등 독특한 요리가 큰 인기를 끌며 현실에서 해당 음식을 요리하는 등 유저간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 Zelda Series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닌텐도를 대표하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 시리즈로, 오픈 월드 장르를 띄고 있는 '야생의 숨결'과 '왕국의 눈물' 편에서 다양성 넘치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플레이어가 게임 속 세계를 탐험하는 동안, 요리와 음식은 그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젤다 시리즈에서의 요리는 게임의 주를 이루는 전투나 탐험만큼이나 중요하다. 요리와 음식 섭취는 거의 유일한 체력 회복 수단이며, 게임에서 요구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음식과 물약은 필수적이다. 또한 요리를 이용한 미니 미션이 매우 많은 편이며, 식재료뿐만 아니라 게임 내 몬스터들이 드랍하는 아이템도 요리의 재료가 된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거듭된 요리를 통해 다양한 음식의 조합을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야생의 숨결의 후속작인 왕국의 눈물에 존재하는 레시피는 총 228종으로, 대부분이 식재료의 복잡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버섯 꼬치처럼 익숙한 음식부터, 연어 뫼니에르 등 값비싼 재료들이 섞인 고급 요리까지, 젤다에서는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레시피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식재료의 다양성 때문이다. 젤다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세계에는 총 4가지 환경의 필드가 존재하는데, 각 지역마다의 고유성을 지닌 식재료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버섯 꼬치’가 아닌 ‘활력 버섯 꼬치’, ‘은밀 버섯 꼬치’와 같이 재료의 특성이 요리에 가미되어 보다 다양한 음식을 요리할 수 있다.
음식을 조합하다 보면 재미있는 ‘괴식 조합’도 탄생한다. 갖가지 조합을 도전하던 중, 어딘가 바보 같은 효과음과 함께 ‘애매한 요리’가 탄생한다. 이 음식을 섭취하면 주인공 링크가 토를 참는 듯한 모션을 보이는데, 맛있게 음식을 먹고 기뻐하는 모습과 대조된다는 점이 숨겨진 재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
게임 속 요리를 통해 플레이어는 게임 세계와 더욱 깊이 연결된다. 현실과 같이 재료를 모으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은 소소한 성취감을 제공하며, 전투나 탐험으로 지친 순간마다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여유와 힐링을 선사한다. 때로는 기상천외한 음식을 만들어내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마주하기도 하고, 때로는 특별한 요리를 통해 게임 속 일부분으로 동화된다.
위기의 순간에 뜯어먹는 파워 과일 전골과 여유롭게 즐겨보는 사치스러운 알랄라 양고기 왕관. 먹어도 되는지 의구심이 드는 수상한 스튜까지. 그 과정에는 게임만의 개성과 플레이어의 선택이 스며들어 있다. 결국, 게임 속 요리는 그 세계와 하나가 되는 경험 그 자체를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