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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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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우리, 새로 시작할 용기, 인생도 사랑도 리스타트'

 

영화 <써니데이>를 관람하기 전 시놉시스를 읽어 내려갔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사람 사는 이야기. 주인공이 한차례 위기를 겪고,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 예측할 수 있는 전개지만, 나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마침, 새해도 밝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동력을 얻기에 좋은 작품이라 생각됐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한 이 영화는 평범함 속 깃든 특별함과 따뜻함으로 나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야기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슈퍼스타 오선희(정혜인)가 강성기(강은탁)와 이혼 소송 중 고향 완도를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영화에서 나는 고향이 선희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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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완도를 내려오던 중, 선희는 피곤한 몸을 핸들에 쓰러지듯 기댔다. 순간 클락션을 울리고 차가 정지하며, 카메라는 드넓은 바다를 비춘다. 몸도 마음도 지친 선희가 고단한 몸을 달려 멈춘 곳이 바로 완도다. 달려오던 비로소 선희가 멈추었다. 이 장면은 완도가 선희에게 안식처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강력한 장치라고 생각된다.

 

선희는 고향 곳곳을 돌아다닌다. 부모님 산소, 단골 식당, 예전에 살던 집 등 추억이 서린 장소들을 찾는다. 서울에 살 때도 단골 가게와 집이 있었겠지만, 고향이 주는 기억의 힘은 현 거주지와의 추억과는 별개로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과는 또 다른 어릴 적 나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실, 고향이 꼭 그대로인 법은 없다. 사람이 떠나고, 가게가 문을 닫는 등 환경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선희의 고향은 비교적 잘 보전되어 있었다. 내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함께 자라온 동네 친구 석진과 영숙, 그리고 첫사랑 동필을 다시 만나 어울리며 선희는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는다.

 

선희는 불안이 큰 인물이었다. 이명이 심했고, 영화관을 가득 울려 퍼지는 불편한 소리는 내게도 심리적 압박감으로 다가와 심장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초조한 마음을 다스리며 영화를 지켜보던 것도 잠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어떤 위기가 닥쳐와도 선희와 친구들이 잘 헤쳐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얼핏 보기에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의 서사나 위기에서 결말로 가는 과정이 조금 더 자세히 그려졌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써니데이>가 삶을 다루는 만큼, 그런 압축적인 전개가 오히려 영화 장르와 잘 어우러지는 부분도 있는 듯하다. 우리 또한 개개인의 삶에 대해 백 퍼센트 알지는 못하나,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궁금증으로 남겨두는 부분 또한 있지 않은가. 이 영화를 볼 때도 논리적인 전개에 집중하기보다는, 인물들의 변화와 그에 따른 감정선에 주목하면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선희의 변화를 중심으로 리뷰를 적었지만, 성격이 뚜렷한 다른 등장인물들의 관점에서 상황을 분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울 유명 법대를 그만두고 은둔 생활을 하는 용필, 일과 마을 사이에서 고민하는 석진, 차가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결단을 내리는 영숙, 원하는 것은 다 이룰 것 같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한 성기. 이들 모두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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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한자어 풀이는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움'이다. 즉, 고민을 한다는 것은 괴로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이 가지고 있었던 고민은 끝이 났다. 자의든, 타의든, 원하는 방식이든 아니든, 시간은 흘러가고, 결국 괴로워하던 일은 어떤 식으로든 끝이 난다. 다시 새로운 괴로움을 마주하는 것이 필연이겠지만, 결국 모든 고뇌가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이었음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린다. 영화에서 간간이 과거 사진이 슬라이드쇼처럼 흘러가는 연출이 있었다. 이 장면들은 주인공의 추억을 배경 삼아, 영화의 감성을 극대화했다. 실시간으로 흐르는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을 지켜보던 중, 사진을 보는 순간만큼은 멈춰버린 과거를 추억하는 느낌이 들었다. 선희의 하루를 감상하며, 각자 한 번씩 생각해 보면 좋겠다.

 

"우리의 하루를 흘러가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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