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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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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떤 도시들에 대해 환상이 있다.

 

특히 파리는 아주 오랫동안 낭만화의 대상이 되어 왔다. 사람들은 파리에선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그 사람과 파리의 거리를 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파리에 사는 파리지앵들이 실제로 낭만적인 사랑을 할까?

 

영화는 여러 인물의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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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선고를 받은 물랑루즈의 무용수 피에르, 피에르가 짝사랑하는 길 건너편에 사는 여자 래티시아, 피에르를 돌보는 친누나이자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엘리즈, 엘리즈와 호감을 키워가는 야채 가게 사장인 장, 장의 친구인 프랭키까지.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힌다.

 

인물들 사이에는 현실적이고 사소하고 때로는 우습게까지 느껴지는 작은 사건들이 계속 발생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파리는 좀처럼 여행자들이 환상을 가질만한 공간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 어디에 살고 있어도 일어날 법한 이야기가 하필이면 파리에서 일어나고 있을 뿐이었다.

 

현실에서 누군가와 애정 관계에 놓이는 일이 그렇다. 우리는 모두 영화와 드라마 같은 사랑을 꿈꾸지만, 사람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일은 대부분 서툴고 우습고 문제가 많다. 파리에 사는 사람들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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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앵들로 등장하는 배우들을 보는 일도 즐겁다. 줄리엣 비노쉬, 멜라니 로랑, 로망 뒤리스 등 저명한 배우들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은 관객들이 영화 속 이야기에 노력하지 않아도 스며들게 만드는 커다란 원동력이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사소한 개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뒤로 하고, 영화의 마지막에 피에르가 택시에 올라탄다. 심장병에 대한 의사의 소견을 들으러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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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죽을지 모르는 피에르의 눈동자에 모두가 달라 보인다.

 

그는 누나 엘리즈를, 빵집 직원을, 래티시아를 그리고 파리를 걷는 모두를 눈에 담아 본다. 그들은 모두 일상을 살고 있었지만, 피에르에겐 그것은 일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혼자서 말한다. 사랑할 수 있는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고.

 

영화는 피에르의 이 시선을 보여주기 위해 긴 러닝타임을 달려온 것만 같다. 삶 속에서 사랑은 주저되지만, 죽음 앞에서 사랑은 행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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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사랑할 수 있는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사랑하기에 적당한 도시란 없고, 날씨란 없고, 기분이란 없다. 모든 것이 행운일 뿐. 그러니 당신이 어느 도시에 살던, 누구를 사랑하던 그 행운을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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