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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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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생소한 언어, 브래키에이션(Brachiation)은 과거 유인원들의 행동 양식 중 하나로, 먹이를 찾아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하는 움직임이다.

 

이 움직임은 인류가 처음으로 시도했다고 알려진 운동성으로, 인류가 생존을 위해 실행한 ‘첫 친화적 움직임’으로 전해진다.

 

‘원시적인’, ‘태초의’ 움직임은 춤이라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인류학자는 원시적인 춤 또는 태초의 춤은 없다고 언급한다. ‘원시적인 춤’은 우리가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며, 실제로 원시의 춤은 무엇인지 지금의 우리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의 동굴 벽화나 기록 이전의 춤의 존재 여부나 춤의 형태는 우리가 알 수 없다.

 

본 작품은 서울숲역 부근에 위치한 언더스탠드 에비뉴 아트스탠드에서 공연되었다. 컨테이너 박스가 여러 개 위치한 장소인데, 그중 하나의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진행된다.

 

관객석에 관객이 입장하고, 온통 벽이 모두 하얀 무대 위에는 5개의 옷들이 걸려있다. 이후 무용수들은 무대 위로 등장해, 미세한 불빛 속에서 옷을 갖춰 입는다. 이는 마치 순수한 몸에서 의식주, 즉 사회적인 배경이 그들의 몸에 걸쳐졌음을 보여준다.

 

이후 5명의 무용수들은 객석 앞으로 다가와 각자 다른 몸의 한 부위를 심하게 움직인다. 한 명은 발을, 한 명은 목을, 다른 한 명은 눈알을, 그리고 숨을, 짧고 격렬하게 움직이며 어딘가로 홀려 들어 가는 느낌을 준다.

 

이후 그들의 움직임과 몸과 몸을 맞대어 얽힌 움직임, 여러 군데서 비치지는 빛을 따라 달려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마치 과거의 몸이 미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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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들은 지금 그 순간에 현재에 위치한 몸은 진화 과정이 아닌 이전의 몸을 전시하고, 이를 미래에 존재할 몸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몸은 계속해서 역사를 써 오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들의 움직임은 현재의 몸이 미래와 과거 사이에서 어떻게 존재하며 변화의 압력을 수용하는지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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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접점이나 변환점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며, 그들의 움직임의 템포나 음악의 비트와 속도는 일정했다. 어떻게 보면 엄청나게 빠른 빛의 속도 속에서도 그 속으로 들어가면 일정한 속도가 끝없이 이어져 있는 그림이 떠오른다.

 

또한 그들의 상상 속 미래의 종의 모습, 그리고 현실 속 모습의 몸이 각자가 모두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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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라는 개념과 진화라는 개념이 오랜 시간을 갖고 보아야 보이는 것이기도 하고, 한순간에 눈에 띄지 않는 비가시적인 대상이기에 그들의 어떤 위치를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의 각 꼭짓점에 위치한 스탠드 조명이 여기저기서 켜지며 그 빛을 따라가는 모습은 어떤 공간이나 시간을 초월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즈음 등장한 ‘이것은 진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적힌 문장의 의미는 누군가에 의해 쓰여진 것일 뿐, 우리가 현재에서 ‘원시적인 춤’을 쉽게 정의할 수 없듯이, 그동안 작업의 깨달음,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의 변화를 몸으로써 가장 먼저 깨달을 수 있는 무용이라는 장르 특성상, 이러한 몸의 역사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몸의 이동과 변화를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자 했으며,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들이 겪어온 역사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듯한 공연이었다.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인지, 현재의 우리는 여전히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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