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앰프 없이 베이시스트들이 모였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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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베이스의 대중화를 꿈꾼다'는 숏폼 영상을 올리신 적이 있는데, 요즘 베이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어떤 모습이 펼쳐졌을 때 베이스의 대중화를 실감할 것 같으신가요?
이것도 정말 제 콘텐츠들을 다 보셨다는 게 느껴질 정도의 질문이었는데요. 제가 '베이스의 대중화를 꿈꾼다'는 문장을 좋아해요. 베이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도를 1~10으로 봤을 때, 전에는 3 정도 됐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한 4.8?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슈퍼밴드'처럼 악기를 다루는 뮤지션이 프론트로 나오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적재 님의 합주 콘텐츠를 통해서도 노출이 많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 '밴드 붐은 온다'고도 하고, 그런 워딩들이 뉴스에서도 보이니까 조금은 실감하고 있는데요. 초중고, 대학생 친구들이 악기를 메고 지하철을 타거나, 동아리 밴드에서 커버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일 때 베이스의 대중화를 더 실감할 것 같아요.
(이 기회에 베이스의 매력도 알려주세요.) 사람들이 베이스 소리가 안 들린다고 하잖아요?(웃음) 그런데 없으면 진짜 허전하거든요. 비유를 하자면 오랜 친구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오랜 친구가 있으면 엄청 익숙하지만, 그 친구가 없으면 아마 되게 허무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베이스가 중요한 존재라는 걸 아실 겁니다. 여러분.(웃음)
[Interview] 베이스의 매력을 알리는, 뮤지션 유튜버 스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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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베이시스트이자 프로듀서 스노전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베이스의 대중화’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었다. 단순히 시청각 형식의 밴드 음악 소비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악기를 메고 다니며 연주하는 모습을 자주 마주할 때. 그리고 그 악기의 정체가 흔히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는 베이스일 때, 대중화를 실감할 것 같다고 전했었다.
그렇게 더위가 지나가고 어느새 눈이 쌓인 11월 마지막 날, 이제는 베이스의 대중화를 ‘실천’하고 있는 그를 다시 만났다. 낙원 상가 앞에서 펼쳐진 ‘기타쇼 낙원 2024’에서 착안하여 ‘베이시스트 플래시몹’을 기획하고, 100여 명의 베이시스트들을 한자리에 모이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더 재미있는 점은 베이스의 생명이기도 한 앰프 사용은 금지였다.
선유도공원 원형소극장으로 베이스 가방을 멘 참가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하루에 많이 목격해도 10명은 안 되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나 많은 베이스 연주자들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면서 경이로웠다. 금방 손이 얼 것만 같은 날씨였지만 추위도 잊은 채 겉옷 대신 베이스를 든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설렘으로 가득 차 보였다.
모두가 “베이스의 대중화를 꿈꾸다”를 외치며 촬영과 함께 시작된 무대는 ‘버즈-나에게로 떠나는 여행’과 ‘Red Hot Chili Peppers-Can't Stop’으로 구성되었다. 물론 사전에 연주곡 리스트를 공지하긴 했지만, 과연 서로가 초면인 상황에서 호흡이 잘 맞을지. 그리고 베이스의 소리는 잘 들릴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먼저 베이스 소리에 대해 말하자면, 다들 예상했듯이 철컥철컥.. 탁탁.. 줄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연주자들 사이에 서서 관람했다면 음이 잘 들렸겠지만, 현실적으로 앰프 없는 공연의 객석에서 베이스의 뚜렷한 목소리를 듣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대에 점점 빠져들고 흥이 돋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첫 번째 관전 포인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이 무대는, 색깔도 제품 종류도 다 제각각인 각자의 베이스를 메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첫 연주를 진행한 것이다. 그런데도 철컥철컥 소리의 간격, 손의 움직임이 거의 하나처럼 느껴졌다. 몇 번의 리허설만으로도 완곡 연주가 가능했던 건 아마 각자 노력한 연습량과 열정의 결과물이지 않을까.
특히 ‘Can't Stop’ 무대에서 베이시스트들의 단합력에 놀라웠다. 박진감 넘치는 인트로 부분에서 모두가 자세를 낮추었다가 점점 일어서며 연주를 이어간 것인데, 예상치 못한 퍼포먼스까지 더해져 보는 사람에게도 그 즐거움이 전달되었다.
약 1시간 동안의 베이시스트 플래시몹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 목포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건 물론, 고3 입시 준비생까지 오며 무대를 더욱 빛내주었다. 이들은 오로지 베이스를 위해, 베이스의 대중화를 응원하기 위해 함께했다.
소리가 잘 안 들릴 거라는 예상이 적중했기에 더 재미있었던 플래시몹이었다. 중간에 진행된 ‘통기타 1대 VS 베이스 100대’ 연주 대결 이벤트 역시 큰 웃음을 자아내며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행사가 모두 끝난 뒤에는 처음 만난 베이시스트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인스타 맞팔까지 하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네트워킹의 현장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베이시스트 플래시몹에 200명 이상의 베이시스트들이 지원을 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인원을 축소하여 진행했다고 한다. 모두가 참여하지 못해 아쉬우면서도, 그 와중에 반가운 소식은 베이스의 대중화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베이스가 주를 이루는 다양한 콘텐츠들과 재미있는 밈이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 대체될 수 없는 매력의 악기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유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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