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은 소년 만화만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특히 고죠 사토루의 과거를 다룬 파트는 친한 친구와의 대립이나 악인으로 변질되는 선인 같은 클리셰를 매력적으로 다룬다. 갖가지 반전과 신선한 전개로 주목을 받아 온 <주술회전>이지만, 사실 소년 만화의 틀을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원나블이라 불리는 세 작품의 후계자를 찾는 여정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주술회전>이 그 후보였던 이유도 여기에 존재한다. 새로운 소년 만화를 만들어서가 아닌 소년 만화의 명맥을 이으며 본인의 색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나온 소년 만화들 중 수작이라 할 만하다.
소년 만화는 일종의 히어로 장르다. 고죠 사토루와 게토 스구루는 현재 히어로 장르를 다루는 두 가지 방식을 각각 대표하는 인물이다. 주술사는 비주술사를 위해 존재한다는 룰 하에 고죠 사토루는 철은 없어도 어찌 됐건 비주술사를 지킨다. 마블의 히어로 같은 면모다. 그러나 저 말을 입에 달고 산 게토 스구루는 오히려 의구심을 품고 반대의 길로 돌아선다. 일반인을 깔보는 영웅의 흑화는 드라마 <더 보이즈>가 떠오르는 부분이다.
게토 스구루가 전통 히어로 장르의 클리셰를 깨는 최근 방식이라면 이보다 소년 만화 같은 인물은 고죠 사토루다. 이후 이야기도 극장판에서 고죠 사토루가 게토 스구루를 저지하는 데 성공한다.
이처럼 <주술회전>은 트렌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용하며 신박함을 유지하지만, 말미에는 항상 소년 만화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


게토 스구루처럼 악역들은 일종의 클리셰 타파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그럼에도 눈길을 끌게 한다. 후시구로 토우지는 게토 스구루가 가치관을 바꾸는 계기가 된 악역이다. 그러나 그는 추후에 자신의 아들인 후시구로 메구미를 위한 선택을 하며 단순한 악역 그 이상의 입체성을 선보인다.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의 ‘죄는 짓꾿되 사람은 짓꾿지 않는다’는 사상과도 어우러지는 악역들이다. 소년 만화 스타일의 주인공과도 어울리는 재료라는 뜻이다.
동료를 소중히 하고 보이지 않는 마음에 집착하며 남을 위해 희생하는 소년 만화는 점점 진화 중이다. <체인소맨>은 이 같은 주인공이 아닌 이를 알아가는 주인공을 내세웠고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는 주변 라이벌들이 그렇다. <원펀맨>처럼 아예 주인공의 강력함을 필두로 한 만화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모두 ‘소년만화스러움’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일단 그 길을 택한 순간, 만화는 길에 알맞은 걸음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년이라는 이름에 맞게 주 독자층인 소년들이 이 만화들을 통해 무엇보다 선하고 강한 마음을 가지도록 해야 하니까. 그리고 <주술회전>은 그 가운데 정해진 변주를 가장 다양하게 해내는 만화다.
남은 애니메이션 분량에서 또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지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어쩌면 당신도 기대라는 이름의 저주에 걸릴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