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녀여, 세상으로부터 소년을 지켜라 - 야노 군의 평범한 나날 [만화]

글 입력 2024.01.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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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평소에 주로 다루는 진중한 분위기의 작품 대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다뤄볼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고를 때, 많은 해석이 가능하고 나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무거운 작품만 고르게 된다면, 작품을 소비하는데 많은 심력을 소비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뒤이어 읽는 작품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집중도를 유지하기 위해 보통 사람이라면 중간중간 쉬는 것을 선택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콘텐츠 중독 환자이기 때문에 그러한 선택은 불가하다. 그렇기에 쉬는 방식 또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을 찾는 것인데, 그러다가 새롭게 발견한 <야노 군의 평범한 나날>에 빠지게 되었다.

 

 

야마 표지 (1).jpg

 

 

고등학교 2학년을 맞이한 요시다가 매일 다쳐서 오는 야노 군과 함께하게 되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을 다루고 있는 이 만화는 하찮고 안쓰러운 야노 군을 읽는 내내 자기도 모르게 애지중지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선화의 매력


 

일본 만화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의 웹툰과 다르게 흑백 만화의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색을 사용하는 대신 흑백 안에서 질감과 톤, 효과의 차이를 이용해 작품의 묘사를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드로잉이 많아졌다지만, 과거에는 직접 손으로 원고를 그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니, 오랜 만화의 역사를 축적해온 일본만의 특징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번에 다루는 <야노 군의 평범한 나날>은 이러한 일본 만화 중에서도 조금 더 특색을 띠고 있는데, 바로 선화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앞서, 일본의 만화는 흑백인 대신 여러 효과가 그려져 있는 시트지를 이용해 만화를 완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이 만화는 이러한 시트지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선 하나하나의 질감을 살리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물들의 머리를 보면, 이러한 선화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선화의 섬세함이 작품과 어우러져 하나의 개성으로 자리 잡은 모습을 깨달을 수 있다. 선화를 잘 살리기로 유명한 또 다른 작가로는 와야마 야마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여학교의 별>을 그린 작가이다.



여학교의 별 (1).jpg

 

 

두 작가 모두 화려한 스토리 대신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선화의 그림과 작품의 내용이 잘 어우러져 작품만의 고유한 정제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


 

작중 여주인공인 요시다는 남들을 잘 챙겨주는 포용력 있는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그렇다 보니 옆자리의 야노 군이 매일 다쳐오는 것에 신경 쓰게 되는데, 그가 나쁜 이들과 어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결국 미행을 감행하게 된다. 그렇게 미행을 해본 결과 뜻밖에도 그에게 불행이 닥치는 체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치는 야노군 (2).jpg

 

 

그렇게 진실을 알게 된 요시다는 계속해서 다치는 그를 치료해주고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내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어미 오리처럼 그를 챙기게 되는데, 솔직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 앞에 큰 장벽이 있으니 바로 그의 ‘체질’이다. 누구는 사랑의 힘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 않냐 말하겠지만, 애초에 야노 군이 평생을 이러한 위험 속에서 살아오다 보니 인간의 욕구가 ‘안전 욕구’에서 멈춰져 있는 상태이다. 그렇기에, 요시노의 사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야노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그녀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성장시켜야 한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웹툰에서든 일본의 만화에서든 현재의 시장은 과포화 상태이다. 그렇기에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찾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흔한 소재를 계속해서 사용하게 된다면 독자들은 새로운 작품에서도 익숙함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는 곧 흥미를 잃는다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창작자인 작가는 흔한 소재를 어떻게 비틀어 사용할 것인지, 전개를 어떻게 색다르게 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만 한다.

 

 

야노글 표지 (1).jpg

 

 

사실, 만화에서 사용된 ‘잘 다치는 불행한 체질’은 그리 색다른 소재가 아니다.

 

이러한 특징은 읽는 독자에게 안쓰러움과 허당스러운 매력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자주 사용된다. <야노 군의 평범한 나날>은 이러한 소재의 매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의 청춘에 풋풋함을 더해 독자들이 공감하고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든다.

 

작품을 읽는 독자의 처지에서는 둘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이 착한 두 주인공을 계속해서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아트인사이드 태그.jpg

 

 

[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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