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강원도 감자의 슬기로운 인턴생활 시작

글 입력 2024.03.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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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대학에 이르기까지, 평생 있었던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몇 개월간 인턴을 준비했지만, 솔직한 마음으론 겁이 났다. 조직생활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와 사회생활을 한 뒤로 성격이 완전히 변했다는 등의 괴담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울타리 밖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해방이 아닌, 광야로의 여정처럼 느껴진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가 어린 시절 깨달았던, 세상에 숨겨진 두 세계. 이제 나는 가족이라는 온정과 학생이라는 안락함에서 벗어나 알을 깨고 어둡고 단단한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입사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첫 출근 날 새벽부터 강한 눈이 내렸다. 길 위가 얼어붙었고 인도는 슬러시처럼 질퍽했다. 다행히 전날 사 둔 단단한 나이키 신발 덕에 젖지 않고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하철이 제시간에 오지 않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눈 때문에 지하철이 제때 출발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20분 정도를 기다려 탈 수 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내 몸은 오랜 시간 동안 S자로 휘어있었다.

 

역시 서울 살이는 참 기구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출퇴근길을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다행히도 그토록 사람이 몰렸던 것은 열차 연착 때문이었으며, 다음날부턴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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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서 나오자, 눈 덮인 북악산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사진 찍을 마음의 여유는 없어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걸어갔다. 질퍽한 인도를 따라 회사로 걸어갈수록 마음이 조금씩 긴장되었다. 회사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총 4개가 있는데 어쩐지 사람들이 오른쪽 두 엘리베이터에만 서 있었다. 어떤 걸 타서, 어떻게 올라가야 하는지조차 몰라, 서 있는 사람을 잡고 물어봐서 겨우 올라갈 수 있었다.

 

업무 시간이 되자, 자기소개를 하고 인수인계를 받았다. 그리고 간단한 일을 처리했다. 점심시간에는 곰국 같은 걸 먹었는데, 긴장돼서 제대로 먹진 못했다. 여느 회사들보다도 자유로운 분위기였음에도, 첫날이라는 점, 인턴이라는 점 때문에 괜히 긴장했던 거 같다. 첫날이라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집에 도착하자 너무 졸려서 10시 정도에 잠들었다.

 

둘째 날 출근 때는 지갑을 두고 지하철역으로 가는 바보 같은 행동을 했다. 이미 지하철을 하나 놓친 상태라 하나만 더 놓치면 지각 확정이었다. 역 안내소와 편의점을 돌았지만 계좌이체나 카카오페이로는 탑승권을 끊을 수 없었다. 결국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식은땀을 흘리며 현금 있냐고 물어봤고, 감사하게도 한 분이 5천 원을 주셔서 늦지 않게 출발할 수 있었다. 그 여파인지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자, 씻지도 않은 채 거실 소파에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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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시작으로부터 벌써 1주일이 흘렀다. 좋은 분위기의 회사에서 즐겁게 일을 배워나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주변에 맛있는 음식점들도 많아서 좋다. 지금은 PD로 일하지만 인턴 이후에도 해당 직무로 일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좋은 선택일지 고민하는 중이다.

 

아쉬운 건 요즘 영화를 많이 못 보고 있다. 퇴근하고 영화관에 가자니, 잠들 거 같고. 앞으로 일과 여가 생활을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한 과제겠다. 일찍 일어나 일찍 잠드는 생활을 하다 보니 평소보다 하루를 두 배로 쓰는 거 같아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많이 배우며, 1달 뒤에는 발전된 모습으로 후기 2탄을 작성할 수 있기를.

 

 

[박도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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