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피크 페스티벌 2024'의 기대되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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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1일부터 2일까지 난지한강공원에서 <피크 페스티벌 2024>가 열린다. 페스티벌 측은 최종라인업과 함께 양일 타임테이블을 발표하며 관객의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다. 공연을 보름가량 앞두고 타임테이블을 살피며, 이번 페스티벌의 주목할 만한 무대를 짚어본다.
익숙한 밴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시간
: FT아일랜드, 씨엔블루
2030 관객에게는 누군가 한 소절 부르기 시작하면 저절로 따라 부르게 되는, 학창시절의 한 장면을 장식하는 음악들이 있다.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도 그중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각각 2007년, 2010년 데뷔와 동시에 히트곡을 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데뷔 때의 모습만으로 이들을 기억하기엔 아쉽다. 그때 이들의 노래를 듣던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며 성장했듯이, 두 팀도 그동안 부지런히 앨범을 내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FT아일랜드의 분기점은 2015년 발매한 정규 5집 [I WILL]이다. 처음으로 전곡 자작곡으로 채운 이 앨범은 이전 앨범들과는 다른 결로 팬들과 대중 모두에게 신선한 인상을 주었다. 이후로는 정규 6집인 [Where's the truth?]을 비롯해 멤버들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음악을 계속 발표해 왔다. 씨엔블루 역시 멤버들이 각자 개인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가운데서도 한국에서만 정규앨범 2개, 미니앨범 9개를 발매하며 음악활동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피크 페스티벌 2024>는 비슷한 듯 다른 길을 걸어온 두 밴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데뷔 초 히트곡과 음악방송에서의 모습으로만 이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색다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듯하다. 최근 몇 년간 일본에서의 활동이 많았던 씨엔블루에게는 오랜만에 서는 국내 무대고, 작년 9월 새 미니앨범 [Sage]를 발매한 FT아일랜드에게는 신곡을 라이브로 들려줄 수 있는 있는 시간이다.
야외 페스티벌 첫 나들이
: 마치(MRCH), 후이, 강형호(PITTA), 정용화
<피크 페스티벌 2024>가 첫 번째로 출연하는 야외 페스티벌인 아티스트들도 있다. 마치(MRCH), 후이, 강형호(PITTA), 정용화가 그 주인공이다.
귀에 꽂히는 매력적인 음색을 지닌 마치는 2019년 데뷔, 3개의 EP앨범과 여러 싱글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다. 입소문을 타며 알려지는 중이지만 페스티벌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아티스트였던 만큼 신선한 무대가 될 것이다. 솔로 정규1집 [어느 멋진 날]을 발표하고 콘서트를 열기도 했던 정용화도 솔로로는 이번 페스티벌이 처음이다. 2018년 이후 솔로 활동이 적어 아쉬웠던 관객이라면 오랜만에 씨엔블루가 아닌 정용화를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각각 펜타곤과 포레스텔라로 활동하며 누구보다 무대가 익숙할 후이와 강형호도 솔로로 야외 페스티벌 데뷔에 나선다. 예전부터 펜타곤을 비롯해 여러 아티스트 곡을 프로듀싱해왔던 후이는 작년에 발표한 자신의 EP앨범 [WHU IS ME : Complex] 역시 전곡 프로듀싱을 맡으며 자기만의 색을 확고히 했다.
포레스텔라 결성 전부터 직장인밴드 'PITTA'에서 보컬로 활동한 바 있는 강형호는 포레스텔라 데뷔 이후로도 PITTA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부지런히 솔로 활동과 그룹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슈트 차림으로 서는 포레스텔라의 무대와는 달리 기타를 맨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락이란 뛰고 외치고 생각하는 음악
: 크라잉넛, 이승윤
한동안 'xx도 락이다'와 같은 밈이 돌아다니는 걸 보며 락이란 무엇이고 그 매력은 무엇인지 생각하곤 했다. 답을 해보자면, 악기 구성이나 곡의 분위기를 떠나서 음악 만드는 사람의 고유한 철학이 강하게 묻어나는 것이 락의 매력이 아닐까. 그 철학이란 개인의 보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하기도 하고, 사회 전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질문을 포함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토요일 무대에 오르는 크라잉넛과 이승윤은 뛰고, 외치고 생각하는 락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크라잉넛은 1996년 데뷔해 내년에 30주년을 앞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펑크 락 밴드다. 제목을 몰라도 누구나 자동으로 따라 부르게 되는 '말달리자'와 '밤이 깊었네'는 세대를 아우르는 이들의 대표곡이다. 신나고 유쾌한 에너지가 가득한 밴드지만 어딘가 서글프고, 곱씹을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가사는 크라잉넛을 더 깊이 있는 밴드로 만든다. '좋지 아니한가', '명동콜링'이 대표적이다. 뛰면서 신나게 듣다가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슬그머니 생각이 날 곡들이다.
이승윤은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알린 후 진득하게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싱어송라이터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후 발표한 두 개의 정규앨범은 이승윤 특유의 철학적인 가삿말로 가득 차 있다. 처음에는 어렵게 다가오지만, 여러 번 음미하면 새로운 의미가 된다. 철학적인 가사와 대조적으로 그의 라이브는 흥이 넘치는 걸로 유명하다. 이미 여러 페스티벌에 출연해 열띤 반응을 이끌어낸 그는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를 모은다.
강렬하게 질주하는 일렉트로닉 밴드
: 이디오테잎, 글렌체크
페스티벌에서 뛰어놀기 가장 좋은 때는 역시 일렉트로닉 밴드가 무대에 서는 순서다.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곡일지라도 반복되는 비트와 리듬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덧 다른 사람들과 함께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피크 페스티벌 2024> 일요일에는 일렉트로닉 밴드인 이디오테잎과 글렌체크의 무대가 예정되어 있다. 이들은 강렬하게 질주하는 음악으로 뜨거운 여름의 시작을 알릴 예정이다.
이디오테잎은 국내 일렉트로닉 락 분야에서 독보적인 아티스트다. 가사 없이 오로지 비트와 리듬으로 4~5분 분량을 채우는 이들의 음악은 이 장르에 익숙지 않은 사람조차 금방 중독시킨다. 'Melodie'는 예능 프로그램과 게임에 삽입되어 이디오테잎은 몰라도 익숙한 사람이 많을 대표곡이다. 자신의 음악과 닮아 있는 이들의 라이브 공연은 별다른 멘트 없이 공연만 쭉 이어가는 걸로 유명하다. 공연 시간 50분 동안 관객은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하는 경험을 해볼 것이다.
가사 없는 이디오테잎의 음악이 아무래도 낯설다면 글렌체크부터 듣기를 권한다. 이디오테잎이 정통 일렉트로닉 락에 가깝다면 글렌체크는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하되 팝과 펑크 같은 요소를 결합해 좀 더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탄생시켰다. 대표곡인 '60's cardin'은 페스티벌 무대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곡이다. 2022년, 9년 만에 발표한 정규 3집 [Bleach] 도 버릴 곡 하나 없는 앨범이니 통으로 듣고 간다면 이 시간을 좀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피크 페스티벌 2024>에는 토요일에 김뜻돌, 피엘, 원위, 너드커넥션, 로맨틱펀치, 소란이, 일요일에 다섯, 몽니, 유라X만동, 김필, 하동균이 무대에 오른다. 헤드라이너로는 토요일에 국내 대표 모던락 밴드 넬이, 일요일에 독보적인 감성을 자랑하는 김윤아가 이름을 올렸다.
'살아있는 음악, 우리만의 뜨거운 축제', <피크 페스티벌 2024>는 오늘 6월 1일부터 2일까지 난지한강공원에서 개최된다. 페스티벌 관련 추가 정보는 순차적으로 공식 SNS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김소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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