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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즐거움이 배움의 목적이 될 때 -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by 임정화 에디터
2024.11.12 11:38


 

요즘 내 관심사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일본어다.

 

시작은 도쿄 여행을 약 한 달 가량 앞두었을 때였다. 가서 들을 제이팝 리스트를 꾸리다가 갑자기 일본 음악에 빠져버렸다. 한 곡에 꽂히면 그 가수의 노래를 다 들어보고 비슷한 노래도 찾아보는 편이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처럼 계속 제이팝만 들었더랬다.

 

이 노래는 어떤 사연을 가졌을까, 누군가에게 호소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걸 보니 역시 사랑 노래일까, 그렇다면 짝사랑일까, 첫사랑일까,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운 사랑일까, 아니면 현재 만나고 있는 연인에게 전하는 사랑일까. 궁금증은 결국 해석을 찾아보게 했고 반복되거나 귀에 들어오는 가사는 메모장에 적어 들을 때마다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재밌어서 무언가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러니 이 책은 너무도 쉽게 내 관심을 끌었다. 히키코모리 일본인이 루마니아어 소설가가 된 내용을 가진 책. 히키코모리라면 집에서만 외국어를 배웠다는 얘기 같은데 그렇다면 어떻게 배워서 소설가가 되었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꺼져가던 열정의 불씨를 살려줄 것만 같은 희망적인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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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가진 열정과 힘에 압도당하는 듯했다. 일부러 보여주려 하지 않아도 책 전체에서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그것은 언어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원천이다.

 

그는 루마니아어 언어 자체에 대한 사색을 다룬 [경찰, 형용사] 라는 영화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외국어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3,000명의 루마니아인에게 친구 신청을 해 사람들과 교류하며 루마니아어를 자연스럽게 익혔고, 콘텐츠와 뉴스를 통해 문법과 어휘를 공부했다. 그리고 루마니아어로 글을 짓고, 마침내 소설가까지 되었다.

 

누구든 책을 읽고 나면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사랑은 무척 지극하다. 그가 루마니아어를 공부하면서 가졌던 수많은 고찰을 솔직하고 상세하게 털어놓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다. 무언가를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할 수 있고, 또 그것에 열심을 다할 수 있다는 게 참 부러울 만큼 멋졌다.

 

책을 읽으면서 배움에 대한 정의도 다시 내리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커리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취미 하나쯤은 있어야 하니까, 어딘가에 써먹기 위해 수반되는 행위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에 나온 배움의 모양은 너무 달랐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배움은 강제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나서서 학습하는 행위이며, 딱히 어딘가에 쓸모가 있어서 행하는 것이 아니다. 목적이 있다면 즐거움이다. 나를 위해서, 순전히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배운다.

 

그 배움의 계기는 저자의 경우처럼 영화 한 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계기만 있어서는 안 된다.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책을 읽는 내내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증명하듯, 저자가 자신을 히키코모리에 오타쿠라고 유쾌하게 인정하며 모니터 앞일지라도 좋아하는 일에 집요하게 파고들어 성취해냈기 때문이다.

 

영화 한 편이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이 아니다. 영화 한 편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 만큼, 그는 몸소 움직이고 나아가는 사람인 것이다.

 

아주 시기적절하게 이 책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요즘 일본어 공부에 발을 담갔던 참이었으니 말이다. 페이스북에 가입해서 일본인 3,000명에게 친구 신청까지는 못하더라도 일본 드라마나 영화, 뉴스, 노래로 배우다 보면 내게도 언젠가 예상치 못한 기분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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