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때때론 적당한 자아도취도 필요해 -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이걸 하는 나, 제법 멋지잖아?
글 입력 2024.11.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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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적당한 자아도취는 최고의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이걸 하는 나 제법 멋지잖아’하는 마음이 어떤 행동을 도전하는 데 용기를 주거나, 더 열심히 하도록 돕는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멋있어 하는 것. 자기 긍정에서 비롯된 성취감은 그 무엇보다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책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가 바로 그런 마음에서 비롯된 긍정 효과를 보여준다. 이 책은 대학 졸업 후 사회와 융화되지 못하고 오직 모니터만 쳐다보던 히키코모리가 희소하기로는 손에 꼽히는 루마니아어를 배우고, 그 언어로 소설을 쓰며,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작가가 되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라는 제목처럼, 가능성과 희망을 있는 그대로 증명하고 우리의 삶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 ‘사이토 뎃초’가 루마니아어에 빠지고 계속 공부해 나갈 수 있었던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변과 다른 내가 멋짐’이라는 생각이 큰 원동력이 되었을 거라고 본다. 이는 책 중간에 등장한 내용을 통해 미루어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이런 ‘주변과 다른 내가 멋짐’이라는 자의식을 가진 자신에게 좀 더 다정하게 대해도 좋다고 본다. 이런 자의식을 사춘기의 방황에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인생의 미학으로 키워가는 놈이 있어도 좋지 않은가. – p.38

 

 

제일 중요한 요소는 루마니아어에 관해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일본 서점에는 관련 서적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대학에서도 전문적으로 배울 곳이 없었다. 애초에 루마니아어 자체를 아는 사람이 적었다. 같은 로망스어군, 위에서 언급한 두 언어나 프랑스어와 비교하면 지명도가 천지 차이다. 세계적으로 봐도 그랬다. 아무도 루마니아어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나는 이런 생각에 도달했다. 마이너한 언어를 배우려는 나, 완전 힙해… – p.58

 

 

우리는 종종 일반적이지 않은, 틀에서 좀 벗어난 비정형의 사람들을 ‘왜 저렇게 튀려고 해.’라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소위 말하는 ‘나대는 애’ 혹은 ‘오타쿠’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이토 뎃초씨는 ‘마이너한 언어를 배우려는 나, 완전 힙해’라며 자신의 발전에 동력으로 삼는다. 때때론 그런 허세 혹은 나르시시즘과 같은 태도가 자신을 발전시키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수의 사람과 취향이 다른 것을 ‘틀림’이 아닌 ‘특별함’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모습을 가진 ‘나’에 대한 자의식을 좀 더 다정하게 바라보는 시선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작가 사이토 뎃초는 긍정적 자아도취를 동력 삼아 ‘루마니아어’라는 마이너한 언어를 배우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는데, 그 속에서 배울점이 많다고 느꼈다. 언어를 학습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이토 뎃초씨는 루마니아를 너무 좋아하지만, 직접 루마니아에 갈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크론병이라는 난치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나라에 직접 방문하지 않은 사람이 루마니아에 대한 언어를 비롯하여 문화, 인맥 등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소설 혹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전개로 펼쳐지는데, 이는 모두 사이토 뎃초씨의 배움에 대한 태도의 결과값이었다.


 

일본어 작품은 물론이고 다른 작품 몇몇 개는 일본어 더빙도 있는데, 거기에 루마니아어 자막도 달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일본어가 루마니아어로 어떻게 번역되는지 배울 수 있다. 기분만은 완전히 루마니아 유학이다. 그렇게 일상적으로 외국어를 접하는 상황을 만들어두는 것은 루마니아어뿐 아니라 언어 학습에 정말 중요하다. 일상에 언어가 뿌리내리지 않으면 자유롭게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 p.69

 

 

우선, 그는 직접 루마니아에 갈 수 없는 현재 상황을 대신하여, 자신의 일상에 루마니아를 끌고 들어왔다. 희소한 루마니아어를 특히 일본에서 일상에 녹여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실천한다는 점에서 대단함을 느꼈다. 경험의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배우겠다는 의지 하나로 루마니아어를 일상에 스며들게 한 것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좋은 환경보다 배우겠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

 

 

자, 루마니아어를 공부하고 루마니아 사람과 교류를 주고받으면서 내가 배운 것을 말하겠다. 바로 ‘기세로 밀고 나가기!’다. 물론 ‘내일 루마니아에 갈게!’ 같은 건 불가능하다. 그래도 랄루카 나지 씨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건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걸 나중으로 미루면 쌓이고 쌓이다가 평생 안 하게 된다.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 – p.93

 

 

주로 방에서 생활하는 히키코모리가 일본에서 루마니아어를 배우고, 루마니아에서 작가로 등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그의 생각과 마인드, 태도가 있었을 것이다. 사이토 뎃쵸씨는 페이스북 계정을 새롭게 만들어 약 4,000명의 루마니아 사람에게 친구 신청을 보내고, 궁금한 게 생기면 게시물을 올려 물어보고, 일본에 방문한 루마니아 영화감독을 만나 루마니아어로 말을 걸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끊임없이 루마니아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시도했다. 정말 말 그대로 ‘기세로 밀고 나가기’의 태도였다. 그가 ‘이렇게 해도 될까?’라는 고민에서 그쳤다면 절대 지금과 같은 상황이 펼쳐지지 않았을 것이다.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겠다는 마음으로, 무엇이라도 두드려봤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고독이 가르쳐주는 것은 당신이 혼자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이다. – p.252

 

 

그래도 나는 바로 당신에게 다른 곳에는 없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그게 나였으니까, 나 같은 건 형편없다고 생각했던 예전의 나. (중략) 그저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곳이기에 해낼 수 있는 것이 있다. 마지막으로 내 좌우명을 보낸다.

 

좋든 나쁘든 지금 네가 거기 그렇게 있는 게 최대의 장점 - 벅틱(BUCK-TICK) ⌜NATIONAL MEDIA BOYS⌟ – p.252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사이토 뎃초씨는 책 제목처럼 뭐든 되긴 되었을 거라고. 이러한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무엇이라도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에 담긴 그의 인생을 통해 단순히 언어를 배우고, 습득하는 자세에 대해서만 배우는 게 아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또 그 언어를 사용해 작가로 활동하는 그의 삶 속에서 도전하는 자세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자세 속에 녹아 있는 ‘나’ 자신이 가진 특별함과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다시 정리해서 말한다면, 그를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는 히키코모리의 언어 오타쿠가 루마니아 작가가 되는 과정에서 느꼈던 그의 감정과 이야기를 실감 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긍정하고, 배우기 위해 부딪히고, 나만이 가진 특별함에 주목하는 그의 삶을 엿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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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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