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쌀쌀해지면 유독 시트콤 드라마를 찾게된다. 두꺼운 외투를 찾을 날씨가 되어 올해도 시트콤 정주행을 시작했다.
특히 자주 보는 시리즈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2002)>,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 <지붕 뚫고 하이킥(2009~2010)> 정도가 되겠다. 세 작품 모두 종영한 지 10년은 거뜬하게 넘었는데, 2024년이 다 끝나가는 이 시점 보아도 여전히 웃음을 주는 것이 신기하다.
방송사 유튜브를 통해 올라오는 시트콤 드라마 영상들이 1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몇백 개의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 이 오래된 드라마를 찾는 사람들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아 동질감이 들기도 한다.
댓글의 내용들은 보면 밈으로 탄생해 버린 일명 레전드 장면에 대한 언급, 캐릭터에 관한 공감들도 있지만 시트콤이 방영하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향수를 느끼거나 시트콤 속 대가족에 관한 이야기들도 참 많다.
앞에 언급했던 작품들은 방영된 방송사는 다르지만 모두 김병욱 감독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일명 ‘김병욱 시리즈’라고 불리기도 한다.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결말 등으로도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지만,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가족주의이다.
모두 ‘대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언뜻 보기엔 그 당시 보편적인 가족들의 일상 이야기일 수 있지만 ‘능력 없는 가장 아빠’, ‘조부모 중심의 가족’, ‘가정을 지키고 싶은 아빠와 유학 가고 싶은 엄마’ 등의 요소로 평범에서 조금은 벗어나 보일 수도 있도록 하여 줄거리의 재미를 살려낸다. 하지만, 이 요소들은 사실 어떤 가족의 이면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가족이라는 요소에서 공감과 특이함에서 오는 웃음이 바로 이 시트콤의 매력이 된다.
사실 꽤 오래된 작품인 만큼, 불편한 요소가 많아진 요즘의 정서와는 부딪힐 수 있는 장면이나 에피소드들이 정말 많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는 것은 방영된 시점을 염두하고 보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여러 문제가 될 수 있는 장면들이 비판을 받을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현실과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설정 속에서의 일상을 담아냈기에 벽보단 정감 가는 부분이 더 많다. 돌아갈 수 없는 그 당시의 일상을 잠시 엿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필자의 경우 위 작품들이 방영될 시기엔 초등학생 시절이었는데, 시트콤을 보며 가족들과 저녁을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 당시만의 분위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사계절 중 날씨가 추워져야 시트콤 정주행의 타이밍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지금은 보기 힘든 복작복작한 느낌 때문은 아닐까 싶다. 괴짜 같기도 가끔은 무개념에 얄미워 보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있어 재미가 더해질 때도 있으니, 혐오보단 얄미움 정도의 감정선에서 끝이 난다.
선을 넘거나 무차별한 패러디들이 가득한 콘텐츠들로 웃음을 얻기 어려운 요즘,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시절의 일상 속 괴짜 가족이 추워진 날씨, 나의 가장 시끄러운 혼밥친구가 되어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