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세상을 타고 흐르는 따스한 음악 – 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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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색을 발산하는 따듯한 별빛을 전하며
도피가 아니라 추구하는 삶은 멋진 것이다. 그리고 강한 것이다. 바쁘고 정신없이 흘러가기만 하는 삶의 흐름 속에서, 나만의 흐름을 찾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삶은 언제고 빛을 내며 반짝인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두고 ‘아티스트’ 또는 ‘스타’라고 부른다.
자기 자신이 되기로 결정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사는 삶에는 분명한 대가가 있고, 견뎌야 할 기약 없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치러낸 대가는 시간이 흐르며 그 자신을 넘어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고, 어떤 꿈의 근거가 되고, 누군가에게 포근한 위로가 된다.
대부분 현실의 삶에 치여 포기하거나 오랜 기간 유예해버린 삶의 가치를 여전히 따라 사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의 팍팍한 삶에서 고개를 들어 시선을 옮기면 그곳에는 각자의 방식대로 반짝이는 누군가가 있다. 그 빛을 발견하고, 전하는 것이 나에게는 기쁨이다. 발견되기를 바라며 각자의 자리에서 반짝이는 서로가 만나는 일을 자꾸만 꿈꾼다.
삶의 분기점을 정하는 고등학생 시절의 어느 날 ‘무기력하던 자신을 움직이게 만드는’, ‘이거라면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은’ 무언가를 만나 용기 내어 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대학과 대학원을 거쳐 쌓아올린 시간들은 각각의 목소리와 연주에 담겨 매력 있는 음악이 되고 이제 막, 둑을 넘어 흐르려고 한다.
세상을 타고 흐르는 따스한 음악을 전하는, 아티스트 온수를 만났다.
37.5도의 뜨신 물, 온수를 만나다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수빈: 안녕하세요. 저희는 따뜻한 음악을 흘려보내는 온수입니다. 저희는 두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에요. 저는 건반을 맡고 있는 수빈이고, 이쪽은 보컬을 맡고 있는 수현입니다.
왼쪽- 수빈(건반)/ 오른쪽 - 수현(보컬)
2. 온수는 어떻게 만들어진 팀인가요? 두 분이 어떻게 만나셨는지 궁금해요.
수현: 저희는 대학원에서 처음 만났어요. 지금은 둘 다 졸업했지만요. 실용음악을 함께 전공했고 그때가 아마 2022년이었을 거에요.
둘 다 대학원에서 조교를 겸임했는데, 학기 시작하기 전에 조교들끼리 먼저 만나는 모임이 있었거든요. 저희 둘 외에 다른 분들은 학부에서 그대로 대학원까지 올라온 경우라서 대부분 이미 친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둘이 구석에 어색하게 따로 있다가 천천히 친해지게 됐어요.(웃음) 아무래도 서로 의지하게 되고 그랬었죠.
드라마 오프닝 같은 만남이네요.(웃음) 그래도 둘이 친하게 지내는 것과 음악을 함께 하는 건 완전 다른 일이잖아요. 친하다고 해서 다 일을 같이 하는 건 아니니까.
수빈: 맞아요. 그런데 둘이 성격이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했어요. 음악 좋아하는 스타일도 비슷했는데, 그러다보니 어느 날 청춘마이크라고 아티스트를 뽑는 프로그램에 그룹으로 함께 지원하게 된 거죠. 거기서 수도권 아티스트로 선발되면서 지금까지 쭉 같이 작업해오고 있어요.
수빈: 그 당시에 제가 쓰던 곡들에 수현님 목소리가 잘 어울려서 제가 처음에 러브콜을 했던 기억이 나요. 곡을 쓸 때 제가 생각한 감성을 잘 표현해주는 보컬이더라고요.
수현: 저도 제안을 받았을 때 수빈님 곡이 제 목소리에 잘 묻는다고 생각해서 같이 하게 됐어요. 이번에 새로 발매한 <흩어져버린 진심>이라는 곡도 처음에 대학원에서 과제로 같이 하게 된 곡이었거든요. 서로 잘 맞고 음악적으로도 잘 어울리니까 같이 하자! 이렇게 하게 된 것 같아요.
수빈: 맞아요. 그때 제가 이소라 같은 느낌 내달라고 요청했었는데 그걸 너무 잘 살리더라고요.(웃음) 그때부터 서로가 음악적으로도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3. 여성 듀오라고 불러야 할까요? 최근에는 흔치 않은 팀 구성인 것 같아요. 이런 형태로 결성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장단점도 있다면 알려주세요.
수현: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지만, 지금은 저희 둘이 함께 하는 음악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소통도 서로 잘 되고 무슨 일이 있을 때 의논하기에도 좋아요.
수빈: 맞아요. 밴드를 해본 사람으로서 이야기하자면 사람이 많아질수록 진짜 쉽지 않은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두 명이다보니까 조율도 잘 되고 공연 준비나 계획할 때도 잘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사운드를 고민하게 되긴 해요. 최근에 밴드 사운드가 유행하고 있는데 그것과 비교해보면 직관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긴 하거든요. 음악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채워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4. 둘만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수현: 저희가 유튜브에 커버를 가끔 올리기도 하는데, 이영지의 ‘Small girl’을 부른 적이 있거든요. 가사 내용이 ‘나는 키도 크고 강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를 사랑해줄래?’이런 의미에요. 그런데 그 노래를 부르던 중에 문득 떠올랐는데 제가 진짜 너무 스몰걸이라서 노래랑 전혀 안 맞는 거에요. 그래서 눈이 마주쳐서 서로 빵 터졌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공연할 때도 가급적 바체어에 앉는 편이에요.(웃음)
수빈: 처음 저희가 팀을 만들었을 때 주변에 공개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름이 온수라고 하니까 주변 친구나 동료 조교들이 ‘뜨신 물’이라고 부르더라고요.(웃음) 너무 구수하기도 하고 처음엔 조금 어이없었는데 들을수록 좀 어울리는 것 같아서, 지금은 어느 정도 만족하는 애칭이에요.
5. 최근 근황과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수빈: 이번에 싱글 두 곡이 곧 나왔어요. 발매일은 11월 6일이고 앨범 이름은 <누군가의 기억>입니다. ‘흩어져버린 진심뿐’ 그리고 ‘너는 나의 꿈’이라는 곡이 수록되어 있어요.
수빈: 그리고 동대문이나 서울숲에서 야외공연도 하고, 홍대 온플러그드에서 공연도 하고 소소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번엔 앨범의 텀을 줄이기 위해서 우선 싱글을 내기로 한 건데, 곡들을 더 모아서 내년 초에는 EP를 낼 예정이에요.
EP가 좋은 건 싱글에 비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사운드나 느낌들을 모아서 조만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수현: 저도 곡을 써서 다음에는 앨범에 실어볼 생각이에요. 예전에는 음악에 거창하고 멋진, 숨겨진 뜻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건 오히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감정이나 순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담아보고 싶어요.
6. 대표곡과 곡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고요한 바다 - 온수(ownSu)
그대여 내 손을 잡고
함께 거닐던 그대의 어깨 너머로
찬란하게 빛나던 미소 내게 비춰
잔잔하던 내 맘에 요동치는
거친 파도 속 고요한 바다처럼
내게 와
보여줘 드넓은 이 세상을
그대와 손잡고 나갈 수 있도록
들려줘 나만을 위한 시를
그댈 위한 노래로 영원히 부를 수 있게
그대가 홀로 있던
어리고 작은 불안한 내게
잔잔하던 내 맘에 요동치는
거친 파도 속 고요한 바다처럼
내게 와
보여줘 드넓은 이 세상을
그대와 손잡고 나갈 수 있도록
들려줘 나만을 위한 시를
그댈 위한 노래로 영원히 부를 수 있게
수빈: 전에 냈던 <고요한 바다>라는 곡이에요. 바다를 생각하며 지은 곳인데, 바다는 거칠게 파도치고 표면이 소란스럽더라도 그 깊은 내면은 잔잔하잖아요. 그게 저한테 와닿았어요. 삶에도 그런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현실의 상황과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혼란스러울 때도 깊은 내면에 나를 고요하고 잔잔하게 지지해주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떠올리면서 만든 곡이에요.
그런 편이세요? 저는 항상 반대거든요. 밖으로는 침착하고 차분해보이지만 안에서는 항상 엉망진창 소란스러운 사람이라서.(웃음)
수빈: 저도 사람 자체는 평탄한 편이라서 오히려 내면이 더 소란스러운 편이긴 해요.(웃음)
이 노래에서는 고요한 버팀목이 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잠시 흔들리더라도 내면에 언제나 고요하게 있어주는 존재가 있다.’ 그건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그런 존재를 떠올리면서 썼고, 들으면서 여러분도 각자에게 고요한 바다가 되어주는 존재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수현님은 이 노래 처음 받았을 때 어떠셨어요?
수현: 수빈이 같다고 생각했어요. 차분하고 따뜻하다. 평소에 운전할 때도 수빈이가 침착하게 운전하고 있으면 제가 신나서 떠드는 편이고, 공연할 때도 제가 떨고 있으면 수빈이가 항상 저를 괜찮다고 달래주거든요.(웃음)
7. 온수가 지향하는 음악이란 어떤 스타일과 메시지를 가지고 있나요?
수현: 저는 음악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은 마음으로 만드는 음악이 좋은 것 같아요. 음악이 음악 그 자체로 좋아야 하는 것도 맞지만, 좋은 사람이 좋은 메시지를 담아서 부르는 음악이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가수니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기도 하고, 일상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둘 사이에 뚜렷한 구분이나 우열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미학적인 체험이나 감각적인 체험으로써의 예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메시지나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따지자면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편일까요?
수현: 그런 편이죠. 저희가 항상 따뜻함을 흘려보내는 팀이라고 소개하거든요. 공감할 수 있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면 좋겠어요.
수빈: 이름대로 따뜻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따듯함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말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에요. 많은 작곡가들이 본인 이야기를 음악에 녹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제 이야기뿐만 아니라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서 창작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번 싱글도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만든 곡이에요. 저를 경유해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어요.
8. 온수가 생각하는 따듯함에 대해서도 더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따듯함이라는 게 꽤 넓은 범위의 온도고 사람마다 느끼는 따뜻함의 기준이 다르잖아요. 온수가 말하는 따뜻함이란 뭘까요?
수현: 청춘 마이크 공연을 하면서 프로젝트명으로 쓰기도 했는데 ‘37.5도’. 체온보다 1도 높은, 우리의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1도라도 올려주는 그런 음악을 하자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수빈: 지금 생각하면 조금 오글거리고 부끄럽기도 한데.(웃음) 정확한 온도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저희의 음악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그런 마음을 안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9. 이번에 새롭게 발매할 곡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수빈: 새로 발매되는 곡은 앨범의 타이틀은 <누군가의 기억>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이별에 대한 이야기에요. 하지만 이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제목이나 가사에도 ‘이별’이라는 말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요. 하지만 이 음악을 통해 누군가가 자신의 기억에 있는 이별을 들여다보고, 그때는 미처 보지 못 했던 나의 마음도 돌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수록되어 있는 <흩어져버린 진심뿐>이라는 노래는 친구가 스무 살 초반에 겪었던 이야기로부터 출발했어요. 그 친구의 입장에서 당시 만났던 사람과의 마지막을 그린 내용인데, 어느 시점부터 상대가 대화를 이어가지도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하나의 관계가 지나가고 이별을 마주하는 시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곡은 <너는 나의 꿈>이라는 곡이고 사랑했던 상대와 영원한 이별을 했을 때의 이야기에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썼던 곡이고, 어느 순간을 함께했던 당신이 나의 세상의 전부였다는 이야기를 담은 곡입니다.
10.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온수라는 팀으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페스티벌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중들에게 우리의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이미 어느 정도 사랑을 받는 팀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기회가 되면 꼭 참여해보고 싶네요.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곡들이 많으니까 EP나 정규 앨범을 통해서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거장 같은 음악, 아티스트 수빈의 세계
1. 좋아하는 음악이나 작품으로 스스로를 표현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최근에 읽은 책이 류시화 시인의 <사랑하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시집이에요.
그 제목이 너무 끌리는 거에요. 그렇게 사랑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우리 모두가 사랑에 의해서 상처받고 주저하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하잖아요.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렇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나 자신도 그렇게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언제나 그렇게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2.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저는 음악을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고3때 시작했거든요.
남들이 하는 공부는 열심히 못 하겠고, 고3이니까 무언가를 정해야 하는데 내가 어떤 걸 잘하고 뭘 해야 열심히 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어요. 체육도 좋아하긴 했는데 피아노라면 열심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음악을 시작하기에 좀 늦은 시기지만 그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고 치열하게 살았던 시절이었어요.
음악을 선택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잖아요. 그 길을 실제로 걸어보니까 어때요? 대학원까지 무사히 마친 시점에서 간단한 중간평을 해주신다면.
대학원 와서 느낀 건데, 내가 음악을 쉽게 생각했었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음악을 하는 건 여전히 좋지만 음악을 더 공부하고 파고들어야 한다는 걸 요즘 느껴요. 예전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부분을 집중했다면 이제는 곡을 쓰는 작업도 열심히 하고 있고 음악 전반에 대한 공부를 위주로 하고 있어요. 특히 미디를 다루는 공부를 조금 더 하는 것 같아요.
3. 평소 일상의 루틴이 궁금해요. 언제 일어나서 어떤 일로 생활을 유지하고, 어떤 연습을 얼마나 하고, 그러기 위해서 시간과 마음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들려주세요.
대학원 졸업하고 학원 레슨을 하고 있고, 그 외의 나머지 시간은 작업실로 출근하고 있어요. 전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무조건 갔었는데 작업 효율도 안 나오고 출석만 하는 느낌인 거에요. 그래서 지금은 작업시간을 분리해서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하루를 통째로 빼두기도 하고, 짧게 출근하는 날에는 시간을 계획해서 작업실에 가요. 출근 전에 운동을 꼭 하고요. 요즘 수영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접영도 배웠어요.(웃음)
그리고 매일 하는 건 아니지만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현생을 열심히 살다보면 감성이 메말라서 가사가 안 나와요. 특히, 개인작업이랑 레슨이랑 병행하기가 진짜 힘든 것 같아요. 레슨하다보면 하루에 8시간씩 하기도 하니까 되게 힘들거든요. 말도 끊임없이 해야 하고. 그래서 시간이 될 때마다 멍 때리면서 글도 쓰고, 시집도 읽고 그러는 편이에요.
너무 하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하는 편이에요?
그냥 안 해요. 전에는 어떻게든 하고 미디로 뭐라도 두들겨보고 그랬는데 안 되더라고요. 원래 드라마 보는 게 취미였는데 최근에느 책 읽는 걸로 바뀌었어요. 읽는 걸 좋아하지만 많이 읽지는 못 해요.
4. 일기 쓰세요? 저는 음악으로 쓰는 일기는 어떨까 종종 생각해요. 예술의 표현 양식마다 담길 수 있는 내용이 다르고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 다르니까요. 글이 아닌 일기를 써본 적도 있으세요?
제 이야기를 음악으로 담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음악으로 써본 적은 없는데 일기는 써요. 예전에 학생 때는 달력 일기를 썼거든요. 탁상 캘린더 네모 칸에다가 조금씩 써뒀어요. 지금도 별 일 없어도 뭐 먹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열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아침에 글을 쓰는 시간을 개인적으로 갖거든요. 앉아서 그냥 생각나는 걸 써봐요. 꿈 이야기도 쓰고 하늘이 좋으면 하늘 이야기도 쓰고 편하게 쓰는 편이에요. 그때 쓰는 것들이 가사가 되기도 해요.
5. 곡을 쓸 때, 현실의 나와 음악 속에 등장하는 화자는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두는 편인가요?
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써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편인 것 같아요. 이번에 나올 곡도 제게 이야기를 들려줬던 화자의 입장에서 상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적었어요. 저의 음악을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와 감정들이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6. 음악을 만들 때 상정해두는 가상의 상대가 있다면 그건 누구, 혹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그때마다 다른데, 제 이야기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거나 어떤 상황을 봤을 때 마치 그 상황이나 사람이 된 것처럼 상상해서 쓰는 편이에요. 일상적인 대화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유튜브나 작품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그래요.
7. 곡을 만드는 일과, 곡을 연주하는 일과, 밴드나 세션의 일부로 반주하는 건 전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각각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시나요?
저는 세 개를 다 해봤는데요. 곡을 쓰는 건 보통 고통스러워요. 곡이 술술 나오지는 않거든요. 심지어 아는 게 많아지고 듣는 게 많아질수록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그 결과물을 냈을 때 나왔을 때 느껴지는 복합적인 감정이 있어요. 뿌듯함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주는 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되게 즐거운 일이에요.
피아노 연주를 할 때는 제가 항상 표정이 안 좋거든요?(웃음) 틀리면 안 되니까 집중을 많이 하게 되거든요. 피아노 연주할 때는 세밀한 터치로 감성을 살리는 게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이에요.
밴드에서는 피아노가 하는 역할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요. 곡에 잘 스며드는 연주를 해야하고, 그러면서도 필요한 부분에서는 나와줘야 하니까 치고 빠지는 걸 잘 해야 한다는 느낌이에요.
셋 중에 고르라고 하면 요즘의 저는 피아노로 곡을 쓰는 게 가장 좋아요. 일종의 애증이죠. 고통스러우면서도 좋고.
8. 그동안 어떤 음악들을 공부하고, 어떤 장르나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받아왔나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유형의 음악이 Lo-Fi랑 R&B에요. The day라는 첫 곡도 Lo-Fi 스타일의 연주곡 위주의 곡이었어요. 당시가 HONNE, Tom Misch, Bruno Major 이런 아티스트들 음악을 많이 들었던 때라서 자연스럽게 그런 장르의 곡을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감성적인 곡들을 더 많이 쓰고 있지만 지금도 Lo-fi 곡에 대한 갈망이 있어요. 언젠가 저만의 Lo-Fi장르의 EP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9. 앞으로 어떤 형태의 아티스트로 사람들에게 남고 싶은지 한 줄로 표현해주신다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나를 통해 들려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저희 온수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겨서 좋네요. 앞으로 따뜻한 이야기의 통로가 되는 음악 들려드리겠습니다. 기대해주시고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일상의 순간을 후회 없이 녹여내는, 아티스트 수현의 세계
저는 아직 인생을 말하기에는 어리지만, 나중에 인생을 다 살았을 때 돌아보면서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삶을 살고싶어요.
최근에 할머니가 편찮으셨거든요. 그런데 할머니가 가족들을 다 모아놓고 나는 후회 없이 살았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그때는 슬퍼서 많이 울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 잘 살아온 삶이 없는 것 같아요. 이적의 노래 가사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는데 저도 그렇게 살고싶어요.
2.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처음에는 교회에서 목사님이 노래 한 번 해보라고 해서 우연히 시작했어요. 그런데 노래 할 기회가 많이 생기다보니까 제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거에요. 저는 고2까지 꿈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고 어른들이 ‘너 뭐가 될래? 하면 그냥 무기력하게 되는 대로 살겠다고 말하는 학생이었거든요. 그런데 음악을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나니까 사는 게 달라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성악으로 음악교육 전공을 했다가 대학원에서 실용음악 보컬을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음악교육을 먼저 전공한 이유가 있을까요?
학생 때는 아무래도 부모님의 영향이 크잖아요. 저는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원하는 진로는 교사여서 약간의 조율을 한 거죠. 그래서 음악교육을 전공했고 졸업하고 나서야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서 대학원에 갔어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거죠.
예술가들이 겪는 일종의 관문이잖아요.(웃음)
그쵸. 처음에는 대학원에 실용음악과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제가 원래 광주에 사는데 주변에 음악을 할 만한 환경이 안 되는 거에요. 그래서 우선 서울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은 음악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곁에 두는 게 중요하잖아요. 평일에는 학원 일을 하다가 주말에는 서울에 와서 학원 다니고, 그러다 거기서 대학원을 가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대학원은 어땠어요?
새로웠어요. 음악을 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제가 원래 성악과 음악교육을 전공했다보니 실용음악에 대해 배우고 미디도 다뤄보고 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3. 제가 수현님의 노래를 직접 들은 건 두 번이지만 수현님의 노래에는 순식간에 빠져드는 힘이 있어요. 어떤 환경이든 노래를 시작하면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것만 같아요. 음악에 어떻게 몰입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부르는지 궁금해요.
저는 노래하는 게 일종의 연기라고 생각해요. 가식적으로 부른다는 뜻은 아니고,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슛 들어가는 순간 배우들이 몰입을 시작하잖아요. 그것처럼 저도 음악이 시작되면 그 안에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노래 속 나와 현실의 내가 너무 다르면 이입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 때 일종의 정해진 배역, 노래 속 감정과 상황에 이입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대학생 때 학교에서 뮤지컬도 했었는데, 제가 할머니 역할을 했었어요. 그게 실제의 저와는 너무 다른 배역이잖아요. 그래서 그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서 극 내용에 없는 세부적인 내용을 적어보는 연습을 했어요. 내가 실제로 이 인물이었다면 어떤 사람일지 작품에 드러나지 않은 여백까지 생각해보는 거죠. 그런 과정을 거치면 더 잘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노래할 때도 일종의 배역 혹은 대사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연습을 해보는 편이에요.
4. 음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부모님이 저를 인정해주셨을 때요. 제가 고3때 성악을 시작하면서 음악교육 전공으로 대학을 갔는데, 제가 교사를 안 하고 실용음악을 한다고 하니까 부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아무래도 음악하면 먹고살기 힘들다고. 그런데 부모님께서 공연을 보시고 하고 싶은 음악 하라고 인정해주셨어요.
제가 노래할 때 행복해보였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가 기억에 남아요. 제가 고집이 센 편이긴 하거든요.(웃음) 하지만 음악을 하기 전의 삶을 생각해보면 저는 항상 무기력했었는데 노래를 하면서 사는 재미를 알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후회 없을 만큼 해보고 싶은 것 같아요.
5. 보컬은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 중에서도 아이코닉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밴드를 생각해봐도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보컬이니까요. 사람들에게 어떤 아티스트로 다가가고 싶으세요?
저는 팀과 잘 융화되는 보컬이고 싶어요. 말씀해주신 부분도 맞지만 보컬만 너무 드러나지 않고 악기들과 함께 빛날 수 있는 음악이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6. 이번엔 자기자랑 타임입니다. 보컬로서 가지고 있는 본인의 매력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어려운 질문이지만 평소에는 스스로 입 밖으로 꺼낼 일은 진짜 없잖아요. (웃음)
수현: 저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을 종종 듣거든요? 그런 게 제 매력인 것 같아요. 작은 체구지만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에너지가 있는 목소리가 매력이지 않을까.
수빈: 제가 보기에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매력이에요. 말하는 것도 그렇고 중저음에서 오는 울림이 있어요. 노래를 듣다보면 '되게 진하다' 이런 생각이 항상 들어요.
맞아요. 저는 그게 피아노랑 단둘이 하는 팀의 색이랑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악기가 최소화된 구성이다보니 자칫 지루하거나 심심해질 수 있는데 그걸 채워주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성악이 베이스다보니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지금 하는 장르의 음악을 부를 때는 공간감을 섞어서 부르다보니 그 여백이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7. 평소에 목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지도 궁금해요. 모든 아티스트가 그렇겠지만 몸 자체가 악기인 사람은 더 각별한 관리가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저는 잠자는 시간과 운동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해요. 전에는 안 그랬는데 잠을 못 자거나 운동을 좀 덜하면 노래할 때도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커피랑 술을 제가 못 마시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레 관리가 되는 것 같아요. 잘 자고, 운동하고(웃음)
(수현님은 인터뷰어가 샷까지 추가한 커피를 마실 때 따뜻한 차를 시켜 홀짝이고 있었다.)
8. 노래가 가장 하고 싶은 순간, 가장 하기 싫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수현: 아직은 하기 싫을 때가 없고 항상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음악을 제대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봐요.
오, 그럼 수빈님은 피아노 치기 싫은 순간 있어요?
수빈: 저요? 네.
(웃음)연습해야 하는 건 알지만, 몸이 안 따라줄 때가 종종 있잖아요.
수현: 맞아요. 아무래도 몸이 힘들고 컨디션이 안 좋으면 좀 힘든 것 같고.
요즘은 노래 연습도 하지만 곡을 쓰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생각날 때마다 핸드폰 녹음에 기록해두기도 하는데 그걸 계속 발전시키고 곡으로 만드려면 작업실에 매일 가야겠더라고요.
그럼 테크니션으로의 보컬보다는 싱어송라이터를 지향하는 쪽에 가까운가요?
네. 제가 그런 음악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앞으로는 제가 쓴 음악도 더 많이 낼 계획이에요. 기대해주세요. (웃음)
9. 어떤 곡을 쓰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음악에 삶이 배어든다고 생각하거든요. 평소에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신지, 자주 하는 생각이나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듣고 싶고 가능하다면 그것들이 어떻게 음악으로 태어나는지도 궁금해요.
일상 속에서의 작은 변화들 있잖아요. 저는 그런 사소한 사건들에 집중하려는 편인 것 같아요.
가족들이랑 떨어져서 사니까 전화를 자주 해요. 특히 최근에는 할머니의 근황을 자주 묻게 되는데 얼마 전에 손이 너무 차갑다는 거에요. 눈도 점점 안 보이고 움직임도 느려지고. 시간이라는 게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가 지나면서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느낌이더라고요. 최근에 쓴 노래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쓴 곡이에요.
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부탁드립니다.
11월 6일에 새로 발매한 앨범 ‘누군가의 기억’ 많이 들어주시고 앞으로도 저희 활동을 지켜봐주세요! 감기 조심하시고 온수의 음악과 함께 따듯한 겨울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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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내가 온수의 음악을 만난 건 총 세 번이다. 대학원 어딘가에 마련된 공연장에서 한 번, 홍대의 어느 유명 공연장에서 한 번, 그리고 이 인터뷰 자리에서 한 번. 각각 앞의 만남이 이어진 뒤의 만남으로 이끌었고 나는 이제 다음이 궁금해진다. 이 다음에 우리가 만나게 될 장소는 어디일까. 성장하는 아티스트의 시작을 함께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온수가 앞으로 들려줄 음악과 이야기를 기대하며, 그들의 시작을 이곳에 기록해둔다. 따뜻한 마음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뜨신 물을 틀듯이 온수의 음악을 틀어주시길! 추워지는 계절, 온수의 음악이 전달하는 온기가 여러분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며 글을 닫는다.
[김인규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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