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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인간 내면의 악마, 감정 응어리, 본능, 감정의 실태 [공연]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 SAL 배진호 안무 <죽여버리기>

by 이다연 에디터
2024.10.0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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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호 안무 <죽여버리기>는 무용인지, 무용수인지, 내가 지금 보고 있고 듣고 있는 게 무엇인지에 질문을 던진다 눈 앞에서 움직이는 형체가 사람인지, 그 사람이 소리치는 목소리가 언어가 맞는지. ‘뭐라는 거야?’가 머릿속을 빙빙 맴돈다.

 

나는 이러한 작품은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한다. 완전한 물음표를 제시하거나, 애매한 물음표를 제시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번 작품은 전자였다. 완전한 물음표를 제시했고, 이를 자신만의 연구법으로 끝까지 끌고 풀어나갔다.

 

인간의 존재는 얽히고 설킨 관계들의 축적으로 그 본질을 드러내기도 한다. 때때로 이러한 숨통을 조일 것만 같은 본질의 무게는 우리를 거친 호흡으로 내몰며 물리적인 영향을 끼친다.

 

LG 아트센터 U+스테이지는 작은 규모이지만, 무대의 형태를 연출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번 공연 또한 런웨이 형식의 무대 세트로 관객이 양 옆에 계단식으로 앉고, 중간 무대를 비워두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무대 양 끝엔 의자 한 개, 그리고 반대쪽 끝엔 의자 두개, 런웨이 형식의 무대에선 검은색 은박지로 몸을 칭칭 두른 무용수 두 명이 바닥을 내뒹굴고 있다. 그들의 몸은 마치 sf소설에 나오는 베놈, 괴물처럼 사람의 몸은 아닌 검게 그을린 재 같은 색으로 하나의 괴생명체처럼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한 여성은 관객을 맞이하는 듯 무대 위에 서있고, 한 남성은 맨 끝 의자에 앉아 생수병을 만지작거린다.

 

무대의 시작 시간이 되고, 몇 분간은 그저 시작 전과 같은 흐름으로 의도된 긴장감을 유도한다. 이후 객석을 환하게 비추는 조명을 유지한채로 맨 끝에서 한 남성이 등장한다. 남성은 반대편 끝 의자에 가서 앉으며 화를 내는 듯한 웅얼거림을 지속하더니 기어코 여성의 어깨를 세게 치고, 머리를 잡는 등 격렬한 분노를 표출한다. 하지만 그가 내는 목소리는 우리가 듣기에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반대편 남자에게 가서까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다. 우리는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순 없지만, 분명한건 그가 강한 화가 났다는 것, 자신의 화를 이성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아이처럼 마구잡이로 화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는 화를 내는 남자의 분노를 받아주지 않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쳐다본다. 그리곤 그 남자가 화내다 지쳐 쓰러졌을 때, 그 남자 얼굴에 침을 뱉고, 구역질을 해댄다. 이러한 장면의 제시는 마치 ‘역겨워’라는 메세지를 주며 그저 숨죽이고 뒤에 나올 예측할 수 없는 장면들을 기다리게 만든다.

 

남성은 처음 무대에서 뒹굴던 검은 생명체에게 투명한 실로 이끌려 반대편까지 끌려가고, 여성또한 반대편까지 기어간다. 그리곤 남아있던 남성은 그 여성을 기어코 벽에 머리를 부딪히게 때리고, 차마 웃으면서 볼 순 없는 혹독한 장면들을 한 편의 영화처럼 제시한다. 이는 비-이성적이고 파괴적인 충동에 이끌린 남성의 감정 상태를 보여준다.

 

장면이 더해져 갈수록, 무대에는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격투기 선수와 심판 같아 보이는 남성, 그리고 망사로 된 옷을 입고 하나의 감정 소용돌이 같은 남성이 등장한다. 격투기 선수는 자신 혼자서 격투기를 하는 듯 계속해서 팔을 휘두르고 점차 지쳐간다. 심판은 무표정으로 손에 든 공을 이리저리 양손으로 바꿔잡으며 그를 지켜보고, 마침내 지쳐 격투기 선수가 쓰러졌을 때 갑자기 유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즐겁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감정의 소용돌이 같은 남자또한 어딘가에 홀린 듯이 걷다가 그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하고, 그러다 갑자기 춤을 추던 남자를 다시 벽으로 데려가 때려눕힌다.

 

‘이와 같은 감정의 파도는 때로 오랜 친구, 동료, 존경했던 사람들, 심지어 우리의 삶을 나누는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 (작품 설명 중) 이러한 장면은 그저 인간은 요동치는 감정의 동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하다. 현대무용에서 인간의 ‘감정’에 집중하다보면, 결국 ‘동물’로 나아가는 걸 필연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는 동물은 이성이 없는 존재이며, 불통제적이고 본능적이며,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인간 또한 이성이 없다면, 이성으로 통제하던 모든 것들을 잃고, 그저 하나의 동물, 사람의 구경거리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래에 ‘인간’이라는 주제로 ‘휴머니즘’에 대해 공부하면서, ‘인간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감정에 둘러싸인 인간은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불통제적인 감각에 이끌리고, 내면의 투쟁이 신체로 직접적으로 투영되는 모습을 보인다. ‘죽여버리기’는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어둡고 복잡한 감정과 충동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 인정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며, 함께 살아가는지에 대한 작품이다.’(작품 설명중)

 

‘죽여버리기’는 인간 내면의 악마, 감정 응어리, 본능, 감정의 실태를 가시적으로 표현해냈다.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매우 섬세하고도 구조적으로 잘 짜여진 시나리오 같은 느낌을 받았으며, 무용수들의 한 마디로 ‘미친’ 연기와 움직임은 관객들을 보는 내내 긴장하게 하고, 충격받게 하였다. 눈 앞에서 그들이 보여준 모든 움직임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유연한 스토리 전개로 이끌어냈으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무대 장치와 효과, 그리고 구조를 잘 활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현대무용은 이해가 안되는 게 정상인 거 같다. 이해가 안 되야 이해하려고 애쓰고, 그리고 이해가 안됬다는 건 못 겪어본 경험이자, 이제껏 보지못한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는 것과도 같다.

 

따라서 이번 ‘죽여버리기’는 관객을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데 한 몫을 하였으며, 배진호의 집요한 탐구와 작품에 대한 연구가 잘 보이는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머리를 아프게 하고 이해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을 만난 거 같다. 이런게 바로 무용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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