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그림의 클라이맥스를 읽다 - 결정적 그림

by 이승희 에디터
2024.06.24 11:29

 

 

삶은 한 장의 그림이 아니다. 여러 장의 그림이 순간에 지나가는 영상처럼 끊이지 않고 흘러간다. ‘방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고, ‘지금’이 있어서 ‘곧바로‘가 있다. 삶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계속하여 이어진다. 삶의 한 순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뒤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생긴다. 다른 순간과 무관하게 홀로 존재하는 순간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한 말을 약간이라도 정확히 이해하려면, 누군가가 쓴 글을 조금 더 깊게 읽어내려면 그 발화가 놓인 상황을 살펴본다. 이는 언어가 아닌 표현 방식에도 똑같이 적용되는데, 음악이나 미술에서도 해당 작품이 위치한 맥락을 참고할 때 작품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그래서 유명한 작품을 감상할 때는 작품만 보고 느끼는 것도 좋지만, 약간의 해설을 곁들일 때 폭넓은 이해와 감상이 시작되기도 한다.

 

본격적인 해설은 부담스럽고 가볍게 배경지식을 쌓고 싶다면 <결정적 그림>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이야기꾼처럼 20명이 넘는 화가의 삶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어디에선가 본 것 같고 언젠가 들어본 화가들의 일생을 요약하며 사이사이 대표작을 소개하고 있다. 화가의 전 생애를 다루기도 하고, 작품 생활을 시작한 시기부터 다루기도 한다. 중요 국면에는 소제목을 달아 챕터를 구분하고 있어 일목요연하게 해당 화가의 삶을 기억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다.


화가의 생애를 소개하며 유명한 작품들이 탄생한 삶의 순간들을 짚어주는 구성은 화가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그의 삶을 재구성한 단편 소설과 같은 결과물을 낳았다.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하지만 작가가 재해석한 인물 간의 대화나 사물 묘사는 마치 그 순간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식을 전달하는 느낌은 최소화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책을 읽는 효과를 배가한다.


이름과 함께 초상화가 나온 다음, 본문이 등장된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나서야 그 사람에 관한 간략한 정보가 제공된다. 생몰년과 국적, 한 단락 분량의 생애, 흥미로운 에피소드 하나가 화면에 함께 제시되는데,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된 상태로 읽은 요약 페이지는 조금 더 진지하게 읽힌다. 만약 맨 앞에 화가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면 대충 읽고 넘겼을 만한 내용을 열심히 살펴보는 효과가 있었다.


이 책은 차례로 읽는 것도 좋지만, 관심 있는 화가나 작품의 분량을 읽으며 책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를 먼저 읽다보니 마지막에 해당하는 moment 6을 먼저 읽었지만 책 전체를 읽는 데에는 방해되지 않았다. 오히려 마지막 모먼트를 읽고 전체를 읽고 다시 한 번 모먼트 6을 읽음으로써 절망과 시련으로 그림으로 승화할 수 밖에 없었던 화가들의 삶이 더 와닿았다.


혹은 호기심이 생기는 테마를 먼저 읽는 것도 좋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맞선 순간‘, ’마음 열어 세상과 마주한 순간‘, ’나만의 색깔을 발견한 순간‘, ’내일이 없는 듯 사랑에 빠진 순간‘, ’삶이 때론 고통임을 받아들인 순간‘, ’그럼에도, 힘껏 발걸음을 내딛은 순간‘. 이렇게 6가지 주제로 구분되고 한 주제에 3-4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작, 사랑, 자아 탐구, 시련, 절망 등 여러 주제가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골라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IMG_2126.jpeg

 

<결정적 그림>을 읽고 거장도 한 명의 인간이었다는 사실과 삶이 바뀌는 순간을 화폭에 담아냈다는 사실을 함께 깨달았다. 그들에게는 강렬한 마음이나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는 오늘이나 그림의 소재가 된다. 어제가 오늘로 바뀐 순간, 분노가 차오르던 순간, 사랑을 깨닫던 순간 그 모든 순간들이 그릴 수 밖에 없는 순간들이었다.


그림에 들어 있는 고뇌와 희노애락을 짐작하면서 ’나‘와 무관했던 어떤 화가와 ’나‘ 사이의 시공간적 거리를 좁혀보는 시간을 선물 받는 책이다. 그렇게 몇 가지의 작품을 더 기억할 수 있게 되었으니 지나간 누군가의 삶의 몇몇 순간을 기억해보는 것이 되지 않을까.

 

 

 

IMG_1921.jpeg

 

 

이승희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Review] 누군가의 한 걸음이 세상의 한 걸음이 된다 - 달의 뒷면을 걷다
  2. 02 [Review] 미처 태울 수 없는 영혼에 대하여 - 그을린 사랑
  3. 03 [Review] 색면으로 된 대화의 창을 보다 -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