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공연'을 창작진이 아니라 관객으로 공연을 보는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다르게 느껴진다.
살아온 인생 중에서 내가 직접 공연을 했던 것은 6년, 공연이라는 장르를 보고 좋아했던 기간은 13년. 내 인생의 반보다 많은 나날들을 공연과 함께 커왔고 성장했다. 나의 인생에서 공연이라는 존재 자체를 지운다면, 나라는 사람을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학교에서 뮤지컬 동아리의 공연을 보면서 뭔지 모를 아련함과 뭉클함과 같은 감정에 잇따라 과거를 회상하게 되었다.
어릴 적 그 어떤 것보다 무대를 만들고 공연을 하는 것에만 몰두하며 살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한때는 공연예술 계에서도 연출과 제작이라는 부서에 관심을 가지고 연극연출 입시를 준비하기도 했었지만 아쉽게 연출 쪽으로는 진학하지 못하였고, 지금의 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라는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이 뮤지컬 동아리도 고등학생 시절의 공연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지원하고, 새내기 시절에 활동까지 했던 동아리이기도 했다.
이렇게 공연을 만드는 마음 하나는 진심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공연을 직접 만드는 일 보다는 그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지원하고 서포트를 해야 하는 기획이나 경영적인 부분을 관리하는 부분으로 시선을 돌린 상태이다. 그래서 며칠 전 후배들이 공연을 하고, 커튼콜 때 배우와 더불어 스태프들도 즐기면서 공연을 하는 모습이 더욱 눈에 밟혔고, 공연을 하면서 즐거워했던 과거 나의 모습도 겹쳐보였다.
공연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공연을 직접 만드는 사람보다, 공연을 만들기 위해 지원해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도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작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직접 공연을 만들고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즐기는 모습을 보고 난 후에는 나의 마음조차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나의 마음 한구석에 잘 숨겨놓았던 과거의 마음을 갑작스럽게 마주하니 당황스러웠지만, 언젠가 한 번은 마주하고 나의 마음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타이밍이 동아리 공연을 본 며칠 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과거의 회상에 갇혀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에 얽매여 내일을 보지 못하는 것은 미련하고, 바보 같은 행동일 것이다.
과거 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인간은 가장 처량해진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이 있듯이, 평생을 어릴 적에 공연을 만들었던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과거의 행동과 경험, 그리고 거기서 느낀 자신의 감정들을 양분으로 삼아 지금의 나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과거를 기반으로 '나'라는 사람의 뿌리를 내리고, 앞으로 잎을 만들고 꽃을 피울 미래를 위한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