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단 이틀간 펼쳐지는 특별하고 소중한 축제 - WONDERLAND PICNIC원더랜드 피크닉 2024

글 입력 2024.05.22 15:2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붙임2. 원더랜드피크닉 2024 포스터.jpg


 

 

하루 종일 뮤지컬과 함께하는, 원더랜드 피크닉 2024


  

'원더랜드 피크닉 2024'(이하 원더랜드 피크닉)은 5월 11일, 12일 양일간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개최되었다. 유명 뮤지컬 배우들로 꾸며진 이번 축제는, 조정은, 정선아, 옥주현, 강홍석, 민경아, 배두훈 등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속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이번 축제가 특별한 건, 솔로 무대부터 듀엣, 트리오 무대까지 다채로운 구성으로 꾸려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팀별로 적어도 두 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최소 50분에서 최대 110분까지의 공연을 펼쳤다. 총 러닝타임이 800분임을 미루어 봤을 때, 하루 종일 대극장 뮤지컬을 5번 보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한 곳에서 만나보기 어려웠던 신선한 조합 또한 눈여겨 볼 만했다.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로 13년 만에 다시 뭉친 강홍석·이재원·정원영, 뮤지컬 퀸들의 만남인 유리아·정선아·조정은, 뮤지컬 <랭보>의 랭보를 맡았던 윤소호·정동화·정욱진 등 단 이틀을 위한 소중한 무대가 가득했다.

 

지난 '원더랜드 페스티벌 2022'에서 애정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나올 때마다 눈이 반짝였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양한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하는 축제 '원더랜드 피크닉'을 양일간 다녀왔다.

 

 

붙임4. 원더랜드피크닉 2024 타임테이블.png

 

 

 

'팬텀싱어'의 주역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다

: 고훈정, 배두훈, 백형훈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의 오랜 팬인 나에게 시즌 1에 출연한 고훈정, 백형훈과 시즌 2에 나온 배두훈의 콜라보는 정말 꿈처럼 느껴졌다. 

 

지난 '팬텀싱어 2'를 통해 데뷔한 크로스오버 계의 아이돌, 포레스텔라는 지난 '원더랜드 페스티벌'에서 환상적인 하모니로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든 바 있다. 이러한 포레스텔라의 멤버이자 아름답고 섬세한 보이스의 배두훈과 '포르테 디 콰트로'에서 탄탄한 실력을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 고훈정, '흉스프레소'에서 단단한 고음과 탁월한 가창력을 보여준 백형훈의 트리오 무대는 그야말로 황홀했다.

 

먼저 기억에 남는 솔로 무대부터 말하자면, 고훈정은 양일간 <마마, 돈크라이> 中 '달콤한 꿈'을 완벽히 소화하며 팔색조 같은 매력을 선보였다. 배두훈은 <빨래> 中 '참 예뻐요'를 관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부르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백형훈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中 'Superstar'의 신나는 리듬에 맞춰 온 관객을 들썩이게 했다.

 

다음으로 듀엣 무대에서는 밝은 에너지가 가득한 배두훈X백형훈의 <렌트> 中 'What You Own', 애절한 감성이 담긴 고훈정X백형훈의 <곤 투모로우> 中 '그 시간으로 널', 그리고 세 명이 뭉친 트리오 무대에서는 퀸의 'The Show Must Go On'을 불렀는데, 강렬한 카리스마와 함께 엄청난 가창력을 폭발하며 그들의 마지막 공연을 제대로 장식했다.

   


팬텀즈 (2)수정.jpg

 

 

 

명실상부한 뮤지컬 퀸들의 모임이 성사되다

: 유리아, 정선아, 조정은


  

뮤지컬 여제들이 모인 유리아, 정선아, 조정은 트리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유리아 배우와 정선아 배우는 열렬히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공연으로는 만난 적이 없었다. 매번 영상으로만 접했던 그녀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 거센 폭우를 뚫고 나오는 성량과 호소력은 가히 압권이었다. 이번 '원더랜드 피크닉'의 첫째 날 피날레를 맡은 헤드라이너다운 뛰어난 실력을 뽐냈던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솔로 무대를 살펴보자면, 조정은은 <드라큘라> 中 'Please Don't Make Me Love You'를 사랑 앞에 갈등하는 여인의 감정을 녹여내어 섬세하게 표현했다. 정선아는 영화 <위대한 쇼맨>의 'Never Enough'를 본인만의 해석을 담아 노래하며 짙은 감동을 남겼다. 유리아는 <비틀쥬스> 中 'Dead Mom'을 죽은 엄마에게 외치는 간절한 심정을 토해내듯 부르며,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고음을 선사했다.

 

이후의 듀엣 무대를 소개하자면, 친한 선후배 사이인 정선아X유리아의 <위키드> 中 'For Good'은 "난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라는 가사처럼 애틋하게 다가왔고, 같은 작품 속 같은 역할로 만나기 어려웠던 조정은X정선아의 <지킬 앤 하이드> 中 'In His Eyes'는 명실상부한 톱 배우들다운 아름다운 호흡이 돋보였다. 마지막 트리오 무대에서는 조정은이 카리스마 넘치는 곡을 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선곡한 영화 <알라딘> 中 'Speechless'를 세 디바의 목소리로 재해석하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유정조 (2)수정.jpg


 

 

지금껏 본 적 없는 색다른 무대



1. 젠더 프리 무대 - 원래 남성 배역의 넘버를 여배우가 부르는 젠더 프리 무대는 완전히 새로운 감상을 남겼다. 유리아의 <노트르담 드 파리> 中 그랭구아르의 '달', 정선아의 <넥스트 투 노멀> 中 게이브의 '난 살아있어', 옥주현이 죽음 파트를 맡아 부른 <엘리자벳> 中 '내가 춤추고 싶을 때' 등 그녀들은 색다른 음역과 개성으로 캐릭터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2. 같은 배역이 같은 넘버를 소화한 무대 - 동일한 배역을 맡았던 배우들이 하나의 넘버를 꾸민 무대 또한 인상 깊게 봤다. 민경아X박진주의 <레드북> 中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윤소호X정동화X정욱진의 <랭보> 中 '취한 배'나 <쓰릴 미> 中 'Nothing Like a Fire', 고훈정X김찬호X박규원의 <더데빌: 파우스트> 中 'Possession' 등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인 그들이 캐스팅된 이유를 증명하는 시간이 되었다.

   

3. 새로운 도전이 돋보인 무대 - 직접 출연했던 작품 말고도 새롭게 도전한 무대도 있었다. 기세중X임정모의 <데스노트> 中 '놈의 마음 속으로', 박규원의 <모차르트!> 中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민경아의 <시라노> 中 '마침내 사랑이', 박진주의 <맘마미아> 中 'Thank You For the Music', 배두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中 '겟세마네', 백형훈 <하데스타운> 中 'Epic III' 등 그들이 이번에 부른 작품에 꼭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소화력을 자랑했다.

   

4. 소소한 웃음을 자아냈던 무대 - 몇몇 무대는 선곡 실패로 인해 배우가 수습한 적도 있었다. 대부분 당일 날씨나 시간에 맞게 넘버를 준비했는데, 막상 와보니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관객들이 비에 젖고 있는 순간, 이재원은 빈지노의 '젖고있어'를 부르며 절대로 놀리는 게 아니라는 사과 멘트를 덧붙였다. 또한, 백형훈은 해가 화창한 순간, <오페라의 유령>의 'The Music Of the Night'을 불러도 되는 거냐고 물으며 관객들의 웃음을 터뜨렸다.

 

 

 

뮤지컬 애호가들의 꿈의 축제


  

'원더랜드 피크닉'에는 아는 배우도 많았지만, 이름만 들어본 배우나 처음 본 배우도 몇몇 있었다. 그렇다고 미리 공개된 세트리스트의 실황 영상을 보면, 직접 알아가는 재미가 떨어질 것 같아 아예 모르는 채로 노들섬에 다다랐다. 그래서 몰랐던 배우의 무대가 더욱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마음에 품게 된 배우도 있었고, 더 애정하게 된 배우도 있었다.

 

뮤지컬 외에도 가요나 랩, OST 등 다른 장르를 통해 환기하는 시간을 가지긴 했지만, 위에서 다뤘듯 대다수가 뮤지컬 넘버였다. 그래서 본인처럼 뮤지컬을 자주 보는 뮤지컬 애호가에게는 정말이지 꿈의 축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뮤지컬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이제 막 알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 벽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빡빡한 타임테이블에 맞춰 여러 무대가 이어지다 보니 어떤 넘버인지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했다. 이러한 사전 정보 없이 노래를 들으면 금방 까먹기 십상이다. 따라서 다음에는 자막이나 멘트를 추가하거나, 모든 세트리스트를 공개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답답한 극장을 벗어나 마음껏 몸을 움직이다


 

  
"극장 크기나 배역에 얽매이지 않는 축제의 장을 마련해 배우와 관객 모두 한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
 


가장 좋았던 건 마음껏 몸을 움직이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기존 뮤지컬 극장은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공연을 봐야 한다. 그런데 원더랜드 피크닉에서는 모든 움직임이 허용되다 보니 훨씬 자유롭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다녔던 페스티벌에 비해서는 관객 분위기가 조용한 편이었다. 다들 공연장에 익숙해선지 가사를 따라 부르거나 방방 뛰면서 보는 느낌은 아니었다. 대신 박수나 환호 위주의 호응이 많았고, 질서도 괜찮은 편이었다. 다행히 밀폐된 극장 밖을 나온 배우들이 우리 다 함께 놀자며, 모든 관객을 일어서도록 만들었다. 열심히 관객 반응을 유도한 배우들 덕분에 맘 놓고 뮤지컬을 즐길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이처럼 축제를 가는 가장 큰 이유는 공연이지만, 그 외의 먹을거리나 이벤트 또한 축제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이번 '원더랜드 피크닉'에서 양일간 지내며 F&B 코너에서 간단한 음식과 시원한 음료를 먹고, 기념 필터가 있는 포토 부스에서 네 컷 사진을 찍었다. 단순히 밥을 먹고 사진을 찍는 과정 역시 일상을 벗어나면 이색적인 경험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KakaoTalk_20240521_202144829_01수정.jpg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을 사랑하는 것


  

야외 페스티벌은 날씨에 굉장히 취약하다. '원더랜드 피크닉'에서는 하루는 비가 오고, 하루는 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추웠기에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궂은 날씨 속에서도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러한 경험을 해보겠냐며 친구와 뜻을 모은 채 끝까지 남아있었다. 그 덕분에 내가 얼마나 뮤지컬에 진심인지, 또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더 완성도 높은 '원더랜드'를 위해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 축제의 막을 여는 첫 날, 노들섬에 폭우와 비바람이 쏟아졌다. 하지만 관객들은 지침에 따라 우비 하나 걸친 채 견딜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우산마저 제한되다 보니, 관객들은 꼼짝 없이 모든 비를 맞았다.

 

미리 기상상황에 대해 알고 있었던 만큼, 조금만 더 관객들을 배려했으면 어땠을까? 사전에 천막이나 파라솔을 설치했다면, 관객들은 멀쩡한 상태로 공연을 즐기고, 배우들 또한 관객들을 걱정하지 않고 무대를 이리저리 활보할 수 있었을 테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매너, 재능, 끼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배우와 라이브 밴드 덕분에 공연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뮤지컬 마니아라면 만족할 라인업과 세트리스트로, 배우와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마련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마친다.

 

 

[최수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6.1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